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산성에 주택단지를 짓는 여수
한창진 기자 | 등록:2021-05-24 06:54:41 | 최종수정:2021-05-24 06:55:12


여수역사달력 [오늘여수] 5월 그림판은 '여수의 산성'이다. 23개의 산성이 돌산 등에 남해안 왜구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성들이다.

백제시대부터 쌓은 성으로 정부가 쌓은 것이 아니라 여수에 사는 호족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쌓은 것 같다. 그것이 석창성과 전라좌수영성 같이 널리 알려진 성을 포함해서 23개나 된다. 산성의 도시 여수이다.

 

그래서, 여수를 나라를 지킨 호국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바다를 향해 쌓았던 산성들이 고락산성을 거쳐 수문산 계함산성, 토미산 선원동산성, 석창성, 석창 봉계동토성으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135.4m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협산, 토미산에 백제시대에 왜 산성을 쌓았는지가 의문이다. 아무래도 여수의 백제시대 원촌현의 치소가 석창이었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 가까이 화장동과 죽림에 선사유적지가 있다는 것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둘레 474m, 너비 11m의 산성 대부분 구간을 흙으로 쌓았고, 경사가 급한 계곡부분은 돌로 쌓았다. 성안에는 인위적으로 만든 넓은 평탄지가 조성되어있다. 주변 학교 학생들이 소풍 다녔던 곳이다.

 

 

발굴 조사 결과 선원동산성에는 서쪽으로 성문 한 곳이 있고, 기와가 발굴된 4곳에는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동산성에서는 백제시대 토기류와 '북' '전' '중'이라는 인장이 찍힌 백제시대 기와가 많이 발굴되었다. 따라서 선원동산성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 보아 백제시대 조성되어서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증축한 후 계속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시내 곳곳에 붙은 불법 현수막을 보면 선원동산성에 타운하우스가 들어선다고 한다. 18동의 대규모 주택단지이다. 이와 같이 산성에 집합 건물 단지가 만들어지는 것에 시민들은 많은 걱정을 한다.

아무리 요즈음 아파트로 떼돈을 번다고 풍수지리와 지형, 환경을 따지지 않고 주택을 지어 분양한다고 하지만, 문화재 시설까지 마구잡이로 짓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주택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여수시와 전남개발공사가 나서서 인근 소제지구와 죽림지구에 대단위 택지 개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준보전산지인 선원동산성에 주택을 짓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무려 2만평 가까운 부지가 필요할 것이다. 부지를 조성하는 대형 토목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 출토가 예상된다. 인근 주민들은 지금도 토미산자락 밭을 파면 기와와 토기, 도자기 조각들이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선원동산성 같은 문화재지구에서 공사하려면 사전 문화재 발굴 지표 조사를 한 다음 공사를 해야 한다. 절차에 따라 지표 조사를 거쳐 공사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조사 과정에서 유물이라도 발굴되면 공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선원동산성은 유적지이므로 산성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개발할 수가 없어 공사를 포기해야 한다.

여수시는 이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건축신고를 불허하고 중단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재개한 다음, 토미산 토지를 매입하여 도심 근처 산성 문화재 복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문화도시 공모에 나선 여수시가 백제시대 산성에 건축행위를 승인하는 것은 자격 미달이 된다.

 

 

이 기회에 우려되는 무분별한 자연훼손 등 난개발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산성복원을 통해 호국 시민 역사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문화도시로써 가치를 높여 줄 것이다. 특히 선원동산성은 정상이 높지 않고 시내에서 가까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수국가산단 배후도시로써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여수시가 백제시대부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원동산성 같은 문화재 지역까지 침범해서 건축하는 반문화적 행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후손들로부터 두고두고 문화와 역사를 무시하는 몰상식한 도시로 평가 받을 것이다. 또,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을 들여 보상한 후 철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조상들 보기에 이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