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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故 안병하 평전 ⑤
안호재 | 2021-06-28 08:02: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1부 발포를 거부하다】

“업무 집행 절차상 하자 발견 못해”

반면 국보위 조사단은 군의 진압 작전 실패, 군끼리 오인사격으로 인한 피해 등 군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특히 군 작전통제와 관련 “5.21, 08:10 20사단 지휘부차량 14대 피탈, 5.24, 09:50 31사단 병력에 대한 기갑학교 병력의 오인사격으로 군인 3명 사망, 같은 날 오후 14:00 11공수여단 이동시 보병학교 병력과 오인사격으로 군인 8명 사망” 등 군인끼리 지휘체계가 서로 달라서 벌어진 이와 같은 치명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을 물어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185

오히려 소극적인 작전수행, 외곽도로봉쇄조치 미흡, 작전통제 미흡 등 전남북계엄분소의 문제점만 크게 지적했다. 당시 시위 진압할 때 경찰이 무장하지 않거나 무기를 소산시킨 것은 치안본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안병하 국장은 이런 조치를 취할 때 독단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를 치안본부와 전남북계엄분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서 진행했다. 업무 집행에 따른 절차상의 하자가 전혀 없었다. 그러자 합동수사본부는 안병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 먼저 ‘부정축재’한 사실이 있는지를 샅샅이 조사했다. 그와 관련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직무상 비리’가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역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했다. 이와 관련된 혐의도 딱히 발견할 수 없었다. 전남합수단이 작성한 「전남도경국장 직무유기 피의 사건」(1980)에는 ‘전남도경국장 안병하 (52세)의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했으나 동 피의 사실을 발견할 수 없어 치안본부에 이첩, 지휘책임을 물어 면직시킨 사건’이라고 기재돼 있다.*186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당시 안병하 국장은 ‘5.21, 11:40 CAC(전교사) 사령관을 만나기 위해 경찰헬기를 타고 도청을 떠나 12:50경 다시 도청으로 복귀’했다.*187

그 시각 헬기에서 안병하 국장이 내리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있었다.*188

당시 합동수사본부는 1주일간이나 잠을 재우지 않는 방식으로 고문을 하면서 온갖 조사를 다 했지만 안병하 국장의 행적에서 어느 부분 하나 꼬투리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 배경 때문에 합동수사본부는 안 국장을 구속 혹은 파면시킬 수 없었고, 치안본1부를 압박하여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강요했던 것이다.*189

그런데 『전두환 회고록』은 “소요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데 시위진압을 지휘해야 할 전남경찰국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점심을 먹는다며 경찰국 청사를 떠난 안병하 전남경찰국장이 연락두절 상태가 됐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190

안병하 국장은 자신을 믿고 따라준 부하들을 끝까지 지켰다. 안 국장의 아들 안호재에 따르면 “아버님은 혹독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부하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185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 사망한 계엄군은 총 23명이다. 이들 가운데 광주시민의 공격행위로 인한 사망자는 8명이었고, 그보다 2배 정도나 많은 15명은 순전히 군 지휘체계의 혼선 때문에 군인끼리 벌어진 오인사격으로 희생됐다. (보안사령부, 「순직일자 및 장소」, 1980)

*186 「전남도경국장 직무유기 피의 사건」, 1980.(기무사 자료 021-042-000).

*187 치안본부, 경찰청 감사관실, 전남사태 관계기록1, 안병하 진술조서 24~27쪽, 1980. 『전남경찰의 역할』, 77쪽, 2017, 재인용.

*188 김00(전남도경 작전과) 증언, 『전남경찰의 역할』, 77쪽, 2017.

*189 당시 최규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두환에게 안병하 국장의 구속은 무리라면서 만류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안병하 국장 미망인 전임순 여사가 당시 치안본부 누군가로부터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한다.

*190 『전두환 회고록』 1권, 66쪽, 2017, 재인용. <계속>

*저자 이재의
전남대 경제학과 졸업, 조선대 경영학 박사, 《광주일보》 ‘월간 예향’ 기자, 《광남일보》 논설위원.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 그해 10월 체포, 1981년 5.18특사로 석방.
1985년 5?18 광주항쟁 최초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 기록) 초고 작성, 2017년 전면개정판 공동 집필.
2000년 내외신 기자들의 5?18 취재기 The Gwangju Uprising(M.E, Sharpe)을 《뉴욕타임스》 특파원 헨리 스콧 스톡스(Henry Scott Stokes)와 함께 편집하여 미국에서 출판.
현재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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