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보복공천 그 이후…
이진우 기자 | 등록:2016-03-26 10:08:15 | 최종수정:2016-03-26 10:09:39


여야 각 당의 공천을 키워드 별로 정리해보니, 새누리당은 ‘보복공천’, 더민주당은 ‘코드공천’, 그리고 국민의당은 ‘나눠먹기공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새누리당은 2008년, 2012년에 이어 3회 연속 ‘보복공천’ 행진 중이고, 더민주당도 3회 연속 ‘코드공천’인데 코드 내용은 (친노=>범친노=>신노)로 진화(?)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차르공천’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언론은 ‘옥새 파동’을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갑작스럽게 마치 민주투사라도 된 듯이 행동하는 김무성도 황당했지만, 이토록 어이없게 허를 찔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친박계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와 같은 국보급 코미디가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15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의 공천시스템이 허접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죠. 어이가 없지요.

김무성 대표는 ‘옥새 파동’의 계기가 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꼭 경선을 해야 하는 지역 161곳 중 141곳에서만 경선이 진행돼 100% 국민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도 팩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경선이 치러진 141곳 중 그 어느 곳도 여론조사 진행 과정과 결과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100% 국민공천 맞나요?

왜 여론조사 진행 과정과 결과가 공개돼야 하냐고 묻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본래 여론조사라는 것이 질문내용, 후보순번, 조사방법, 응답률에 따라 상당히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공직선거법이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100% 국민공천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박계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최대한 많이 공천하려면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여론조사와 관련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 지역별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진행과정을 설계하면 됩니다. 그러고도 여의치 않으면 오차범위 안에서 보다 적은 확률이 현실이 되도록 여론조사를 여러 번 돌리면 되지요. 이른 바 될 때까지…

김무성이 말한 141개 지역 대부분이 이와 같은 메커니즘 속에서 경선이 진행되었습니다. 억울하게 경선에서 배제되고, 정치보복 당한 사람들 때문에 경선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묻혀버렸지만, 사실 정당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조사기관이 어떤 조사방법으로 어떠한 결과를 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당의 발표만 믿고 당락에 승복해야 한다… 참으로 희한한 국민공천 제도입니다.

더 큰 코미디는 이른바 ‘전략공천’입니다. 유승민, 이재오, 임태희 등 눈엣가시 정치인들은 물론, 이들과 가까운 정치인들까지도 싹쓸이 형식으로 경선에서 배제했습니다. 왜 그랬냐구요? 아무리 여론조사에 개입하고 될 때까지 돌리고 또 돌려도 더블스코어 가까이 되는 격차를 도저히 좁힐 수 없었기 때문에 아예 대놓고 경선조차 못 가게 컷오프 시켜버렸습니다. 그 의도와 과정이 너무 속보였기 때문에 반발이 거셌고, 김무성에게까지 빌미를 준 거지요.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분당을에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전과기록이 4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오더군요.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그 내용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사기죄, 방문판매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음주운전입니다. 국가보안법/집시법/언론기본법 등 시국 사범도 아니고, 폭행죄 등 한때의 젊은 혈기 때문에 벌어진 것도 아닙니다. 모든 범죄가 남에게 심대한 폐해를 끼치는 ‘생활형 잡범’ 수준의 행동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공천을 받았을까요? 눈엣가시인 임태희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지요. 권력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릴 수밖에 없지요. 오늘 당사자가 페북에 이를 해명하는 글을 올렸는데, 아무리 논리적으로 수용하고 싶어도 사기, 방판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대해 수긍하기가 어렵더군요.

오죽하면 김무성의 ‘무공천’ 주장에 대해 친박 지도부가 타협했겠습니까? 그 불씨가 계속 번지다 보면 ‘보복공천’이 이루어진 곳 이외에 정상적(?)으로 경선이 치러진 곳에서도 이의 제기와 불복선언이 봇물 터질 수도 있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명분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두 당사자가 서둘러 합의할 수밖에 없지요. “고뇌에 찬 결단”이라구요? 정말 개뿔입니다.

그나저나 이러고도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넘으면 그건 또 하나의 기적이자 기네스북에 등재되어야 할 엄청난 사건입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