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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투성이 유서를 ‘방패’ 삼는 국정원과 여당
‘국민적 의구심’이라는 화살 막아낼 수 있을까?
육근성 | 2015-07-20 14:29:3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매우 이례적이다. 국가 기밀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 사안마다 이런 식으로 무겁게 함구해오던 국정원. 이번 해킹 의혹이 터지자 달라졌다. 너무 입이 쌀 정도다. 즉각적인 해명. 이뿐만 아니다. 야당에게 어서 와서 현장조사를 하라고 먼저 제안도 한다. 음지의 국정원이 양지로 나온 꼴이다. 여느 평범한 기관이나 기업처럼.


직원 목숨값으로 국면 돌파? 유언장이 방패?

조급해 하고 마구 서두른다. 뭔가 있다는 얘기다. 당당하다면 저럴 리 없다. 그러면서 직원이 남긴 유서 한 장으로 의혹 전부를 덮으려 한다. 직원의 목숨 값과 의혹을 맞바꾸겠다? 참 ‘해괴한 거래’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야당을 ‘살인자’로 규정한다. 야당의 지나친 공세가 그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며.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 지는 게 인간의 정서다. 이 점을 노리는 모양이다. 유서가 공개되자마자 보도가 쏟아졌다. 편향성이 강한 보수방송과 종편은 ‘도배질’로 화답했다. 유서가 보수언론의 카메라에 박히자 반응이 일어났다. 유서가 ‘방패’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방패’, 통할까? 아무튼 유서의 내용은 모순투성이다.

1. “죄송합니다” 무엇이? 왜?

유서는 “큰 논란이 되어 죄송합니다”로 시작한다. 그래, 자살이 맞다 치자. 그렇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무언가에 대한 죄송함’때문이어야 한다. 죽을 만큼 죄송한 게 뭘까? 유서엔 이와 관련된 언급이 없다. 죽음을 택한 이유가 자신의 과오일 경우 유서에서만큼은 참회의 심정을 고백하는 법인데… 뭐지? 그의 유서에는 이런 게 없다. ‘죄송함’이 죽음을 택한 이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2. ‘내 잘못 아니다’라는 항변도…

“큰 논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탈리아 ‘해킹팀’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자료 등이 공개되며 불거진 사찰 의혹을 그렇게 불렀다. 솔직한 변명도 등장한다. “업무에 대한 열정…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 열심히 일하며 책무를 다 하다가 불거진 ‘사건’일 뿐이라는 강한 항변이 행간에 또렷이 숨어있다.

3. 잘못한 것 없다, 그래도 죽어야 한다?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 임씨.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죽음을? ‘내국인과 선거 사찰’에 대한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극단의 선택을 했다니…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이런 말이 된다. ‘잘못한 것 없는데 그래도 죽어야 한다.’ 이거 영 앞뒤가 안 맞네! 정말 자살 맞나?

4. 결백 입증할 증거를 제 손으로 인멸?

사찰은 없었다고 주장. 그러면서 자료는 삭제. 아무 잘못도 없는데 경찰을 보자마자 줄행랑치는 ‘이상한 사람’ 보는 듯하다. 잘못한 게 없다면 그 자료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것을 지워버렸다고? 아, 진짜! 말이 되게 얘기하자. ‘사찰이 있었기 때문에 자료를 삭제했다.’ 이러면 말이 된다. 아주 부드럽고 순리적으로.

삭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①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②대테러, 대북공작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파장’은 뭐고 ‘오해’는 또 뭐지? 파장이 얼마나 클 것이기에, 오해를 일으키게 되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목숨을 던진 걸까? 뭔가 있다는 걸 강하게 암시하는 대목이다. 얼마나 대단한 자료이기에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지우려한 걸까?

5. 자료삭제(증거인멸)이 단순 실수?

자료를 삭제한 행위를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고 말했다. 한 조직의 중간간부이자 한 분야의 베테랑인 그가 저렇게 말하다니. 그와 그의 팀이 수행한 업무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자산이다. 왜 ‘회사의 자산’을 훼손해야만 했을까? 자신의 업무를 회사에 비밀로 하기 위해 삭제했다는 얘긴가? 도통 말이 안 된다. 모순투성이다.

6. “우려하실 부분 전혀 없다” 우려의 주체와 대상은?

“이(자료삭제)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참 이상한 말이다. 무엇을 우려하지 말라는 건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아리송하다. 유서 제목이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이니 우려하는 주체는 ‘국정원’이어야 한다. 우려의 여부는 국정원장이 판단할 문제다. 그렇다면 국정원장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한 말인가? ‘나를 더 이상 의심하지 말아 달라’는 대국민 당부의 ‘말씀’으로 들린다.

7. 도둑질도 ‘일’… 이런 모순?

“저와 같은 일.” 유서에서 주장한 논조로 이 말의 의미를 풀어보자. ‘본연의 업무에 매진했지만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비극’ 쯤이 되겠다. 이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죽음을 택해야 한다는 궤변이 생성된다. 혹여 ‘일’과 ‘열심’이라는 단어가 보편적 가치가 아닌 특정 틀에서 비틀려 해석되면서 생긴 모순이 아닐까? 도둑질도 누구에겐 ‘일’일 수 있다. 이 경우 도둑질 많이 하는 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된다.

8. 삭제된 자료 복원 ‘불가능’ 이미 밝혔는데…

“자료를 삭제했다”는 말이 곧 증거인멸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자 새누리당이 나섰다. “단순 삭제이니 100%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유서는 ‘복원은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있다. 죽은 임씨는 이 분야 전문가다. 그런 그가 삭제를 했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다”고까지 강조했다. 영구 삭제했다는 얘기다. ‘DEL’키만 누르고 “삭제했다”고 말했다면 아마추어다.

앞뒤가 안 맞는 모순투성이의 유언장. 그래도 여당과 국정원은 이것을 방패 삼아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뚫린 방패로 ‘국민적 의구심’이라는 화살을 막아낼 수 있을까? 그 구멍을 메워주겠다고 나선 보수매체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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