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본 소고 (小考) ① 여당편
이진우 기자 | 등록:2016-04-18 10:14:13 | 최종수정:2016-04-18 10:52:38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대참패이고, 야권의 대압승이다. 왜 ‘대참패’와 ‘대압승’이라는 표현을 썼냐고? 그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정작 투표한 유권자들도 화들짝 놀랐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참패’와 ‘압승’이라는 단어가 수많은 내면의 문제점들을 덮어버린 다는 데에 있다.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끼고 있지만 이제부터 가야 할 길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당과 야당으로 나눠서 한번 짚어보려 한다.

이번에 새누리당 확실하게 매 맞은 거 맞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입장에서 볼 때 그닥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잘못된 공천으로 더민주에게 제1당의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상황이다. 당장 오늘 무소속 탈당파들을 복당시키겠다고 하지 않아? 무소속 당선자 11명 중 야권으로 분류되는 4명(이해찬, 홍희락, 김종훈, 윤종오)을 뺀 나머지 7명을 복당시키면 129석으로 더민주에게 앞서게 된다. (더민주가 이해찬과 홍희락을 복당시키더라도 125명에 그친다. 김+윤은 옛 통진당이므로 복당 불가.)

역시 새누리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이익단체에 더 가깝다. 선거 직전까지 복당 절대 안 된다… 복당하겠다… 대놓고 싸웠으면 하다못해 일주일이라도 서로 버텨줘야 하는데, 국회의장 1자리, 국회부의장 1자리, 사무총장 1자리, 그리고 여러 개의 상임위원장 및 특위위원장 자리가 날아가게 생기니까 반나절도 안 되어서 곧바로 복당에 합의해버렸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자기들 공통 밥그릇이 위험에 빠지니까 친박과 비박이 신속하게 손잡고 움직이고 있다. 마치 일제 치하 중국의 국공합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차기 대권에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새누리당 의원들인데 대권잠룡이 모두 동시에 죽어버렸다. 김무성은 선거참패의 당사자다. 그러니 뱃지를 달았어도 더 이상 대권주자로 아무도 봐주지 않을 거다. 그리고 오세훈, 김문수, 이재오, 임태희, 김태호 등은 모두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아하! 유승민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구에 갇혀서 스스로 무소속 바람을 꺼버리고 혼자 살아남았으니 이것도 글러먹기는 마찬가지.

오우! 반기문이 아직 남아있다고? 근데 반기문이 총맞지 않은 이상 지금처럼 폐허로 변한 새누리 집구석에 왜 기어들어 오겠어?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레임덕에 가속도가 붙었는데, 그런 그녀를 믿고 망해가는 새누리당에 도대체 왜? 그러니 이제 ‘반기문 대망론’은 새누리당의 짝사랑일 뿐 당사자는 요만큼도 생각 없을 거다. 도리어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상승세에 있으니 확률 더 높은 것 아니겠어? 지금쯤 반기문은 엄청나게 눈 굴리고 있을 거다.

잠시 장외에 머물러있는 남경필, 원희룡, 홍준표도 잘 나가는 당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얹혀서 갈 수 있는 사람들 될 수 있지만, 망해가는 당을 끌어갈 만큼의 내공과 폭발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다시 말해 당의 구심점이나 당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러니, 이들도 지금은 눈 굴리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당 내부에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는 거… 이거 집권여당에서는 처음 겪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물론, 야당에서는 10년 전 이와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도 독선과 고집을 부리다 보니 차기 대권주자가 만들어질 일도 없었고, 간신히 만들어졌다고 한들 남아날 방법이 없었다.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추미애, 천정배 등이 모두 그렇게 망가져 갔다. 오죽했으면 정권 말기에 남의 집 식구인 손학규를 영입했겠는가? 결국 이것이 역사에 길이 남을 500만 표 차이 대패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지금 새누리당 상황이 딱 그 때와 비슷하다. 어쩌면 이런 것까지 박근혜가 노무현을 닮았는지…

그렇다면 차기 대권주자가 없을 때에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래서 이들도 엄청나게 눈을 굴릴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 원 구성, 그리고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정기국회, 국정감사,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등에서 안철수가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 안철수가 차기 대권주자 1위로 대략 25% 정도 지지율로 올라서는 것은 거의 시간문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최소한 올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아마도 새누리당 의원들 중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하는 사람 여러 명 나오게 될 것이다. 안철수 입장에서도 호남당 및 좌파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새누리당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서로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변수는 또 있다. 과연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이 주문하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화합과 소통의 정치로 바꿀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지금 표면적으로는 집권여당이 엄청 쫄려있고 흥망이 걸려있는 위기 같지만 실제 내부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아직까지 국민의당과 더민주 사이의 갈등과 오해의 진폭은 상당히 크다. 그러니 안철수를 잘 꼬시고 설득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의도대로 끌고 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더욱이,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통 크게 양보해서 국민의당을 내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사실상의 연립여당처럼 정국을 끌고 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중심 인물과 친박이라는 확실한 결집력을 가진 집단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는 박근혜에 필적할만한 상징성과 중력을 가진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친노는 123석을 가진 거대 야당을 그대로 끌고 가기 위해 전면에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의 손과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종인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 진영은(총선까지는 친노와 협력적 공생관계였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한 적대관계가 될 것이다.) 당권 장악 및 차기 대권 창출을 놓고 친노와 전면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직계와 호남 탈당파 간 화학적 결합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과연 일사불란하게 안철수 대표의 말대로 움직여줄 지 미지수다.

이처럼 야권 내부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130석도 안 되는 의석임에도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회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2000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이회창이라는 거목이 야당에 있었다. 1996년 여소야대에서는 김대중과 김종필이, 그리고 1988년 여소야대에서는 김영삼, 김대중과 김종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여소야대에는 문재인과 이해찬도 장외로 나가 있고, 오직 안철수만 정치 초년병으로 홀연히 선봉에 서 있다. 과반수를 가진 야당의 무게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와 안철수의 강공 드라이브가 정면으로 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이 대목에서 안철수의 정치력이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과연 안철수는 박근혜의 레이저 광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힘으로 관철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저 지독한 박근혜 마저도 눈 녹듯이 녹아내리도록 설득과 타협의 묘를 살릴 수 있을까? 적어도 안철수가 여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동안만큼은 ‘문재인 대안론’도 ‘반기문 대망론’도 한동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 되면, 그때 모두가 그를 물어뜯을 거다.

(야당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글로 올립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