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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왜 신뢰를 잃었나?
김용택 | 2021-04-20 09:27: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매년 11월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 주에서는 ‘세계 거짓말 대회(World's Biggest Liar)’가 열린다. 19세기에 시작된 이 대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국적에 관계없이 거짓말에 자신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이 프로 거짓말쟁이라 아마추어들과는 도저히 경쟁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 거짓말 대회를 열면 누가 우승자가 될까?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짓말의 달인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그리고 지자체 단체장들은 밥 먹듯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도덕적 집단으로 평가됐던 문재인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거짓말도 한 두번 하면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계속해서 하면 그게 인격이 된다는 것도 모르고 습관처럼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정도인지 보자.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400시간 이상이나 많을 정도로 세계 최장 수준입니다.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휴일 노동을 포함한 법정 노동시간이 잘 지켜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기 내 비정규직을 반드시 절반으로 줄이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히고 정규직으로 나가는 출구는 넓게 만들겠습니다” (후보시절, 노동위원회 출범식)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한 말이었으니 당시 연간 1만3천799명이고, 40분마다 한 명 꼴로 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 줬다. 그가 대통령이 됐으니 노동자들의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기다렸을까? 그런데 4년이 지난,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오늘날 대통령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이때만 해도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씀에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촛불집회 쫓아다닌 보람이 있구나. 우리도 이제 상식이 통하는 세상 열심히 일하면 부자도 될 수 있고, 정직한 사람이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으로 들뜨게 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한 말과 약속이 하나둘씩 방향감각을 잃고 좌회전 신호 넣고 우회전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실망감으로 허탈해하다가 점차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동관계 3법도 다시 통과되고 그걸 통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도 우리가 비준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비준안이 국회에서 처리중에 있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노사관계도 보다 균형 있는 관계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벌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이제는 더 이상 일하다가 죽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공약한 68개 노동공약 중에 ▲노동기본권 및 노사관계 ▲비정규직 노동 및 차별해소 ▲최저임금·노동시간·노동조건 개선 ▲여성 노동 등 겨우 6개 정도가 전부인데…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연장노동(휴일노동 포함) 포함 1주 최대 52시간 상한제 도입이나 탄력근로제가 ‘특별연장근로 요건완화’로 바뀌고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 신설 등 5개 공약은 국정과제 선정에서부터 아예 제외 됐는데... ‘사람이 먼저다’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가진 자의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공약은 하나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옥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가 없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정치인의 말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만큼 무게가 있어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4·16참사 4주기를 맞아 SNS에 올린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입니다’는 글을 보면 마치 박근혜의 ‘내로남불’을 연상케 한다. 7주년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유가족들은 아니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진실이라도 밝히기를 학수고대 했지만 무엇하나 밝혀진 게 없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아이들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미안한 마음 여전합니다. 살아서 우리 곁에 있었다면 의젓한 청년이 됐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남의 말하듯 할 수 있는가? “서로의 버팀목으로 아린 시간을 이겨오신 가족들과 함께해주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니...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봅니다”는 말이 위로인가? 진실이라도 밝혀지기를 7년이나 기다린 유가족들은 이 말이 어떻게 들리겠는가? 1년간 이런 대통령의 말풍선을 듣고 살아야 할 국민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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