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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개인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김용택 | 2021-04-28 09:47: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법 얘기 나오면 박근혜의 ‘줄푸세’ 생각이 난다. 17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들고나온 공약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줄푸세정책이다.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공무원의 월급을 삭감하거나 복지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주권자를 ‘멍청이’ 취급하지 않았다면 이런 공약을 내놓을 수가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나라는 덴마크로 전국민이 내는 세금은 국내총생산(GDP)의 51.9%에 이르고 있다. 이어 벨기에(46.6%) 프랑스(45.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같은 해 OECD 회원국들의 국민부담률 평균은 34.2%인데 우리나라는 27%다.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는데 덴마크는 왜 조세저항이 없을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놀고 있어도 하루 수백, 수천만 원씩 재산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전체 가구의 20% 국민은 한 달에 79만 원~68만 2,000원으로 집세를 비롯해 교육비, 통신비를 지출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을 이기지 못해 유서를 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한해 무려 4~50억 달러를 벌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시대... 2019년 소득 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0번째,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3400만 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연간소득이 어느 정도 될까?
 
대한민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407만 원. 상위 30%가 전체 소득의 81%를 가져가고, 남은 19%를 소득 하위 70%가 가지고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소득 불평등 세계 2위. 청년들이 헬조선을 노래하고 가임기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 한 달 88만 원, 연소득으로는 1000만 원 남짓 버는 88만 원 알바세대... 한국 성인 가운데 100만 달러(약 11억 7천만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는 74만 1천 명이다. 상위 1%인 80만 6000명이 순자산의 12.0%, 상위 5%는 34.0%, 상위 10%는 전체 순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내가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가?>
 
“세상에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인간인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죽음은 피할 수 없고, 한 국가의 국민인 이상 아무리 애를 써도 세금을 피해갈 수는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100달러 지폐 속 인물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세금 문제가 이슈가 되면 보수-진보는 물론, 부자와 빈자, 기업과 시민이 극과 극으로 대립한다. 후진국일수록 역진적인 간접세 비중이 높고 직접세의 비중이 낮다. 직접세는 조세저항이 크지만, 간접세는 물가라고 생각해 조세저항이 없다. 복지 일등국인 덴마크와 스웨덴은 국내총생산 대비 소득세 규모가 24.4%, 12.7%다. 우리나라는 2010년 총국세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1%로, OECD 평균인 20%대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간접세의 비율이 10% 내외이다.

<후진국일수록 간접세의 비율이 높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한다면 내 잘못이 아니다. 조세제도 하나만 보자. 세금에는 크게 직접세와 간접세 두 종류가 있다.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은 납세자와 담세자가 같은 직접세다. 이에 비해 개별소비세, 주세, 인지세와 같이 납세자와 담세자가 다른 부가가치세(附加價値稅)라고도 하는 간접세다.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는 개인의 소득이나 기업의 이익 수준에 따라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를 비롯한 생활용품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세금을 내는 간접세다.

맥주·증류주(소주·위스키 등)에는 최고세율인 72%, 커피를 사 마시면 똑같이 부가가치세 10%, 와인·청주·약주 등은 30%, 탁주(막걸리 등)에 대해서는 5%다. 커피, 우유, 된장찌개, 아메리카노, 스파게티..는 10%, 휘발유는 약 50%의 간접세를 내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미용실에 들려도 10%의 간접세를 낸다. 한 달에 내는 세금의 80%를 간접세로 직접세의 4배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내는 세금 간접세.. 직집세에 비해 간접세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성실한 납세자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 총 국세 중 간접세 비율이 52.1%인 것을 감안하면 부자들의 간접세 납부비율은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간접세, 왜 이리 높을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국세 중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48.3%, 2009년 51.1%, 2010년 52.1%로 높아졌다. 간접세 수입은 2007년 71조2964억에서 2010년 85조8874억원으로 3년 만에 20.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접세는 79조5295억원에서 0.9% 감소한 78조8352억원이 걷혔다. 부자플랜들리를 공공연하게 들고나온 이명박대통령의 재임기간이 2008년 2월 25일–2013년 2월 25일이라는 사실을 알면 부자들의 법인세를 깎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늘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후안무치하게도 박근혜후보는 부자들 법인세(직접세)를 깎아준다고 서민들에게 공공연하게 줄푸세를 주장해 당선됐으니 서민들이 개돼지 취급 받지 않고 베기겠는가?
 
<복지국가일수록 직접세의 비중이 높다>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이 큰 국가 순서와 그 사회의 부패 정도는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사회신뢰지수 역시 복지지출의 비중과 거의 정비례한다. 다시 말하면, 고복지국가일수록 부패 수준도 낮고 사회적 신뢰도도 높다. 반면, 저복지국가일수록 부패 수준도 높고 사회적 신뢰도도 낮다. 여기에다 저복지국가군의 대부분은 부패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보인다.’ 계층별 부의 집중도는 상위 1%가 전체 부의 25.9%를,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상위 10%의 76.3%인 미국과 상위 10%의 70.5%인 영국 다음으로 세계 3위의 불평등국가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소득과 부의 불평등 구조에도 불구하고 소득 중심의 직접세보다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간접세의 비중이 50%가 넘는 사회이면서 복지지출의 비중은 OECD 국가들 중 거의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한국사회가 간접세 위주의 ‘약탈적 저복지국가’라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제와 ‘벌금을 재산·소득에 비례해 부과하자’고 제안한 것은 소득격차를 줄여 더불어 사는 나라는 만들자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제안이지만 우리국민들 대부분은 시큰둥하다. 왜 그럴까?
 
옛날 농업사회에는 개인의 신분 차별로 민초들이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본주의사회인 현대사회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열심히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놓아도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면 농민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재벌에게 유리한 줄푸세정책을 펴면 중소상공인이나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세금이란 누구에게 거두느냐 어느 분야에 얼마나 지출하는가, 부패지수가 얼마인가가 문제다. 사회보장 지출비중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에게 구체적은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덴마크가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살기 좋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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