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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21
그치지 않는 비, 내리지 않는 비, 육지의 고온, 바다의 저온
김종익 | 2021-09-16 10:50: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21

모리 사야카
프리랜서 기상 예보관

9월은 가을로 가는 입구다. 추분을 경계로 나날이 밤이 낮보다 길어진다. 가을의 특징을 유머를 듬뿍 담아 표현한 말은 많지만, 그 가운데 대표로 내세울 만한 말이 “여자 마음과 가을 하늘, 남자 마음과 가을 하늘”이라는 짝을 이룬 말이리라. 남녀 어느 쪽이 더 변덕스러울까는 분명하지 않지만, “부끄러움과/내 마음과/가을 하늘”이라고 읊은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선생은 남자 쪽 손을 들어줬다. “가을날과 딸자식은 주지 않을 듯해도 준다”라는 속담은 가을날은 좀처럼 저물지 않을 듯해도 의외로 빨리 저물고, 소중한 딸자식도 마찬가지로 좀처럼 시집을 보내지 않을 듯해도 순순히 시집을 보낸다는 멋진 표현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나를 애지중지하면 길렀는데, 서른을 넘기자마자 바로 맞선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말과 짝을 이루는 말이 “봄날과 부자富者 친척은 줄 듯하며 안 준다”로, 인색한 부자를 좀처럼 저물지 않는 봄날에 연관시킨다. 이어서 “늦가을에 익은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자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전혀 달라지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늦가을 가지는 몸을 차게 하므로 소중한 며느리에게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의미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말을 하고, 어떤 사람은, 늦가을 가지는 맛이 있어 며느리가 먹기에는 과분하다고, 삐딱한 말을 한다.

광활한 세계에서는, 짝을 이루는 정반대의 기후가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있다. 어떤 나라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골치를 썩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너무 날씨가 좋아 비명을 지른다. 또한 어떤 마을은 너무 더워 힘들고, 어떤 도시에서는 너무 추워 지쳐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후에 관한 최신 사건을 ‘짝’을 주제로 정리해 본다.

■ 그치지 않는 비, 내리지 않는 비

지구에 존재하는 수분의 양은 변하지 않기에, 지역에 따라 비의 많고 적음이 존재하는 것은 도리가 없다고 해도, 그 차이가 너무 극단적이다. 이번 여름의 세계를 바라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7월, 장마가 한창일 때 아타미熱海에 산사태로 토석류土石流가 엄습했다. 며칠간 계속 내린 강우량은 400mm를 넘어, 월간 강수량을 훨씬 상회했다. 장마 전선이 불러온 큰비가 산꼭대기로 불법으로 운반해 돋아 올린 흙을 붕괴시켜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반 달 후, 이번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지에서 사망자가 170명이 넘는 역사적 홍수가 발생했다. 아무리 평온한 독일의 강이라 해도, 반나절에 두 달 치 강우량이라는 상상 밖의 비는 견딜 수 없었다. 넘쳐난 물은 마을을 집어삼키고, 집도 교량도 파괴해 갔다. 이 큰비의 직접적 원인은 ‘한랭와寒冷渦cold vortex’라는 상공의 저기압이다. 저기압은 통상 제트기류를 따라 이동하는데, 한랭와는 그러한 기류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고 정체되어, 악천후를 계속 초래한다.

반대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일찍이 발생한 적이 없는 한발과 산림 재해로 골머리 썩이고 있다. 미국 최대의 인공 호수인 캘리포니아주의 Lake Mead는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보통은 수중에 숨어 있는 댐 언저리의 흰 광물질 영양분이 드러났다. 이른바 ‘목욕탕 이끼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캐나다 서부의 British Columbia주에서는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그 연기의 상승 기류가 거대한 화재 적란운을 낳았고, 하룻밤에 71만 번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수의 벼락이 쳤다. 또한, 브라질에서는 과거 90년간 최악의 한발이 발생, 불과 한 달 만에 15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난 데 더해, 세계 최대의 이구아수 폭포의 물도 고갈되어, 지금은 볼품조차 없다. 더욱이 멀리 떨어진 시베리아에서는 올해도 삼림 화재가 심각하며, 보다 못한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지원을 신청했지만, 러시아 당국에 의해 거절되었다.

한발과 장마에 의한 홍수는, 제트기류와 관계가 있다. 제트기류란, 국제선이 비행하는 수준의 고도에서 부는, 신칸센과 비슷한 속도의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이 바람이 북반구 하늘에서 남북으로 구불구불 방향을 바꾸어 불면, 凸처럼 불거진 장소에서는 고기압이 버티고 있고, 凹처럼 남으로 움푹 팬 장소에서는 저기압이 쉽게 정체하게 된다. 요 몇 해는 이러한 구불구불한 곡류曲流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곡류가 이상 기온을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배경에 온난화가 초래한 북극해의 얼음 융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연구자도 있다.

■ 육지의 고온, 바다의 저온

올여름 마침 제트기류의 凸자에 있었던 북미 서부는, ‘천 년에 한 번’이라는 가차 없는 열파를 만났다. 캐나다 해안에서는, 입이 벌어진 셀 수 없이 많은 홍합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얕은 여울의 물이 고온이 되어, 푹 익어버렸다. 또한 6월 말에는 Lytton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사흘 연속해 캐나다 최고 기온의 기록이 경신되고, 최종적으로 49.6℃라는 있을 수 없는 숫자가 기록되었다. 세상에는 Tornado Hunters에 Hurricane Hunters 같은, 우려스러운 기상에 빠진 사람들이 있는데, 개중에는 고온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러한 마니아는 눈을 반짝거리며 Lytton으로 여행 계획을 짜고 있으리라. 그런데 Lytton은 기록이 경신된 다음 날에 산불이 번져 마을의 90%가 소실되고 말았다. 너무나도 비통한 사건이다.

올해 세계의 육지는 1880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을 경험한 듯하다. 중동의 오만과 UAE에서도 52℃ 가까운 고온이 되어, 캐나다처럼 국내 기록이 깨졌다. 그러나 육지와는 대조적으로, 바다 쪽은 올봄까지 이어진 라니냐 현상의 영향도 있어 비교적 저온으로, 육지와 바다를 합한 지구 전체의 6월 온도는 관측 사상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고온에 그쳤다.

바다 온도는 앞으로 또한 내려갈지도 모른다. 그런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가을에 라니냐 현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라니냐 현상은 페루 앞바다의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통계적으로는, 앞 연도 겨울에 라니냐가 일어나면, 그다음 겨울은 반 정도의 확률로 같은 현상이 이어지거나 재발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지난겨울처럼 ‘송구영신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내릴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해도, 요 몇 해 ‘라니냐 = 한파’라는 구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연구도 있다.

■ 퇴색하는 잠자리, 색이 드는 눈

홍수와 가뭄, 그리고 육지와 바다 온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다음은 색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 보자. 지구상에는 수천 종류의 잠자리가 있는데, 개중에는 날개에 검은 반점을 가진 무리가 있다. 그러나 검은 무늬는 태양광을 흡수하기 때문에, 너무 뜨거우면 날개 조직이 손상을 입으며,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올해 7월에 발표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따듯한 지역의 잠자리는 서늘한 지역의 잠자리에 비해, 날개의 검은 반점이 작고, 또한 드문 경향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무더운 해에 태어난 잠자리는 서늘한 해에 태어난 잠자리에 비해, 반점이 현저하게 작았다. 말하자면 잠자리는 퇴색으로 온난화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재미있는 것이, 이처럼 색이 엷어지는 잠자리는 수컷뿐이라고 한다. 암컷이 응달을 좋아하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수컷만 겉모습이 바뀌어 간다면 암컷이 파트너를 발견할 수 없어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 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암컷도 역시 앞으로 다른 형태로 변화할지도 몰라, 연구자들은 암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정말 잠자리로 인한 골머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퇴색하는 잠자리와는 대조적으로, 얼마 전부터 알프스 빙하는 색이 들고 있다. 빈번하게 눈이 붉게 물들어, 마치 살인 현장의 처참한 광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정체는 피가 아니라, 눈 안에 잠재하는 조류藻類가 강한 햇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낸 적색의 색소라고 한다. 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발견되었는데, 수수께끼가 많아, 과학자를 괴롭히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6월에 프랑스 연구자들이, 그 수수께끼 풀이에 성공했다. 붉은 눈은 대기 중의 CO2 증가 등이 원인으로 근년에 증가하고 있는데, 붉은 눈은 흰 눈보다 태양광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눈을 쉽게 녹게 만든다고 한다.

■ 짧아지는 가을, 길어지는 여름

지구의 색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가을의 단풍은 색이 바래 갈 운명인 모양이다. 붉은색이 흐려질지도 모른다는 연구도 있다. 그 원인은, 기온 상승, 그리고 가을 그 자체의 길이가 짧아지는 데 있다.

중국 과학자가 과거 60년간 북반구의 사계절 일수를 세어 보았더니, 요 몇 해는 여름이 17일 늘어난 반면, 가을은 5일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기온 상승이 진행되면, 2100년에는 여름이 1년의 반 정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상쾌한 가을이 줄어들고, 숨 막힐 듯 더운 여름이 늘어가는 것은 아쉽다. 그런 씁쓸한 기분을 담아, 두 개의 속담을 만들어 보았다. ‘가을날과 남편의 용돈’ ‘여름날과 아내의 비상금’. 변화하는 계절과 애정이 식은 부부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table=ji_kim&uid=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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