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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인적제승(因敵制勝)
이정랑 | 2022-01-20 08:04:5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적으로 말미암아 승리를 이룬다.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무릇 군대의 형태는 물과 같아야 한다. 물은 높은 곳을 피하고 아래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군대의 형태는 적의 실을 피하고, 허를 쳐야 한다. 물은 땅의 형세에 따라 흐름의 상태가 규정되고, 군대는 적의 정세를 이용하여 승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 책략은 적의 정세 변화에 근거하여 거기에 알맞은 작전과 전략을 사용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손자의 용병 사상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작전 지도의 원칙이다. 이 용병 사상은 작전 목표‧작전 방향‧작전 행동을 어떻게 올바로 선택할 것이냐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적을 모르면 승리할 수 없다. 승리를 얻으려면 반드시 ‘적의 변화에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적을 아는 ‘지적(知敵)’이다. 적을 모르면 ‘적의 변화에 맞추어 따를 수 없고’, ‘적을 제압하여 승리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하다.

손자가 제기하는 32가지 ‘적의 모습을 살피는’ 방법은 적의 정세에 대한 주도면밀한 관찰과 각종 징후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행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자는 또한 실천 경험으로부터 적의 정세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개괄하고 있다. 이를테면 “적에게 접근했는데도 적이 안정된 상태 그대로 있다면 그것은 적이 험한 지형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적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도전해 오는 것은 아군의 진격을 유도하고자 함이다”, “적이 힘차게 고함을 질러대며 무리하게 앞으로 달려오는 것은 사실 퇴각할 뜻이 있다는 것이다”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 방법들은 당시의 전쟁 수준에서 나온 개괄적인 요점이므로 예스럽고 간략하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철학을 담고 있다.

적의 진정한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손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탐욕스러운 적에게는 ‘이익을 미끼로 유혹할’ 것을, 교만한 적에 대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등 일부러 나약한 모습을 보여 적의 투지를 느슨하게 흩어놓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쌍방은 병력이 다르고 전법도 다르다. ‘수비한다는 것은 공격하기에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며, 공격한다는 것은 지키고도 힘이 남기 때문이다.

‘병력의 우세함 정도가 다르면 공격법도 달라진다. ‘병력이 열 배면 포위하고, 다섯 배면 공격하고, 두 배면 병력을 나누어라.’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수한 결단과 조치가 필요하다. ‘거치지 말아야 할 길이 있으며, 공격하지 말아야 할 병력이 있고,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고, 다투지 말아야 할 땅이 있다.’

손빈도 ‘손빈병법’ ‘위왕문’에서 ‘인적제승’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 한 예를 들어보자. 양군이 만나 쌍방의 장수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차간의 진세가 견고하여 누구도 감히 선제공격을 취할 수 없을 때는 먼저 소수의 가벼운 병력으로 적진을 탐색해볼 수 있는데, 지위가 낮으면서 용감한 자를 앞세워 적을 유도한다. 그리고 주력을 진속에 숨겨 두었다가 맹렬하게 적의 양 날개를 습격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양군의 세력이 비슷하면 먼저 적을 현혹하는 방법으로 적의 병력을 분산시킨 다음 내 쪽의 병력을 집중, 적을 소멸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반드시 비밀을 유지하여 적이 나의 의도를 모르게 해야 한다. 만약 적의 병력이 분산되지 않으면 아군의 병력을 움직이지 말고 안정시켜야 하며, 적이 고의로 내보낸 ‘의병(疑兵)’을 공격해서도 안 된다.

‘인적제승’은 전쟁 지휘 상의 일반적인 규율을 반영하는, 동서고금의 군사 전문가들이 매우 중시해온 용병 사상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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