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철수의 정치개혁이 공허하게 들릴까?
정당제도 개혁… 결국은 개헌을 통한 정치와 정당 전반 개혁이 필요
이진우 기자 | 등록:2016-03-07 09:07:54 | 최종수정:2016-03-07 09:08:44


한국의 정당은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있다. 정당 구조와 운영이 도무지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정당은 정강채택, 예비선거, 후보선출 등 중요한 정치 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른바 오픈플랫폼 정당이다. 그러다보니 예비선거와 후보선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기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당비와 정치기부금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만 두고 있기 때문에 정당 운영을 위한 모금에 큰 문제가 없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소수정당 없이 양대 정당 체제로 운영되어 왔기에 사람과 돈을 끌어 모으기가 쉽다. 그러니 당연히 국가가 나설 이유가 없다.

독일의 정당 제도는 미국과 상당히 다르다. 우리와 비슷하게 국고보조금이 있다. 하원 선거 및 유럽의회 선거에서 총 유효표의 0.5%이상, 주 의회 선거에서 총 유효표의 1% 이상을 득표한 각 정당은 득표수 4백만 표까지는 매 득표 당 매년 85센트(Cent)를, 4백만 표 이상의 득표에 대해서는 매 득표 당 매년 70센트를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의 국고에서 지원한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소수정당을 보호하기 위해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유효 표를 기준으로 국고 지원을 하지 않고 의석수 기준으로 한다. 절대적으로 소수정당에게 불리한 구조다. 제도의 취지와 정반대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선거제도 자체도 소수정당의 출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소수정당이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그리고 현재와 같은 비례대표제 운영이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고 총 의석수에서 비례대표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그나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지역구 의원의 1/4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모든 선거제도 를거대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 소수정당의 출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놓고 소수정당 보호를 위한 정당 국고보조금을 이들 거대 정당에게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왜 이런 기형적인 정당 구조가 만들어졌을까?

현행 헌법 기조라고 할 수 있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이 철저하게 양대 정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여당에 비해서 정당 운영이 절대적으로 어려웠던 당시 야당이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의 개선 및 확대 속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했고, 김영삼‧김대중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를 노렸던 여당은 국고보조금 도입을 약속하는 대신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불발을 관철시켜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선거제도와 정당운영에 있어서 소수정당이 아닌 기존 거대 정당의 기득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원칙과 일관성이 유지될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우리의 정당 제도와 그 출발이 비슷한 독일 정당의 경우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당 기부금이 전체 재정에서 대략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 정당의 경우 여야 할 것 없이 재정의 절대적 비중을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미미하고 외부 기부금을 정당이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원 및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만일 독일 정당이 정체성 훼손과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다면 당비와 기부금이 급감하여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의석수만 그대로 유지하면 국고보조금이 차곡차곡 들어오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당을 떠나고 국보위 출신 김종인이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 독일에서 벌어졌다면 그 정당은 아마도 간판을 내렸을 것이다.

지금 안철수는 기존 여야 기득권 정당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제3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제3의 기득권 정당을 또 하나 만들어달라는 것처럼 들린다. 진정으로 거대정당 카르텔을 깨고 싶다면 제3당 뿐만이 아닌 제4당, 제5당, 제6당까지도 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고,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방식도 의석수가 아닌 득표율 기준으로 바꿔야 하고, 정당 운영에 있어서 당비와 정치기부금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올려야만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정당을 기득권 속에 편입시켜 줄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닌 모든 소수정당과 소수자의 권익을 대표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진짜로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정의당, 녹색당 등과 연대하는 것이 도리어 명분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철수가 주장해온 것을 보면 일관성도 없고, 콘텐츠도 방향성과 디테일이 결여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개헌에 대해 우리는 4년 중임제냐, 이원집정부제냐, 내각제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기존 5년 단임제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선거제도와 정당운영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 ‘소수정당 지원’ 이라는 그 제도적 취지에 맞게끔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소수정당의 출현이 용이하도록 해야 하고, 기존 선거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 차라리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를 폐지하여 미국처럼 오픈플랫폼 형태의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쪽으로 안철수는 이제라도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그의 정치개혁의 핵심은 87년 체제의 해체 및 소수정당 출현을 위한 새로운 체제 구축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정치에 대한 생각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당이 당원과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기를 바란다면 나도 정치와 정당에 그만큼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정당도 당비와 정치기부금의 비중이 독일 수준으로 40%까지 높아진다면 당연히 당원과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결국 정당 국고보조금이 국민이 낸 세금이니 그것으로 국민을 잘 모셔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맞는 이야기일 뿐 정당과 정치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기왕이면 안철수가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 폐지 및 당비와 기부금 중심의 국민정당을 스스로 실현하겠다고 앞서나갔으면 좋겠다. 현재와 같은 기형적 정당 제도를 그대로 놓아둔 채 아무리 정치개혁을 외쳐봐야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은 첫째도 정당개혁이고 둘째도 정당개혁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기형적으로 만들어진 1987년 체제를 헌법 개정을 통해 완전하게 바꾸는 것이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