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분석] ① 레임덕을 알리는 새누리의 내분
곽동기 기자 | 등록:2016-04-29 11:26:25 | 최종수정:2016-05-02 08:52:00


4.13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를 인정하며 4월 26일, 국회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지지를 회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총선 패인 분석 및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보고서의 내용이었을 뿐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를 자처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친박계’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려 있는 ‘비박계’로 나뉘어 난타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친박 vs 비박의 난타전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서울 강남갑)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했던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3보 1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말만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죄하라”며 2선 후퇴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Jtbc>는 이종구 당선자가 친박 책임론의 근거로 ‘진박 마케팅’을 비판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진짜 친박” 또는 “진실한 친박”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초년생들인 정종섭(대구 동갑), 추경호(대구 달성) 등 후보를 박근혜 대통령 마음대로 꽂아 넣은 결과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는 것입니다. 이종구 당선자는 두 번째로 경제파탄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최경환 의원의 ‘초이노믹스’가 잘못돼 국민들이 투표로 우리를 심판하지 않았느냐”며 “이 모든 잘못의 중심에 최경환 의원이 있다”고 맹비난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우리(새누리당) 모두의 잘못”이라며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총선 참패와 관련, “주연은 김무성 전 대표이고, 조연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를 그대로 겨냥하였습니다. 김태흠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당론으로 밀어붙였는데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야반도주한 것 아니냐”며 세간에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이른바 ‘옥새파동’을 비난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 전에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화합을 강조한다며 언론을 불러다놓고 최고위원들이 비빔밥을 비벼먹는가 하면, 심지어 선거운동 기간에는 비박계를 대변하는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를 대변하는 최경환 의원이 서로 끌어안고 포옹을 하며 온갖 생색을 다 내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니 삿대질에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이 선전했던 화합은 총선에서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연출한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제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는 20대 국회의 당지도부 구성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태세입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심판하며 “겸허한 반성과 자성”을 요구하였는데, 새누리당은 벌써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비박계 목소리가 커진 이유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에서 갈등이 불거지게 된 것은 이른바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진 반면, ‘친박계’의 목소리는 쪼그라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박계’의 대표격인 김무성이 새누리당 대표로 총선을 치르었는데도 선거책임자인 김무성 심판이 아니라 친박계 심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총선의 민심이 바로 ‘박근혜 심판’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박근혜 대통령이 두려워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할 대신 ‘친박계 책임론’으로 우회비판하는 것입니다. 이는 새누리당이 ‘총선 패인 분석 및 지지 회복 방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데서 명백히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 책임론’으로 반대여론이 분출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청와대로 확산되어 결국에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질 수밖에 없습니다.


달라질 새누리의 선거풍토

이번 4.13 총선에서 확인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 아니란 것입니다. 수도권 참패보다 더 아픈 것이 대구와 부산에서의 지각변동입니다.

이제 새누리당의 선거풍토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껏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명함으로 돌리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홍보하는 것으로 선거유세를 벌였습니다. 오죽하면 이번 총선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반성의 절을 올리는 흉내를 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참패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의 보증수표’가 아니라 ‘낙선의 보증수표’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다음 선거부터는 새누리당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주눅이 들면서, 비박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그 단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다음 선거는 바로 2017년, 대통령 선거입니다.


대선구도가 붕괴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대권정국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이번 4.13 총선에서 국내의 유력 대선주자가 모조리 퇴출당하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치 재기를 꿈꾸며 종로에 출마했던 오세훈 후보가 낙선하였고 김무성 대표도 총선 참패 국면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지난날 친이계였다고 하는 김문수 후보는 대구에서 낙선해버려, 대권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에는 남아있는 대권후보군이 없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은 대권인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그도 올해 연말까지는 유엔사무총장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입니다.

대선이 다가오는데 대선후보가 없는 현상. 이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들은 일종의 절대권력을 추구하다 총선정국을 말아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방식에 더욱 큰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은 본격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확연해졌다.” 이것이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입니다. <계속>


우리사회연구소 / 곽동기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