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CMS후원
2021.10.17 12:05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세계  |  미디어  |  칼럼  |  서팡게시판  |  여행게시판
 
칼럼홈 > 김종익

마크 램지어Mark Ramseyer 논문은 왜 ‘사건’이 되었을까?
학술계의 일대 스캔들로
김종익 | 2021-05-27 08:57: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마크 램지어Mark Ramseyer 논문은 왜 ‘사건’이 되었을까?

자타니 사야카茶谷さやか
컬럼비아 대학 역사학 박사.
싱가포를 국립대학 역사학부 조교수.
전공은 ‘일본 제국주의 사회사’, ‘재일 코리안 사회사’


내가 하버드 로스쿨 교수 John Mark Ramseyer가 쓴 ‘위안부’ 논문(「태평양 전쟁에서 성행위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을 알았던 때는, 인터넷상에 논문이 공개되고 두 달이 지난 올해 2월 5일, 친구 첼시 스젠디 쉬이더Chelsea Szendi Schieder(아오야마青山 대학 부교수)의 SNS 투고가 계기였다. 그날은 대학 업무에 쫓겨 자세히 못 읽었다. 설마 내가 이 논문에 깊이 관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날 논문을 읽으며, 사태가 중대함을 알아차렸다. 논문의 주요 요지는, ‘위안부’(일본인·조선인)와 매춘 숙박업자 양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 흥정 결과로 계약 내용이 정해졌던 것을 게임 이론 용어를 사용해 설명한 것이다. 그(의 공상)에 따르면 ‘위안부’는, 근대 일본의 公娼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이며, 조선인 여성은 스스로 전쟁터로 가 매춘을 하여 한몫 단단히 챙겼다. 속임수를 당한 조선인 여성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그것은 조선인 업자 책임이며, 일본군의 관여는 다만 성병을 예방하려고 한 것일 뿐이다, 라고 한다.

논문은, 여성이 자주적으로 계약을 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두 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한 사람은, 메이지 시대[19세기 후반, 규슈九州의 아마쿠사天草 제도諸島 부근에서 남방南方 등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갔던 일본 여성으로, 대개는 매춘부로 일한] 가라유키상唐行きさん이었던 오사키로, 그녀는 “열 살짜리도 매춘부가 어떤 일을 하는가를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은 전 ‘위안부’ 문옥주文玉珠로, 미얀마에서 그녀의 (매춘) 벌이가 좋았던 것만을 강조한다.

휙휙 넘기며 읽었는데도, 자료 사용 방법, 논의 전개에 분명하게 무리가 있었다. 애당초 핵심인 조선인 여성과의 계약서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왜 이런 글이 동료 심사를 통과한 것일까?

그 후, 그가 JAPAN Forward라는 산케이 신문 영어 사이트에 등장해, 위안부 이야기는 ‘순수한 허구’라고 반복하는 것을 읽고, 그가 ‘위안부’ 부정론자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위안부’ 부정론이 반복되어 온 것은 알려져 있는데, 어디에선가 그건 아시아의 ‘기억’과 정치 문제라고 여긴 데가 있다. 이러한 우파의 일방적 주장이, 그들과는 무연하다고 믿어온 영어권 학술지에 게재된 사건, 큰 충격이었다.

■ 학술계의 일대 스캔들로

그 충격은 많은 연구자를 움직이게 했다. 이미 Amy Stanley(노스웨스턴대학 교수), Hannah Shepherd(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칼리지 연구원), David Ambaras(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교수), 그리고 Chelsea Szendi Schieder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많은 뜻있는 이들이 협력해 논문이 의거하는 출처를 확인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도 바로 참여했다.

나를 포함한 다섯 명 모두 ‘위안부’史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논문이 오사키와 문옥주의 증언을 흔적도 없이 왜곡한 사실은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실수, 오해, 지식 부족이 아니라, 자의적인 연구 부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여, 찾아볼 수 있는 한 모든 자료의 출처를 하나하나 조사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마크 램지어의 논문은 겨우 8쪽인 데 반해, 검증 결과는 33쪽이나 되었다. 우리는 2월 16일에, 검증 결과를 『「태평양 전쟁에서 성행위 계약」 논문에 관해 연구상 부정을 이유로 한 철회 요구』를 만들어,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편집부에 보내고, 그로부터 이틀 후에 인터넷에 공개했다.

편집부에는, 우리 letter 외에도 다수의 항의문과 철회 요구가 쇄도했다. 2월 4일에는 이미 하버드 로스쿨 단체들이 연명으로 항의 성명을 내고, 그 밖에도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공개서한과 서명 활동, 한국계 미국인 협회의 서명 활동 등이 속속 시작되었다. 많은 일본사 연구자도 철회 요구 letter를 냈다. Alexis Bray Dudden[1969년생.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 한국사·일본사 전공]과 Tessa Morris-Suzuki[1951년생. 호주 국립 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문화, 언어 및 언어 학부 교수] 등 저명한 일본사 전문가는, 철회 요구의 상세한 이유를 공개하고, 언론의 질문에 답하는 등 정력적으로 정보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위안부’ 문제에서 이제까지 관여하지 않았던 하버드 대학 역사학부 교수 Andrew Gordon[1952년생. 하버드대 교수. 일본사]과 Carter J. Eckert[하버드와 로렌스 대학에서 서양 고대사와 중세사 전공. 1970년대 초 한국에 평화봉사단원으로 근무하며 동아시아와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짐. 워싱턴 대학교(시애틀)에서 일본사와 한국사 박사 학위 취득. 1985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강의. 1994년부터 현재까지 하버드 대학 한국학연구소(Korea Institute) 소장직을 맡고 있다]이 논문 철회를 요구했다는 뉴스(성명은 2월 17일 공개)에 놀란 사람은 적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학문의 독립을 중시하며, Activism 관여에는 신중했던 연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자와 게임 이론 학자들도 논의에 참여했다. 2월 23일부터 공개된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의 letter」는,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을 경제학자에게 간단하게 설명한 다음, 게임 이론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해도 역사의 새로운 사실이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하며, 게재한 학술지에 적절한 검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이 letter는 단 4일간에 2,000명의 동의를 모으고, 3월 23일 현재, 노벨상 수상자도 포함한 3,400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2월 중순부터 하순에 걸쳐 사건은 학술계의 스캔들을 넘어 영어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일찍부터 학생들이 전 ‘위안부’를 초청해 panel discussion을 행하고, 캠퍼스에서 항의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학생신문 『The Harvard Crimson』도 이 사건에 관여해 기사를 계속 쓰고 있다. 26일에는 하버드 로스쿨 교수 Jeannie Suk Gersen[1973년생. 한국 이름 석지영]이 『The New Yorker』에 기고해, 직접 Ramseyer와 한 인터뷰에서 그가 조선인 여성과의 계약 내용을 보지 않았다고 인정한 사실을 전했다. 그 후 New York Times, 가디언, 알자지라, CNN, 워싱턴포스트, FOX 뉴스 등도 보도하고, 3월 초에는 백악관 보도관에게까지 이 사건에 관한 질문이 몇 번인가 올랐다.

많은 단체와 개인이 이 논문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데, 각각 주안점은 다르다. 우리 다섯 명에게, 또한 많은 연구자에게, 이것은 학문 윤리와 연구 성실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면, ‘위안부’가 어떠했던가, 라는 지식을 강요하는 것이 반박하는 주장의 요지가 아니라, 가령 감정적·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결론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료와 증언을, 역사적 사실에 이르기 위해 능력이 닿은 한 성실하게 분석했던가, 라는 점이 관건이다. 학문의 자유는 그러한 최저한의 규칙이 있어 성립하기 때문이다.

우리 다섯 명 가운데 Ambaras, Shepherd, 나 세 사람은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전공으로 해 왔다. 우리는 ‘일본 대 한국’ 나아가서는 ‘정복자 대 피정복자’와 같은 이항 대립을 무너뜨리는 연구를 다루고 있다. 그런 연구를 하는 데 학문의 성실성은 침해해서는 안 되는 조건이며, 살아 있는 사람의 경험에 관한 자료를 형편에 맞게 곡해, 무시하는 행위는 가장 경멸받아야 할 행위다. 이 때문에, 우리의 철회 요구는, Ramseyer의 역사 이해에 관한 타당성 결여보다도, 대량으로 발견된 자료 왜곡에 초점을 맞춰 논문 연구 부정을 주장했다. 우리의 검증에 대해 Gersen이 인터뷰에서 표현한 대로, 이것은 “학술계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한, 지식을 창출하는 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점에서 논문을 게재한 저널은 Ramseyer로부터 검증 결과에 대한 회답이 있을 때까지 논문의 종이 매체 인쇄를 연기한다고 하고 있다. 이 원고가 간행되기까지 철회냐 아니냐의 판단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 ‘왜’라는 의문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까? 그것을 생각하기 위해, 이 사건을 통해 맺어진 몇 명의 역사 연구자, 법경제학자, 게임 이론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Ramseyr 개인의 동기에서 보자. 그는 원래 일본 기업·정치 경제·세금 제도 전문가로 유명하다. 인물 소개에서는 꼭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본어가 능통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도쿄 대학 Global Advisory Board의 일원을 지냈고, 2018년에는 일본 훈장 ‘旭日章’을 받았다. 훌륭한 ‘일본통’이다.

내가 보는 한, 그가 일본 역사 事象을 사용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1년이다. 이 논문은 이번 ‘위안부’ 논문의 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부모와 윤락업소가 계약한 딸의 인신매매를, 여성과 윤락업소 양자 간의 합의 계약으로 파악하여, 이미 논리의 파탄이 발견된다.

그 후 1990년대를 통해, 에도 시대의 계약과 메이지 시대의 원로 파벌, 전후 관료와 정치가의 관계 등을, 합리적 선택 이론을 사용해 논하는 논문과 공저 서적을 몇 개 냈다. 자료 곡해와 무시 같은 연구상의 불성실함에 대해, Chalmers Ashby Johnson[1931년생. 정치과학자]과 이토 유키오伊藤之雄[1952년생. 역사학자. 교토대 명예교수] 같은 일본 연구자로부터 혹평을 받은 일도 있지만, 실증과 자료 중시에서 모델 적용으로 중심을 옮김으로써 일본을 다루는 정치학에 공헌했다고 일컬어진다. 그것이 평가되었던 것일까, 그는 1998년에 현직인 ‘하버드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라는 직함을 얻는다.

그의 주장이 급격히 우경화하는 때는, 요 두세 해 사이다. 2018년과 2020년의 논문에서는, 피차별 마을을 ‘범죄자 집단’으로 단정하고, 보조금 강탈을 위해 가공 Identity를 만들어 이용했다고 논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널리스트 가도오카 노부히코角岡伸彦가 블로그에서 그의 편견과 자료 왜곡을 지적하는 반론을 이미 공표했으며, 현재 일본과 영어권 전문가들이 반박을 정리하고 있다. 2020년 학술 논문과 올해 2월의 동료 평가 논문에서도, 같은 논지를 피차별 마을, 재일 한국인, 오키나와에 다시 적용하여, 악의를 지닌 통솔자가 이익을 추구해 구성원을 착취하며, 가공 Identity를 만들어 왔다고 논했다. 『오키나와 Times』가 이미 지적했듯이, 선동적인 많은 배외주의 저서를 근거로 삼거나, 기본적인 역사적 문맥조차 무시하여, 학문 형식을 갖추지 못한 논문이다.

또한 경찰 기능 민영화를 논한 저술에서, 세콤 등 경비회사, 야쿠자와 나란히, 일부러(분명히 문맥상 불필요함에도) 1923년 간토 대지진 후의 조선인 학살을 언급하여, 당시의 선동을 사실로 간주해 학살을 옹호하고, 경찰과 정부 책임을 면죄하는 주장을 담고 있다.

간단한 사회 과학적 개념을 고르면서, 편견에 찬 역사관을, 법경제학계 학술지에서 출판하는 것이, 그의 패턴이 되었다. 단순한 역사의 몰이해라기보다는, 이른바 우파의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을 어디라도 좋으니까 출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역사 전쟁’의 일환일까?

최근 들어 왜 이런 논문이 갑자기 증가하는 걸까? 요 몇 해 일본의 우파가 진행하는 역사 수정주의 사관의 국외로의 수출과 타이밍이 합치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Ramseyer는 일본 우파와 연계가 강한 Jason Morgan과 인터뷰를 하고 있으며, 최근의 논문 다섯 편에서도 Morgan에게 감사의 말을 표하고 있다.

이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일련의 Ramseyer 논문은, 일본 우파에게는 하늘로부터 주어진 돌파구였던 게 틀림없다. 독자에게는, 야마구치 도모미山口智美의 『바다를 건너는 ‘위안부’ 문제 – 우파 ‘역사 전쟁’을 따지다海を渡る‘慰安婦’問題 - 右派の‘歷史戰’を問う』를 꼭 읽기를 주문한다. 이 책에서는, 우파가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명예’를 사수하기 위해, 2007년부터 해외에서 운동을 전개해 온 경위, 말하자면 나중에 산케이 신문이 사용하기 시작한 언어로 말하는 ‘역사 전쟁’의 양태가 묘사된다. 그들은 위안부상 설치 반대 운동, 대학 강연 활동, 유엔 부근에서 ‘위안부’ 문제는 허구라고 반복하는 듯한 이벤트 등으로 청중의 반감을 크게 높이고, 적을 양산해 왔다.

‘미국이 主戰場’이라고 하는 만큼, 영어로의 정보 발신에 특히 힘을 쏟고 있는데, 야마구치 도모미에 따르면, 그 운동의 “최대 약점의 하나가 영문 서적 결락, 특히 학술서의 결락이며, 그것은 우파 안에서도 자각”되고 있다고 한다.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의 Comfort Women이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되고, 학문적으로 칭찬을 받는 데 비해, 최근 하타 이쿠히코秦郁彦의 저작 영역을 포함해도, 우파의 영역 책 몇몇 권은 존재감이 희박하다. 그래서 ‘하버드’ 교수가 ‘동표 평가 논문’으로 출판하다니, 다시 없는 형세 역전의 계기가 아닌가.

그런데 이것도 우파의 기대와는 좀 먼 결과가 되었다. 논문이 최종적으로 철회될지 말지와는 관계없이, ‘위안부’ 부정론에 근거가 없는 사실이 전 세계에 밝혀졌으며, 게다가 이제까지 이런 문제에 소원했던 분야의 학자들까지 요시미 요시아키의 저서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덧붙여, 논문에 항의 성명을 낸 저명한 경제학자 몇 명인가는, 일본 우파의 해외 단체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연합회’ 상파울루 지부 인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 메일에는, 몇 점의 ‘자료’ 소개와 함께, 강제 연행은 허위인 요시다吉田 증언밖에 증거가 없다, 일본군은 전장에 나간 병사의 폭행을 저지하기 위해 유곽 제도를 필요로 했다, 등등이 적혀 있고,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文藝春秋, 2019년) 스캔이 첨부되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메일은 의심을 증대시킬 뿐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가 Ramseyer 논문을 근거로, 한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다(전술한 『The New Yorker』 기사 참조). 이제까지도 정부 여당은 역사 수정주의의 해외 수출을 지원해왔는데, 정부가 자국의 연구자들에 의한 방대한 연구 축적을 무시하고, 애당초 증거가 될 계약을 본인도 보지 않은 듯한 논문을 근거로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

또한 일본 우파와 미국 백인 지상주의와 교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20년 다른 논문에서 Ramseyer는, “미국 민족 문제를 소재로 삼으면 심한 대립이 일어나고 말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미국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말하자면, 피차별 마을, 오키나와, 재일 한국인을 통해 주장한 “차별은 자기 책임이며, 마이너리티의 통솔자가 오히려 구성원을 착취한다”라는 논리는, 본래는 미국에 적용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정치 문제가 되기에, 사람들이 그다지 알지 못하는 일본사를 사용해 발표한다, 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일본 연구가 이런 인종 차별주의가 암약하는 곳이 되어도 괜찮을까? 역사를 풀어 헤치면, 뿌리 깊은 백인 지상주의가, ‘일본 연구’ 또는 ‘일본 역성들기’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예가 지금까지 적잖이 있었다. 이런 형태에서 미·일 배외주의자들의 결탁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미국 학술계라는 토양

이런 일련의 논문이 발표된 배경에는, 미국 학술계의 현상적 문제도 가로놓여 있다.

내가 이야기한 연구자들이 다 함께 동의한 것은, 미국의 법학·경제학이라는 분야는, 미국 이외 지역에 특화된 연구의 축적이 없어, 일본 관련 사항을 심사할 수 있는 학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Gersen도 말하듯이, 논문의 동료 평가자는, 조선인 여성과 계약 내용을 제시하는 자료가 각주 어딘가에 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고 단정한 것이다. ‘하버드’의 ‘일본통’이 이렇게 쓰는 것이니까, 틀림없이 거기에 허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에 밝은 연구자가 보면, 그런 계약은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점, 발견되었다면 겨우 8쪽 미만의 법경제학 논문으로 발표된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학지는 일반적으로, 이런 부정에 직면한 예가 거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학적 증명 오류와 자료 위조가 있다면 철회하고, 수집한 자료에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있는 경우에는, 반대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게재 학술지 편집자는 처음 반대 논문을 모집하는 대응을 했는데, 그것은 정말 계약서가 하나도 참조되지 않았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이런 관례를 따랐기 때문이리라. 근거가 되는 자료의 완전한 부재, 자료의 심각한 왜곡 등 부정 사실을 알 수 있어도, 거기에 대응하는 절차가 없어,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Ramseyer의 과거 출판물만 해도 몇 가지나 선례가 있는데, 그것을 간과해 온 ‘관례’에 문제는 없을까? 지역 연구와 역사 연구자에 대해 동료 평가를 청하고, 의견을 존중하는 절차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의 지식을 경시하는 경향은 정치학 분야에도 공통한다. 정치학에서는 언어 능력보다도 통계학과 게임 이론 skill이 존중되고, 회귀 분석에서는 분석하는 사례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증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지역 연구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도, 수량 분석을 주로 하는 학술지에 비해 ‘순위’가 낮아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젊은 연구자들은 지역 연구를 회피하게 되고, 기반이 점점 약해진다 – 이러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 결과, 각 지역의 역사·사회에 관한 기초적 사실을 파악하고, 오류를 지적할 수 있는 인재가 급격히 줄었다.

모델과 통계 분석은 확실히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사회 배경을 밝히고 의의 있는 자료 수집인가, 타당한 전제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반이 되는 전제 지식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실증’ 의미를 다시 물을 필요는 없을까?

경제학과 게임 이론은, 애당초 실증이 꼭 필요하지 않은 분야인데, 자료 해독 오류와 부정을 동료 평가로 찾아내는 것은 한결 곤란하다고 한다. 한편 역사학 연구자도, 분야 밖 학자의 역사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의문을 가져도, 하나하나 검증할 시간이 없기에 ‘묵살’해 왔다. 분야 간에 빠끔히 열린 틈 사이를 통해, ‘일본통’이라는 명성으로, 하지만 지역 연구자와는 직접 대치하지 않아도 괜찮은 장소를 찾아내어, 경력을 신장해 온 것이 Ramseyer라는 인물이었다.

■ ‘스캔들’로 끝내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대화하면서, 새삼스레 이번 논문이 그저 급하게 낸 예외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우연히 ‘위안부’ 문제였기에, 일본 우파 언론이 선전했기에, 자료 왜곡이 명백했기에, 게임 이론 적용 방법이 어처구니가 없었기에, 목소리를 함께 낸 운동이 가능했다. 다른 주제였다면 이제까지처럼 묵살되고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많은 연구자에게, 이번 사건은 틀림없이 ‘모닝콜’이 되었으리라. 학술계에 부과된 숙제는 많다.

이 사건에 농락되어, 초조감과 피로감을 맛본 두 달이었지만, 수확도 컸다. ‘위안부’ 문제의 정보를 계속 제공해 온 Fight for Justice 운동가와 일본 역사 학술 4대 단체가 공동 성명을 내는 등, 국내에서 결속이 단단해졌다. 국내외의 역사 연구자 동지들의 네트워크도 사이가 좋아지고, 근거 없는 역사 수정주의의 영어권 학술계 진출과 우파의 희롱에 연대해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보통은 결코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경제학, 법학, 역사학이라는 분야 간 울타리를 넘은 대화가 시작되고, 문제의 뿌리를 밝혀내려고 하는 의식이 생겼다. 어떤 법경제학자가 “우리 분야가 가짜 뉴스의 출처가 되어도 괜찮을까?”라고 표현할 만큼, Ramseyer 논문 사건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한편, 이걸로 우파의 ‘역사 전쟁’에 쏟는 에너지가 약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료 번역과 영어 해설, 학습 가이드 편찬 등, 이 사건으로 건설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 많은 일본 연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世界』, 202105월호에서)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1001&table=ji_kim&uid=146 









      



모바일 기기에서도 댓글 작성이 가능하도록 보완하였습니다. (현재 아이폰 기기까지 테스트 완료하였습니다.)


닉네임  비밀번호  475374  (스팸등록방지:빨간숫자만입력)

                                                 
民草가 주인인 中原, 제3지대를 위...
                                                 
[연재] 홍콩의 벤처이야기 “홍콩...
                                                 
시장에서 결정되는 소득 분배는 공...
                                                 
김사복, 5.18 진상을 세상에 알리...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공기업 적자, 정치인-자본-관료의 ...
                                                 
유엔 안보리, 北 미사일 발사 논의...
                                                 
[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
                                                 
[신상철TV] [민초강론-14] 프로펠...
                                                 
청소노동자의 외침 “차별받아도 ...
                                                 
홍준표-윤석열, 범보수 후보적합도...
                                                 
윤석열 징계 당시 언론 보도, 지금...
                                                 
천안함의 진실을 지킨 사람들과 박...
                                                 
지평선
                                                 
‘王석열’을 보는 복잡한 심정
                                                 
[이정랑의 고전소통]人物論 활약할...
                                                 
참고 기다린다, 경찰청
                                                 
“귀환” KAL858기 사건 33주기 추...
                                                 
[연재II] 故 안병하 평전 ⑩ 1부 ...
                                                 
[오영수 시] 3.1절, 제헌절, 광복...
6746 [오영수 시] 한국 검찰과 사무라이...
4745 세계는 군사법원 폐지 추세… 한국...
4506 ‘실언’ 파문 윤석열, 지지율 10%...
4259 미국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10만명...
4024 끝없이 추락하는 ‘윤석열’... 출...
3787 당신의 투표권 행사 기준은 무엇입...
3646 [이정랑의 고전소통] 인물론 詩의 ...
3438 [연재] 故 안병하 평전 20, 3부 군...
3308 [신상철TV] 인민사민 정치처벌법
3188 [이정랑의 고전소통] 人物論, 美色...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930호 (주)민진미디어 | 발행.편집인:신상철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마기선 | 등록번호: 서울 아01961
등록일 2012.02.02 | 발행일: 2012.02.15 | 이메일: poweroftruth@daum.net | 사업자번호: 107-87-60009 | 대표전화: 02-761-1678 | 팩스: 02-6442-0472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방침 | 광고/사업제휴문의 | 기사제보 | 칼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