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4일 신불산 헬기 구조 사진

헬기와 노무현

                                        오영수

산행 중 사고가 나면 구조 헬기가 뜬다
구조장비를 갖춘 헬기가
일반인에게 온다

하물며 고관대작이 실족했다면
더 신속히 움직일 거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산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헬기가 오지 않았다
구급차조차 부르지 않았다

동행했던 어떤 사람이 축 늘어진 부상자를
들것도 사용하지 않고 보호구도 없이
일분일초가 다급한 중환자를 홀로 업어 날랐다

산 아래 바로 밑에는 무전이나 핸드폰만 걸어도
단숨에 달려올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그들에게 도움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승용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달렸다
병원에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결국 다른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살릴 수 있었던 황금의 시간을 길거리에다 소비해 버렸다
산행 사고를 당한 사람은
그렇게 준비된 죽음을 당해야 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문책 또한 따르지 않았다

후에 들은 말로는 업어 날랐던 그 사람은
경호학 교수가 되었다고 하는 소문도 있다
설마 그럴 리가 해서 확인해 보았더니
그 사건 이후 서너 달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게 사실이었다

구조의 기본 개념조차 갖추지 못한 자가
졸지에 교수가 되고 박사가 되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일부러 헬기와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튼다

우린 이렇게 백운산과 봉화산에서 두 사람을 잃었다
한 사람은 박정희 시절에 죽었고
또 한 사람은 이명박 시절에 죽었다
사인은 실족과 자살로 포장되었다

나는 이 사건의 공통점을 모른다고 말해야 하지만
만약에 또 만약에 그리고 어쩌면
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런데 이것이 학습된 죽음이라면
잘 짜인 시간표처럼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일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며
정권에 따라 미래의 역사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주술사들이 검찰 권력과 한패 거리 지어 
국민의 등껍질을 산 소가죽을 벗기듯
쉬운 해고라는 법 아래
반대편 사람들의 숨통을 아예 끊어 놓으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러한 느낌을 보았다
자기들은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그렇게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말에 토 달지 말고 그렇게 하라고
이미 지시한 거나 진배없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 대선이 지나면 군사독재가 아닌
검찰 독재국가 체제 속에서 신음하며
120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가족과 함께 보낼 저녁이 없는
그런 세상의 참혹한 미래가
늙은 시인의 눈에는 훤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