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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맷집의 거리, 폭력과 고통에 관한 고찰
‘맷집’은 누구를 위해? 그날 밤에 이르기까지
김종익 | 2022-06-13 08:22: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글을 쓴 Roxane Gay는 페미니즘과 인종․성별․외모 지상주의 등 미국의 많은 사람 – 특히 여성이 태어난 순간부터 계속 체험하고 고통받는 사회 문제를, 저작물을 통해 예리하게 추궁해 따지며, 문제 제기를 계속해 왔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 글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를 겸한 크리스 록이 아내를 향한 농담(영화 「G.I. Jane」에서 주연인 데미 무어가 삭발하고, 행군 특수부대의 훈련에 도전한 최초의 여성 장교를 연기했다)에 참지 못하고, 단상에 올라가 뺨을 때린 윌 스미스의 행위를,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며, 여러 층에 걸쳐 미국의 오늘날 모습을 새겨내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는, 뺨을 맞은 뒤의 크리스 록의 냉정함과 대응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많게 보인다. 물론, 폭력은 어떤 경우도 옹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농담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허용되는 것일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티계 흑인 여성인 Roxane Gay는, 특히 ‘유들유들한 신경’을 갖도록 누가 기대하고 있는가, 그 구조에 눈을 돌려, 커탄지 브라운 잭슨 신임 연방 대법관과 테니스 선수 윌리엄스 자매가 처한 상황에도 이런저런 생각을 내비친다. 아쉽게도, 농담이나 야유의 표적이 계속되는, 그 아픔을 가까이에서 느껴 온 인간조차도, 한 가닥 가느다란 실만으로 연결된 울화통이 터지는 순간, 다른 형태로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참고 견딜’ 것을 계속 요구하는 문화의 실정을 물을 필요가 있다. Roxane Gay의 질문은, 세계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통하는 관점이지 않을까 한다. - KANA(번역가‧통역가)

농담과 맷집의 거리, 폭력과 고통에 관한 고찰

Roxane Gay
1974년생. 미국 네바다주 출신. 아이티계 미국인 작가.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Hunger : A Memoir of Body Roxane Gay』(사이행성, 2018년) 등의 저서가 있다.


■ ‘맷집’은 누구를 위해?

이 글은 윌 스미스를 옹호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그는 나에게 옹호를 해 달라고 할 필요도 없으니까.

오히려, 얻어맞은 약자를 옹호하기 위해 쓰는 셈이다. 어떤 분기점이 되는 것, 인간답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주장하는 것을 잘하는 짓이라고 하기 위해. 농담을 받아들이는 것, 유머 감각을 갖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생각과 절연하기 위해. 타인이 자신에게 행하는 언동의 모든 것을 웃으며 받아넘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거절하기 위해.

우리는 늘 유들유들하게, 맷집을 유지하라고 요구받는다 – 나는 이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강해져라”, 그런 말을 하는 걸 듣는다. 누구에게든, 어떤 경험을 하든, 또 어떤 상황에 놓이든, 그렇게 약하디약해 빠져서 쉽게 상처를 받으면 어떡해. 좀 마음 편하게 생각해, 라고.

여기서 말하는 것은, 건설적인 비판과 짊어져야 할 책임이 아니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할지 말지, 뭔가로 시험당하는 사람들에게 향해지는 엄격한 시선과 불필요한 논평이다.

‘맷집’이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떤 책망도 없이 태연하게 행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조소의 표적이 된 사람들이 예상 이상으로 맷집이 강하면, 공격하는 쪽은 더 하고 싶어져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된다. 만약 우리 모두 이 정도쯤이야 할 만큼 유들유들한 신경의 소유자라면, 크든 작든, 모든 냉혹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질 필요가 없다. 그것이 매력적인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는 있을지 모른다.

코미디 세계에서는 이 ‘맷집’을 시험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잘하면, 코미디는 위트가 풍부한 예리한 견해로 인간의 약함을 가르쳐 준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솔직해져서, 강요된 현실을 웃어넘기고, 그리고 좋든 싫든 앞으로 나가게 작용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방식을 잘못하면, 표적이 된 사람들은, 구경거리가 되어 만신창이가 되고, 상처만 입을 뿐이다. 치명적은 아니더라도, 상처를 입는다.

물론, 코미디언들이 뭐를 말하려고 하든 자유다. 창작의 특권과 언론의 자유여, 영원하라! 그렇기는 하지만, 농담과 모욕의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도, 거기에 반응하고 반론할 권리는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아라,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언동, 외견, 존재 자체를 공격하는 유머를 즐기는 일이야말로 고귀한 행위이며,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떤 굴욕도 달게 받고, 무덤덤하게 웃어넘길 의무가 생긴다는 기묘한 사고가 존재한다. 코미디언이, 인종, 성적 폭행, 젠더에 바탕을 둔 폭력, 또는 당사자에게는 전혀 재미없는 문제를 농담으로 삼을 때, 그런 사고가 자주 문제시된다. 함께 웃어넘기지 못하는 사람은 유머 감각이 없는 놈이다. 너무 과민하다. 문제는 너야, 라는 딱지가 붙는다.

나는 맷집 강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그러기를 바라거나, 그런 행동을 칭찬하거나 하는 일도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농담을 받아넘길 수 없을 때도 있으니까. 어떤 경우에, 우리는 유머가 없는 인간이 좋을 때도 있다. 만약 우리의 신경이 너무 유들유들해지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지니까, 그거야말로 황당한 경우가 아닐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상처를 받으면서도,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 그날 밤에 이르기까지

2022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Chris Rock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Jada Pinkett Smith의 까까머리를 농담거리로 삼았다. “제이다, 사랑해요. 「G.I. Jane2」가 재밌어요.” 제이다의 남편, 윌 스미스도 포함해, 시상식장의 관객들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제이다 본인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뒤,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의 속마음을 감추어 온 가면이 깨진 순간이었다.

그 직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편 윌이 단상으로 달려가, 크리스에게 뺨을 때리고 자리로 돌아와, 다시는 자신의 아내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소리쳤다 – 거기에 폭언까지 더해. 웃음소리는 숨죽인 웃음으로 바뀌고, 그리고 시상식장은 쥐 죽은 듯한 정적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따른 연극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것이 바로 밝혀졌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어떤 사람이 농담을 받아넘길 수 없었던 순간이다. 유들유들한 신경이 가늘어지기는커녕, 소멸해 버린 순간이었다.

제이다는 탈모증을 앓고 있다. 탈모로 이어지는 이 병으로, 사실 많은 흑인 여성이 고통당하고 있다. 크리스 록이 그녀의 머리칼을 소재로 삼은 것은 악취미였다고 할 수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크리스는 그녀가 병을 앓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농담에 누군가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은 알았을 것이다. 그는, 흑인 여성과 곱슬곱슬한 고민 많은 머리칼의 관계를 둘러싼 다큐멘터리 영화 「Good Hair」를 제작한 장본인이니까.

제이다는 탈모에 관해 온라인으로 이야기해 왔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차별투성이가 되고,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아메리칸 스타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여성은, 외견, 옷 선택부터 연애까지, 헐뜯을 수 있는 자료라면 뭐든 끊임없이 계속 언급되는 일을 견디어야만 한다. 휘트니 휴스턴, 브리트니 스피어스, 어맨다 바인즈, 재닛 잭슨, 모니카 르윈스키, 메건 마클은, 지금도 표적이 되고, 조롱당하고, 멸시당하고, 모욕당하며, 농담의 소재가 되어도 맷집이 강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강요당해, 한계까지 몰려왔다. 가령 나중에, 그래, 그녀들이 각각 공공장소에서 모욕을 당하고, 곤욕을 치렀던 한참 뒤에 그런 취급이 다시 검증되어, 반성과 후회의 생각이 그녀들에게 전달되었다 해도, 그때는 이미 때를 놓친 것이다. 완전히 사후 약방문이다.

폭력은 늘 부적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 따위는 거의 없다. 윌 스미스는 전 세계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찌검하는 방식 이외에, 훨씬 진지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시상식 후,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후에는 정식 조사를 시작하고, 마찬가지로 바로 그 월요일 밤에 윌 스미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크리스 록과 세계 사람들에게 사죄했다.

그런데도 윌이 아내의 아픔을 알아채고, 그 자신, 맷집이 사라졌던 허약함을 체험했으리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자서전 『Will』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는 어머니를 어린 시절에 지켜내지 못해, 죄책감을 품고 있다고 쓰고 있다. 크리스의 놀리는 행위는 어떤 의미로도 가정 폭력과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날 밤에 이르기까지의, 공적인, 그리고 사적인 경험의 중첩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자신의 진행을 위해 아내를 재료로 삼은 그 농담을 윌 스미스가 웃어넘길 수 없었던 사정도, 상상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글에서 나는, 중층적인 문제의 모든 층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농담의 표적이 되는 데 몹시 지쳐있었던 점, 윌 스미스의 일련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 그리고 크리스 록이 폭력의 표적이 된 직후도 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점 – 아쉽지만, 이번 사건은, 그들의 배경, 의견, 그리고 관계성을 밝히려고 하는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Rorschach test(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1년에 개발한 성격검사 방법으로 좌우 대칭의 잉크 얼룩이 있는 열 장의 카드로 이루어져 있다.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카드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무엇처럼 보이는지, 무슨 생각이 나는지 등을 자유롭게 말하여 피험자의 성격을 테스트한다 –역주) 같은 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언설 속에 잊혀 있는 것은, 이 한 건이 낙담을 부른 사건이긴 하지만, 흑인 여성이 공개적으로 옹호받은 드물게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 목불인견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의 연방 대법관 청문회

얼마 전(2022년 3월 하순), 우리는 한 사람의 여성이 아무에게도 옹호받지 못하며, 믿기 어려울 만큼 강한 맷집을 강요받는 예를 목격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의 미연방 대법관 승인 청문회였다. 이 탁월한 법률가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그들의 존재를 과시할 절호의 기회라는 듯이 퍼붓는, 온갖 모욕, 인종 차별, 여성 혐오로 가득한 말 같지 않은 질문을 수도 없이 견디었다. 잭슨 판사의 냉정하고 침착한 대처는 각계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많은 흑인 여성에게, 그것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리 흑인 여성은, 공사 간을 불문하고 다양한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표적이 되고, 추궁당하고, 모욕당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몸소 알고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견딜 수밖에 없는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 청문회를 무사히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잭슨 판사가 침착하고, 자제하며, 뻔뻔스럽게 나오는 것뿐이라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리 부커Cory Booker 상원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자당 출신의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를 지키지 않았던 일도 간과하지 않았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잭슨 판사의 존엄보다, 질서 유지에 무게를 두었다.

2023년 방송 영화 비평가 협회상 수상식에서도, ‘맷집’이 시험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테니스 선수인 비너스와 윌리엄스 자매를 상대로 뉴질랜드 영화감독 제인 캠피언이 “(당신들은) 나 같은 남성들을 상대로 싸우지 않는다”라는 기괴한 주장을 폈을 때의 일이다.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너무나 이상하고 불필요한 잘못된 주장으로 이어졌는가 명확하지 않지만(캠피언 감독은 미리 그런 발언을 할 작정이었던 것은 아니며, 수상에 따른 아드레날린으로 폭주해 버린 것이리라), 그 순간, 자매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온 농담을 받아넘기고, 맷집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카메라가 자매의 모습을 잡았을 때, 둘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냉정을 유지했다. 그 후, 캠피언 감독은 다음 날 사죄했지만, 자매의 처신은 더할 나위 없이 품위가 있었다. 자매는 대범한 심정으로 견디었다. 이제까지 무수한, 입에 담기 어려운 정도의 모욕을 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원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유명인들이다. 스타와 공중의 눈에 노출되는 인간은, 비판받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둔감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러나, 얼마쯤 맷집이 강하더라도, 얼마쯤 재산이나 명성, 권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더라도, 비웃음의 소재가 되는 일은 재미가 없다. 때로, 견딜 수 없는 적도 있다. 자신이 늘 농담이나 모욕, 무례한 행위, 더 나쁜 표적이 되면 – 많은 흑인 여성이 그렇듯이 – 평생에 걸쳐 어지간한 일에 자극받지 않고 대범함을 유지해 온 신경조차도, 폭발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세카이』, 20220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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