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책으로서의 과도적 ‘남한 핵무장중립화론’
윤태룡 기자 | 등록:2018-06-19 10:31:28 | 최종수정:2018-06-19 10:53:36


[의견] ‘수세적 중립화’에서 ‘공세적 중립화’ 전략으로
(오마이뉴스 / 윤태룡 / 2017-10-30)

* 이 글을 쓴 윤태룡님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이 글에서는 “북한”이라는 용어 대신 “북조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필자는 남북이 상대방을 서로가 원하는 대로 불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은 남을 “남한” 또는 “대한민국”으로, 남은 북을 “북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불러주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 배려하는 출발점이라고 본다.)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 앞길이 바위산으로 또는 거센 강물로 막혀있을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좀 돌아서 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길인 것을 왜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곧장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소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목도하며 드는 생각이다.

1945년 분단 후, 결국 1948년 남북은 각각 별도의 정권을 성립시켰고, 거의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압도했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성급하게 무력통일을 시도했다. 그 부작용으로 남북은 더욱 더 철천지원수가 되었고, 그 후로도 70년대 초반까지는 남한을 압도했던 북조선이었지만, 남북의 세력다툼 속에서 북조선은 서서히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곤경에 처하게 되었고, 이런 북조선을 미국과 남한은 붕괴시키려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 반작용으로 북조선은 오직 핵무기 개발에만 매진했고, 남북관계는 현재처럼 꼬일대로 꼬여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한쪽만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2015년 JPI PeaceNet(피스넷) 기고에서 소위 ‘엥스카(NSKA)’를 주창하였는데, 이는 '남한만의 중립화(Neutralization of South Korea Alone)'를 뜻한다. 남한만의 중립화 자체가 목표인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중립화 통일을 장기간에 걸쳐 성공시키기 위해 순차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즉, 당장의 ‘남북한 동시 중립화’가 관련국들 간의 신뢰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현재(최악의 상태) → 대화, 교류 시작 → (1)남한만의 중립화 → (2)북한만의 중립화 → (3)남북한의 동시중립화통일"의 순서로 추진하자는 것이었고, 현재상태에서 (1)로 가는 데 30여년, (1) → (2)로 가는 데 30여년, (2) → (3)으로 가는 데 30여년을 들여서 100여년이 걸릴지라도 우선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천천히 가자는 구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기적 로드맵(계획)”을 미리 널리널리 논의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현재 남북이 놓여있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 대화, 교류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현상에서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기제의 작동을 뜻한다. 다시 말해, 엥스카(NSKA)는, 통일을 성급하게 서둘러서 오히려 망치기보다는 천천히 가는 게 남북한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결국은 훨씬 더 빠른 남북통일의 길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주요메시지(key message)를 공유하는 반도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해서 평화통일 달성의 기간은 100년 → 90년 → 70년 → 50년 → 30년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구상을 널리 공유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미래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는 환상에 사로잡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의 참담한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귀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남한정부는 북조선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에서 어서 깨어나야 한다. 미국 정부도, 북조선 정부도, 남한 정부도 다들 한치 앞밖에 보지 못하는 현재의 형국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흔히 “중립화 전략”을 마치 무장해제를 주장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여성들의 의무징병제를 주장해왔고(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가 남자보다 능력이 떨어질게 뭐가 있나? 군대는 힘만 쓰는 조직이 아니다. 각종의 관리, 정보조직도 필요하고, 더군다나 힘센 여자도 많다), 또한 사드(THAAD) 혹은 전술핵 도입보다는 오히려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남한의 핵무장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론자이지만 말이다). 필자의 지론인 “엥스카(NSKA)”를 마치 남한이 자살하자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어, 이 기회에 그동안의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하여,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서의 ‘과도적 남한 핵무장중립화론’을 분명히 하고 싶다. 

2년 전만 해도 북한의 핵무장은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것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았다. 때문에 당시에 필자는 “남한만의 비핵, 중립화”를 시발로 하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구상을 밝혔던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 북핵은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필자의 구상도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라 수정을 요하게 되었다. 

필자는 북조선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에서는 남한도 사드나 전술핵 배치보다는 정공법 즉, 남한의 핵무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물론 반대하겠지만, 현재 우리의 “적국”인 북조선이 핵무장 완성단계에 이르렀으니, 남한의 비핵확산조약(NPT) 탈퇴와 핵무장 추진은 대한민국이 자주국가로서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자위권 발동에 해당된다. 이는 명분론적 차원에서나 실질적인 차원에서 그 정당성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저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결연히 맞서야 한다. 그래야, 남한의 북조선에 대한 그리고 미국에 대한 협상력도 제고된다. 이런 남한의 협상력의 제고는 오히려 궁극적인 목표(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인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앞당기기 위해 남한이 핵무장을 추진한다? 고개를 갸우뚱할 전문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할 것이 있다. ‘전략적 상황’에서는 ‘전략적 패러독스/역설’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상황이란, 국가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취하는 행동이 반드시 애초에 의도한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결과는 상대국이 (혹은 다른 관련국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측이 순전히 방어적 목적으로 군비를 증강해도 그것이 상대방의 대응적 군비증강을 초래한다면 애초의 노력은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인해 헛수고가 되고 마는 '안보딜레마'가 그 대표적 예다.

흔히 사용되는 경구 중에도 ‘전략적 패러독스’ 관계를 암시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예. 스스로를 높이려는 자는 낮아지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는 높아진다/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고,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산다(必生卽死, 必死卽生)/배수진(背水陣)/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한 알의 밀알이 죽어 썩어야 새 생명을 얻는다/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등이 그것이다.)

홀로가 아닌 내가 상대와 공존하는 상황에서는 상호작용으로 인해 흔히 내가 ‘의도한 결과’, ‘직접적 효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결과’, ‘간접적 효과’도 발생하는 ‘전략적 패러독스’ 현상이 일반적임을 말해준다. 지도자가 한 가지 전략만 극단적으로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있듯이, 단선적 논리를 뛰어넘어 역설적 논리까지 고려할 능력이 있는 지도자를 만나야만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그런 지도자이길 갈망한다.

이상의 논의를 기반으로, 결론적으로 2017년 현재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1)현재(최악의 상태) → (2)문재인 정부의 NPT 탈퇴선언 + 남한 핵무장추구 천명 → (3)북한과의 대화, 교류 지속정책 재천명 → (4)남한만의 핵무장중립화(과도적) → (5)북한만의 핵무장중립화 → (6)남북 평화협정 체결 → (7)①남북한의 동시중립화 통일+②남북한의 동시비핵화 추진+③관련국들간 동북아지역의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 협상

필자는 여기서 이와 같은 제안이 무슨 금과옥조와 같은 것임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현재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를 위요한 절박한 상황전개 하에서도 많은 이들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아, 전문가들을 비롯한 많은 반도인들이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여, 위기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데 함께 노력해야하지 않겠냐하는 필자의 소박한 바람의 표현일 뿐이다. 

참조: Tae-Ryong Yoon, “From Despair to Repair: Adjusting South Korea's short-term foreign policy goals to the long-term grand strategy for the neutralized reunification,” <평화연구>, 제23권, 2호(2015년 10월 30일); Tae-Ryong Yoon, “Neutralize or Die: Reshuffling South Korea's Grand Strategy Cards and the Neutralization of South Korea Alone,” Pacific Focus, Vol.30, No.2 (August 2015); 윤태룡, “국내외 한반도중립화 논쟁의 비교분석: 찬반논쟁을 넘어서,”<평화학연구>, 14권 3호(2013); 윤태룡, “[아침을 열며]국제관계에서의 전략적 패러독스,” <한국일보>(2015.07.22.): http://www.hankookilbo.com/v/3286eaa96d594a9f9ceb90e50714a9f0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47&aid=0002166820&sid1=001&lfrom=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