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분석] ④ 웃을 수 없는 안철수
곽동기 기자 | 등록:2016-05-05 10:55:39 | 최종수정:2016-05-05 10:57:12


이제 국민의당을 살펴봅시다. 국민의당은 20대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새민련 대표가 민주당을 공격하며 야권을 분열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야권분열의 정국에서도 정치권을 앞질러 현명한 대응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민생파탄, 독재회귀를 심판해야 하는 수도권 지역구 투표에서 더민주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었습니다. 안철수가 시종일관 싸워 온 더민주당은 무려 123석을 차지하며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반면 국민들은 새누리당 심판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당비례투표와 호남지역 투표에서는 더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에게 표를 주어 더민주당의 어부지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국민의당은 지역에서 25석을 얻었지만, 안철수, 김성식이라는 인물선거에 의존해 서울에서 2석을 확보하였을 뿐, 호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전패해 전국적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국민의당은 전국비례투표에서 26.74%를 획득해 더민주당을 앞질렀습니다. 이것조차 국민의당에 대한 실제 지지율로 보기 어렵습니다. 3월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0% 내외에 머물렀습니다. 당시 비례의원 후순위를 배정받았던 김근식 같은 사람은 비례 10번 이후는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비례순위를 반납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얻은 26.74%는 국민의당에 대한 순수지지율이 아니라, 더민주의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국민들의 표심에 의해 빚어진 어부지리였을 뿐입니다.


민주당의 중도론을 심판한 호남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광주의석의 100%를 국민의당이 석권하고, 전라남북도를 통틀어 민주당을 완전히 꺾은 것을 온전히 표심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호남지역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이 사실상 지난날 호남지역의 토호, 기득권 세력과 결탁했던 구태정치세력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호남 민심이 보수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민심은 결코 스스로 보수화되지 않습니다. 만일 호남지역에 국가의 대의에는 관심 없이 권력에 빌붙어 돈이나 벌자는 심리가 횡행하였다면,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을 논하기 전에 먼저 새누리당의 득표가 전반적으로 늘어났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야말로 기득권의 권력과 특혜의 근원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기간 호남지역의 새누리당 득표는 8.4%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는 호남민심이 권력과 기득권을 추구한다고 전혀 볼 수 없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더민주당입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더민주당은 안철수 김한길 체제, 그리고 총선을 앞둔 김종인 체제에서 언제 한 번 새누리당과 시원스럽게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무책임한 중도론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통합진보당이 숙청당했으니 개혁적 국민들은 어차피 우리 민주당을 찍게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욕을 좀 얻어 먹더라도 중도노선을 표방해 중간층의 표를 얻자” 이것이 민주당의 전략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이런 중도노선은 대정부 투쟁을 스스로 포기해버려 국가정치 전반의 우경화를 낳습니다. 야권이 비판을 안하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나라를 더욱 후퇴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민주당의 중도론은 국민들의 삶을 고통의 나락으로 내몬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는 기회주의 전략입니다.

중도론에 심취한 민주당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기 의석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수권정당에 걸맞게 나라를 책임지려는 모습이 없이 잔머리 굴려 대권을 손쉽게 슬쩍하려는 민주당의 장사치 행보에 호남민심은 과감하게 침을 뱉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되었는데, 20대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호남공천경쟁률이 1.51 대 1로 19대 총선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에 민주당은 총선정국에서 호남공천까지 무책임으로 일관해 원성이 폭발하였습니다. 민주당 조사결과 호남현역의원들에 대한 민심의 반감이 높다고 해서 급이 맞지 않는 정치신인을 무리하게 들이밀었던 것입니다. 정치신인 양향자를 천정배의 대항마로 내세우고 ‘청년DJ’라던 정준호가 문재인 대권 불출마를 요구하며 3보 1배를 벌였던 모습은 호남민심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은 결국 민주당의 중도론, 김종인 체제의 공천 참패에 대한 반사이익이었을 뿐입니다.


가시밭길 국민의당

4.13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안철수 대표의 얼굴은 결코 밝지 못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이제 ‘안철수의당’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안철수와 호남의당’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이 석권한 호남지역의 23석도 따지고 보면 안철수 대표가 데려온 ‘안철수의 사람’이 쟁취한 것이 아닙니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민주당을 뛰쳐나간 구민주계 후보들이 호남지역에 대거 출마한 결과였습니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는 안철수의 정치가 아니라 자기정치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정권교체’이지 ‘안철수의 부상’이 아닙니다. 대선국면이 다가오면 국민의당은 안철수와 호남의 치열한 내부갈등이 불가피합니다.

애매모호한 안철수의 ‘새정치’로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호남민심을 이끌 수 없습니다. 호남민심의 최대관심사는 당연하게도, 2017년 대선입니다. 호남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중도론에 거센 회초리를 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딴 식으로 대선을 그저 먹으러 해서는 2017년 대선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개혁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호남의 열렬한 정권교체, 대한민국 개혁 민심에는 안철수 식의 야권끼리 싸움, ‘김빠지는 단일화’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4.13 총선의 결과는 2017년 대선정국에서 안철수의 ‘김빠지는 단일화’에 족쇄를 채운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안철수가 반박근혜 행보를 멀리하고 반민주당 행보만 지속한다면 국민의당은 차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호남민심에 의해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끝>

우리사회연구소 / 곽동기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