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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故 안병하 평전 ⑩ 2부 대한민국 ‘경찰 영웅’이 되다
안호재 | 2021-07-05 08:01:5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부 대한민국 ‘경찰 영웅’이 되다】

경찰관 후배들을 잘 챙겨 달라

안병하는 자신과 함께 행동하다 강제해직 등의 피해를 입은 경찰관들에게 더할 수 없이 미안했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 작성한 그의 육필 비망록에는 이런 고마움과 미안함이 절절하게 묻어있다. 비망록의 맨 끝부분에 해직당한 경찰 참모들의 이름을 한 명씩 또박또박 적었다. 국회 5∙18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기 직전 작성한 비망록인 것으로 보아 청문회 석상에서 국민들 앞에 이런 소회를 털어놓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의 이름은 청문회의 증인 명단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경찰로서의 명예를 한 순간에 잃은 그는 5∙18 당시 순직한 4명의 후배 경찰관마저 찾아갈 여력이 없었다. 아내와 자식들에 “경찰관 후배들을 잘 챙겨 달라”는 부탁만 남겼다. 그는 청문회 직전인 1988년 10월 10일 갑자기 사망했다. 그보다 한 달 앞선 그해 9월 2일 자식의 투병생활을 고통스럽게 지켜보아야했던 그의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하직했다. 당시 《경우신보》는 ‘광주의 봄은 돌아왔건만’이라는 제목으로 ‘고 안병하 경무관 영전에’라는 부제가 달린 추모사가 실렸다. 글을 쓴 사람은 《경우신보》 기자 이정남이었다.

“제가 당신을 처음 뵙게 된 것은 70년 7월 20일 서대문경찰서장으로 부임했을 때∙∙∙ 당신은 청렴결백과 대간첩 소탕의 일인자라는 소문이 한창∙∙∙ 무슨 일이든 적극적이고 섬세하게 추진∙∙∙ 군에서 경험을 토대로 정보∙작전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하셨고, 대간첩작전 등 우리 경찰사에 많은 공을 세우셨습니다.”

전남도민에게 감사

안병하는 광주시민에게도 고마워했다. 5∙18 기간 중 계엄군과 극한 대치상황에서도 경찰을 끝까지 보호해준 것은 광주시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비망록에 ‘전남도민에게 감사’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왜 감사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 “5. 21일 도청 철수 전 도청 밖에 있던 기동대, 광주 중대가 시민군에게 포위된 바, 경찰임을 확인하고 충돌 없이 철수”할 수 있게 시민들이 협조해준 점,
● “5. 21일 도청 안에 있던 경찰병력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데모군중이 경찰임을 확인하고 아무 불상사가 없었으며, 오히려 사복을 가져와 입혀주는 등 보호해줌으로써 무사히 철수”할 수 있었다는 점,
● “5. 24일 송정리 비행장에서 지휘 중 광주경찰서에 잠입한 바 광주경찰서 외곽에는 시민군 20~30명이 경찰서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비”를 하고 있었으며,
● “경찰국장실 등 그대로 보존, 명패, 모자, 정복, 서류 등 거의 보존. 관사 그대로 유지”돼 있는 것도 지적했다. 또한 “일부 지∙파출소가 파괴된 것 이외는 대체로 보존”된 점,
● “경찰 철수 후 경찰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 금은방 등 강력사건을 염려하였으나 강력사건이 거의 발생치 않았으며 시민군에 의해서 치안유지”도 치안 책임자로서 광주시민에게 감사할 사항으로 꼽았다.

병세와 더불어 가세도 기울었다. 20여 년간 경찰로 봉직했지만 재산이라곤 서울 방배동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였다. 청렴한 그의 성격 때문에 다른 재산은 전혀 없었다. 치료비 때문에 오래지 않아 그 집마저 팔아치워야 했다. 의사는 4천만 원만 있으면 신장이식 수술이 가능해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그때까지 직접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던 아내 전임순 여사가 생활전선에 나섰다. 세를 얻어 식당을 차리고 직접 주방을 맡아 일했다. 경험 없이 시작한 장사는 오히려 큰 빚만 남겼다. 그의 사망 후 가족들은 단칸 셋방으로 옮겨야 했다.

*여적餘滴
안병하 치안감은 막내 아들 안병하인권학교 대표 안호재 씨에게 “광주시민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표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아생전 광주에 가서 광주시민들께 직접 고마움을 표출하지 못하고 병상에서 사망했다. 그 이후 41년 동안 부친 안병하 치안감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로매진한 안호재 씨는 광주에 방문할 때마다 “안병하 치안감의 말씀을 전하고, 아버님 대신 큰 절을 드리는 것”으로 경찰을 지켜준 광주시민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민주주의 역사에서 “경찰이 시민을 지켜준 것도 흔하지 않지만, 시민이 경찰을 지켜준 것은 유일하다”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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