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에 대한 단상
동녘 기자 | 등록:2018-07-26 11:59:15 | 최종수정:2018-07-26 12:12:50


기무사는 과거에 보안사라고 하는 부대다. 대한민국의 간첩사건들, 반공을 명분 삼아 온갖 근거를 만들어냈던 집단이 보안사, 즉 기무사다.

국가기관마다 특수활동비라는 게 있다. 통상적인 특수활동비의 쓰임새는 대부분 정보 및 공작 업무에 수반된다. 그러다 보니 첩보 공작업무가 주업인 국정원이 4,800억 원으로 가장 압도적인 금액을 사용한다.

과한 측면이 있지만 우선 공개된 액수는 그렇다. 그 다음이 국정원의 업무를 일선에서 하청받듯 대행하거나 지휘받는 협력요원인 경찰청 정보과 형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경찰조직이 1,300억 원 수준을 쓴다.

그런데 10만이 넘는 경찰 조직의 특수활동비가 1,200~1,300억 수준인데, 기무사의 특수활동비는 무려 1,800억에 육박한다.

기무사 인원이 4,200명이라니, 두당 특수활동비는 가장 높을 것이다. 국방부 안의 국방예산으로 웬만한 비용은 다 처리될 것인데 기무사가 왜 1,800억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사용할까? 경찰조직보다 많은 액수,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 간단히 말해 기무사가 댓글 공작을 한 사례에서 보듯, 대공조작업무를 위한 민간사찰에 상당히 많은 업무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무사는 국정원만큼의 방대한 민간 사찰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수집한다. 재벌의 마약복용 정보까지 수집한다. 국정원과 정보경쟁을 하지만 국정원이 들여다보기 힘든 군 내부를 관할 통솔하기 때문에 파생정보를 얻는 루트도 보호되고 덕분에 국정원보다 취득정보의 깊이는 오히려 양질로 특화된다.

보도에 나온 기무부대장 민 대령이라는 사람은 기무사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인물이라 한다. 이 사람은 위관장교시절 전방부대에서 생활을 했었다. 당시에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 군인들에 따르면 엘리트군 의식이 강했다 하며, 주위에서는 빽이 없어서 최전방 땅개부대에 왔을 거라고 짐작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은 되지 않는다. 다만 육사 43기로 아직 대령을 달고 있다는 것은 진급에 뒤처진 측면이 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위계질서를 따지는 육사 기수서열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기수가 낮은 장군들을 제어하기 위한 방책으로 높은 기수를 앉혀 계급보다 기무사의 자체 파워를 강화하려 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기무사는 통제와 관리가 수월한 군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기관이므로 관리하는데 특활비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행정부의 한 부처가 사용하는 특활비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은 건 사실이다. 10만 넘는 경찰청보다 많은 특활비를 쓰는 조직이므로 예산감사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기무사가 민간사찰을 겸한다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산과 특활비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경찰청보다 많이 쓰고 있는지는 이번에 알았다.

기무사는 군인정치 시대를 꿈꾸는지 모른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남북 대결로 군사적 긴장이 있어야 기무사의 위상도 높아지고 권력화도 가까워진다. 그러니 대북전단 살포같은 남북 긴장 조성행위에 기무사가 개입되어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게 된다.

무기상들에 대한 정보는 국정원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갖고 있을 것이고, 방산비리를 꿰뚫고 있으면서 별들을 겁박하거나 한솥밥을 먹을 수도 있다.

현재 사단장급인 별 2개 짜리는 민 대령보다 하위 기수다. 기무사령관이 중장인데 고작 민 대령하고 2기 수 밖에 차이가 안 난다. 어떤 면에서 기무사는 별을 달기 힘든 육사재원 중에서 쓸만한 사람을 대령에 묶어두어 후일을 도모하는 용도로 기약하고, 조직체계는 유사시에 기수서열로 군령이 작동될 수 있게 대비한 것인지 모른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민 대령의 성질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한다. 그는 조직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있다. 별을 못단 대신 기수파워를 내세워 별들을 휘어잡을 수 있게 하면서 맛을 보여준 게 아닐까.

어떤 기사에 보면 기무사 대령한테 사단장이 쩔쩔맨다고 했던데ㅡ 그건 군이 사실상 계급사회가 아니라 기수사회였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겠는가 싶다.

오래 전, 철원의 밤하늘 별을 보며, 언젠가 별을 달고 부끄럼 없이 전역을 하리라는 기대로 병영에 첫발을 내딛었을 한 청년은, 진급에 밀리고 변방으로 떠도는 게 신물이 나자 힘이라도 쓰고 싶다는 자기 포부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긴 세월 그 안에서 스스로 최면에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글을 읽는 당신이, 사관학교도 나오고 인사고과도 좋은데 잘 안 풀려 전방으로 돌고 진급도 늦고, 별자리는 어렵다고 이런저런 장래의 한계치를 확인했다면? 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 정년퇴임 하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리는 선악을 떠나 늘 타인을 이해하고 옹호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은 죄가 있다면 법과 역사의 심판을 받는 건 당연하다. 비난과 옹호의 한계는 죄질과 냉정히 일치하고 내용의 훼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한 번쯤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너무도 극악한 행태가 만연하고 또 당연시 되며 더욱 진화한다. 이는 국민정서적으로도 좋지 않고 시대의 건강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동녘 / 서프라이즈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