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7시간’과 이상호 ‘정직 6개월’ 결국 사표
耽讀 기자 | 등록:2016-05-04 08:35:54 | 최종수정:2016-05-04 08:40:08


▲이상호 기자 한겨레

“나이가 들수록 둘째 줄의 의미를 자꾸 생각하게 돼요. 가장 비겁한 게 둘째 줄인 데, 기자는 직업적으로 둘째 줄에 설 수밖에 없어요. 첫째 줄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동 환경과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할 때, 기자는 아무리 훌륭해도 그걸 전하는 둘째 줄밖에 못 되니까요. 남의 삶을 통해 말하는 거간꾼에 불과하죠. 20대 때부터 한열이 형의 삶을 반추하다가 2003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배달호 열사를 취재하면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 내가 첫째 줄에 서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둘째 줄에서는 비겁해지지 말자!”(258쪽)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되었던 인터뷰 ‘김두식의 고백’ 가운데 서른 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른 길이 있다>(한겨레출판)에 나오는 글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기자는 ‘부당해고 → 대법원의 해고 무효판결 → 복직 1개월 만에 6개월 정직 재징계 → 복귀 뒤 다시 6개월 정직’을 당한 MBC 이상호 기자입니다. MBC는 지난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2일 통보했습니다. 징계 사유는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구조 실패 책임을 묻는 내용의 <대통령의 7시간> 다큐멘터리 제작과 방송사를 비방하는 SNS 활동 따위입니다. 

MBC는 “회사가 부여한 자신의 위치와 자격을 망각한 채 구성원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이상호와 같은 어떤 유형의 발언과 돌발행동에도 당당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호 기자가 자신의 위치와 자격을 망각하고, 구성원 결속력을 어떻게 저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기자로서 박근혜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막거나 징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압에서 이상호 기자를 지켜주는 것이 MBC가 할 일입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대통령 7시간’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치부를 취재하고, 제작하는 것은 민주정부에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박근혜 7시간’은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정권이 대통령 7시간만 나오면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MBC는 권력편에 서서 이상호 기자를 징계했습니다. 언론사로서 자기 사명을 저버린 행위입니다. 이상호는 사표를 내고 결국 평생을 몸담았던 MBC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