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CMS후원
2021.12.04 09:53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세계  |  미디어  |  칼럼  |  서팡게시판  |  여행게시판
 
칼럼홈 > 정운현

교황 방한이 남긴 것
정운현 | 2014-08-20 13:56: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요 며칠 한국사회의 키워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언론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가는 곳마다 교황 얘기가 단연 화제였다. 방한 일정 내내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어록’까지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마치 교황이 한국사회의 구세주라도 되는 듯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미사에는 전국에서 100만 명이 참석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밤을 새웠다고 한다. 지난 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 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대체 무엇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토록 열광하게 했을까.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우선, 그는 교황의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성직자의 참 모습으로 다가옴을 들 수 있다.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이다. 전통적으로 격식과 권위를 중시해온 가톨릭은 교황과 관련한 물건들을 황금으로 휘황찬란하게 치장했다. 역대 어느 교황도 이를 거부감 없이 사용해 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달랐다.

▲ 세월호 희생자 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오른쪽)를 만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역대 교황들의 황금 스카프를 거부하고 황금왕좌를 나무의자로 교체했으며, 또 교황의 반지를 금에서 은으로 바꾸었다. 또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된 십자가 대신 쇠 십자가를 사용했으며, 교황청의 레드카펫도 치웠다. 그는 교황의 권위주의를 과감히 내던져버렸다. 대신 그는 본분인 신부의 모습을 강조했다. 겉옷 안에는 일반 신부복을 항상 착용했으며, 교황의 전통적인 붉은 구두를 거부하며 이전부터 신던 검은 구두를 계속 신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교황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작년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한 이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회의 제 역할을 강조해 왔다. 예수의 참 사랑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교회의 본문임을 강조해왔다. 15일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은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하자”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여야”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 “희망은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 등을 강조하며 인간성 회복을 외쳤다. 한국사회는 물론 이 시대 전 인류가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를 그는 쏟아낸 것이다.
 
끝으로 이번 방한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상처 입은 이들을 보듬어 안았다. 광화문 미사 때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를 찾아가 손을 맞잡고 위로하였으며, 실종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그 가족에게 위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실종자 가족 가운데 한 분으로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달포 동안 전국을 도보 순례한 바 있는 이호진 씨는 교황으로부터 특별 세례를 받기도 했다.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교황이 단 한 사람을 위한 세례식을 연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한다. 이씨는 “교황의 세례는 세월호 유족 모두에게 준 것”이라며 감사했다.
 
4박5일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18일 그는 마지막 공식행사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을 비롯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미사에 초대됐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폭력으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마지막까지 ‘낮은 곳’을 비추며 이들을 위로했다. 이 역시 그다운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의 방한으로 한국사회의 묵은 숙제들이 해결된 것은 없다. 실지로 그는 문제 해결사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방한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정신적 위로와 함께 큰 용기를 주었음이 분명하다. 훌륭한 지도자를 갈망해온 한국인들에게 그의 방한은 오랜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정치인, 종교인 등 소위 ‘지도자’들은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교황의 방한이 남긴 의미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통과 진솔한 대화를 통한 참사랑 실천을 밤을 새워 배워야 할 것이다. 그는 천주교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살아있는 성자이기 때문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52 









      



모바일 기기에서도 댓글 작성이 가능하도록 보완하였습니다. (현재 아이폰 기기까지 테스트 완료하였습니다.)


닉네임  비밀번호  936230  (스팸등록방지:빨간숫자만입력)

                                                 
民草가 주인인 中原, 제3지대를 위...
                                                 
[연재] 홍콩의 벤처이야기 “홍콩...
                                                 
종전선언까지 반대하는 후보를 지...
                                                 
김사복, 5.18 진상을 세상에 알리...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공기업 적자, 정치인-자본-관료의 ...
                                                 
바이든, 차기 미 연준 의장에 ‘제...
                                                 
‘새로운 자본주의’를 논하다
                                                 
[김해 장유소각장 ③] 소각시설로 ...
                                                 
청소노동자의 외침 “차별받아도 ...
                                                 
NBS 여론조사, 지지율 李 33% 尹 3...
                                                 
문준용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해...
                                                 
천안함의 진실을 지킨 사람들과 박...
                                                 
지평선
                                                 
언론의 뒤틀린 ‘역지사지’
                                                 
[이정랑의 고전소통] 착미장(ė...
                                                 
참고 기다린다, 경찰청
                                                 
“귀환” KAL858기 사건 33주기 추...
                                                 
[연재II] 故 안병하 평전 ⑩ 1부 ...
                                                 
[오영수 시] 3.1절, 제헌절, 광복...
5716 잠자는 호랑이 ‘박지원’을 건든 ...
2732 윤석열, 전두환 옹호발언 ‘개-사...
2239 우리가 노태우 죽음을 애도할 수 ...
2129 미 안보보좌관 “종전선언, 한미가...
2043 [이정랑의 고전소통] 일능노지(逸...
2036 궁지에 몰린 자의 승부수
2013 노태우의 국가장… 민주화영령들이...
1973 [오영수 시] 3.1절, 제헌절, 광복...
1958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와 백종...
1748 [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930호 (주)민진미디어 | 발행.편집인:신상철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마기선 | 등록번호: 서울 아01961
등록일 2012.02.02 | 발행일: 2012.02.15 | 이메일: poweroftruth@daum.net | 사업자번호: 107-87-60009 | 대표전화: 02-761-1678 | 팩스: 02-6442-0472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방침 | 광고/사업제휴문의 | 기사제보 | 칼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