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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이야기 3
고이나,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 560 소송단 및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시민위원
일곱째별  | 등록:2018-04-12 14:51:16 | 최종:2018-04-12 15:54: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올해 탈핵 인물 르포를 연재하기로 했다. 인물 선정 기준은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 중 마음 가는 한 사람 한 사람씩이다. ‘탈핵 어워드(Award) 100인’이 있다지만 유명한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도 다른 소개의 문이 넓고, 인터뷰 경력 20여 년이지만 이제는 한두 번의 만남으로 누군가에 대해 쓰는 건 지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 소송
신고리 5·6호기 건설취소 소송은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일반시민 559명을 모집해 그린피스 포함 560인의 국민소송단을 구성하고 2016년 9월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건설허가 승인 과정에서의 적법한 안전성 평가 결여, 주민 의견 수렴의 미비함, 지진 위험성 평가의 미흡성 등이 소송 근거였다. 이후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건설재개 결정이 났지만 건설 허가 때부터 제기된 안전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짓더라도 안전하게 제대로 지어야 하지 않겠나. 만약 끝까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건설을 재고할 수도 있지 않은가.
 
2017년 6월 29일 첫 행정재판 이후, 처음 참석한 8월의 2차 공판 뒤풀이 자리에서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말간 얼굴의 젊은 엄마와 세상이 그저 즐거워 보이는 포동포동한 아이는 누가 봐도 예쁜 커플이었다. 그들은 매달 공판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미시족처럼 보이는 엄마는 세련된 패션의 특이한 완성처럼 휴대용 도시락을 갖고 다녔는데 아이를 위한 친환경농산물 간식이었다.  
 
한글이라 더 예쁜 이름의 고이나 씨는 ‘한살림’과 ‘탈핵’ 관련 파워 블로거였다. 그 블로그에는 한 살림 물품 소개와 이유식부터 유아식까지 계절별 절기음식 및 제과제빵, 이태리 음식 등이 조리법과 함께 예쁜 사진들로 소개돼 있다. 1일 방문자수 과거 7000~현재 2000여 명은 경악할만한 숫자였다. 나보다 열 살쯤 적지만 사회성이나 대인관계 능력은 열 배쯤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입시학원 수학 선생님이었던 이나 씨는 그린피스에 560 소송단 재판 참관기에 자신을 숫자로 설명했다.
 
“쓰리마일 섬 핵 발전소 사고가 난 1979년 겨울에 태어났고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가 난 1986년 초등학교 입학을 했으며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가 난 2011년 임신과 출산을 했다.”

이어서 고이나 씨의 탈핵 운동을 연도별로 정리해 본다.

2012년, 한 살림 조합원 가입과 친환경 먹을거리 이용은 자연분만과 모유수유에 이어 일관성 있는 생활의 연장이었다.
 
2013년 가을, 친환경 농산물 방사능 검사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는, 방사능과 관련된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은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가입. 육류는 원래도 잘 먹이지 않았지만 방사능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후로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 해산물도 차단하기 시작했다.   
2014년 말, 아이가 세 돌 지나면서 오프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1월, 일본수산물 수입 반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2월 27일 새벽 1시) 반대 시위 등 탈핵 카페 회원으로서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함께 외교부 앞에서 “일본 수산물 수입 반대” 1인 시위를 했고,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회원이 되어 관련 행사에 줄곧 참여했다. 이나 씨 곁에는 늘 아들 한울이가 있었다. ‘한 울타리’라는 뜻의 한울이는 여느 아이들이 서너 살부터 가는 교육 기관 대신 엄마의 활동현장이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교육비 보다 식비에 비중을 더 두는 엄마와 사는 아들의 삶이었다. 
 
2016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기 시작했는데, 첫 방청 안건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6월 9일)’였다. 9월 12일에는 117번째 원고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 소송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경주에 5.8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2017년, 취학 전 딱 일 년 동안 한울이는 유치원에 다녔다. 그래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취소 소송에는  꼭 나왔다. 우리는 8월 17일, 9월 28일, 11월 9일, 11월 28일, 12월 21일에 만났다. 한울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8년 2월 1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이자 신고리5·6호기 건설취소소송의 원고 측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는 한울이에게 선물을 주었다. 최연소 공판 참관인의 성실성에 대한 감사와 칭찬에 나머지 어른들은 기쁨으로 반응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취소 소송단과 참관인들 / 참관상 받는 한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거부
2018년 2월 22일, 원안위 회의가 있던 날 방청하러 온 고이나 씨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날 후쿠시마 8개현 28종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패소했다. 다음 날인 2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일본산 식품 수입 강요하는 세계무역기구(WTO)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날 저녁, 딸이 좋아하는 꽁치 김치찜을 하는데 아이에게  해산물을 먹이지 않는다던 이나 씨 생각이 났다. 명태, 고등어, 대구에 방사능 수치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일본이 수입 금지를 풀라며 제소한 28개 품목에는 전복, 날개·눈·참·가·황다랑어, 금눈돔, 멸치, 청새리상어, 악상어, 첨연어, 멍게, 방어, 살오징어, 전갱이, 정어리, 참굴, 가리비, 청·황새치, 밤나무·참·대문어와 꽁치가 있다.

▲고이나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시민위원

2018년 3월 8일 목요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WTO패소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방안은 무엇인가?> 긴급 토론회가 있었다. 마침 이 날은 ‘세계 여성의 날’이라 국회 세미나실이 몹시 붐볐다. 송기호 변호사와 원안위 위원인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이 발제를 했다. 놀라운 것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유출을 공식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도쿄 전력은 2014년 8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매일 태평양으로 스트론튬 50억 Bq(베크렐) 방출을 발표했고, 매일 세슘137 20억Bq, 삼중수소 10억 Bq을 배출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오염수 유출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9일, <일본산 식품 방사능 대책 및 임시 특별조치>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모든 품목 수산물 수입금지,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 미량 검출 시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 검사증명서 요구, 세슘 기준치를 370Bq/kg에서 100Bq/kg으로 강화했다. 이것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데 오염원인국인 일본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을 금지하는 중국(10개현), 대만(5개현), 미국(14개현 일본의 출하제한 품목), 러시아(7개현 수산 제품), 싱가포르(후쿠시마 수산물) 등 9개국 중 우리나라만 자기네 수산물에 차별적 조처를 한다며 오염수산물을 수입하라고 2015년 5월, WTO에 제소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우리 정부는 민간전문가위원회 활동을 중단하고 WTO 제소대응 관련 계획이나 활동 내용을 공개한 바가 없다. 우리는 그 사이 두 정부를 겪고 있다. 제소일로부터 60일 안에 상소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긴급토론회

3월 15일 목, 이나 씨 두 번째 인터뷰 날을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회의가 있었다.  네 시간 여 회의 끝에 김혜정 위원장의 참석과 더불어 일사천리로 기자회견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3월 17일 월 오전 11시 일본대사관 앞,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촉구 기자회견> 날은 몹시 추웠다. 소녀상 뒤에 나란히 선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회원들 중 갓 백일 된 아기를 안고 나온 엄마도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수습이 완료되지 못했고 매일 방사성 오염수 수백 톤이 해양으로 유출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경기를 살리겠다고 후쿠시마 수산물을 먹는 퍼포먼스도 감행했다. 자국민도 불안해서 먹지 않는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수입 거부하는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하고 자기네 수산물을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최종 확정이 되어 상소 후에도 우리나라가 패소하게 되면 우리는 일본산 방사능 오염 수산물을 밥상에 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촉구 기자회견 / 방사능 수산물 먹이는 아베 총리 퍼포먼스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세상
나는 2000년에 태어난 둘째아이의 태열이 아토피인 줄 알고 그 해부터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이용했다. 건강을 위한다는 1차 목적과 우리 땅, 우리 농민을 살린다는 2차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틱낫한 스님의 <화>를 읽고는 실업기간에도 값싼 음식을 많이 먹기 보다는 좋은 음식을 적게 먹겠다고 버텼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로는 대한국민의 자존심 때문에 미국산 소고기는 먹지 않았다. 2016년 여름부터는 윤리적 채식주의를 실천해보겠다고 비윤리적 축산과 도살을 하는 육류섭취를 줄이고 덩달아 유전자 변형 식품(GMO) 수입밀도 되도록 먹지 않았다. 체질적으로 육식을 싫어하는 게 아니니 식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밖에서 누군가와 밥 한 끼 먹기가 영 곤란하다. 그런데 그나마 먹던 수산물에 방사능 오염 식품이 첨가된다면 무얼 먹어야 하는가? 뭇사람들은 없어서 못 먹지, 복에 겨워 이것저것 가린다고 빈정댈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치자. 아무 거나 많이 먹지 않으니 식비가 오히려 적게 든다는 변명은 그만두고라도 어차피 국내산 위주로 먹는 우리집은 원산지 세탁이 되지 않는 이상 괜찮을 것이다. 수산물을 먹지 않는 한울이네도 무사하다. 정작 일본 수산물 수입 반대 운동을 하는 엄마들은 방사능과 GMO, 농약, 화학 첨가물에 민감하여 각자의 기준에 따라 최대한 가려 먹이려는 이들이라 방사능 오염 수산물이 수입되어도 그에 따른 피해에서는 비교적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건 내 가정만 위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건강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고 경제수준이나 그 외 수치상 나은 조건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일본산 방사능 오염물을 먹을 수 없다. 내 아이를 비롯한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인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오염 원인국이면서 자국의 수산물을 다른 나라에 먹으라고 강요하는 저 강대국의 압력을 참을 수 없다. 그러므로 고이나 씨와 나, 그리고 우리는 온 몸으로 이 폭압을 거부할 것이다. 국가는 WTO 상소 대응을 위한 국회 및 정부 특별대책기구 및 민관합동대책기구 구성 및 조사 활동과 시민 의견 수렴 기구를 마련해야 하고, 이나 씨와 친구들은 지금처럼 기자회견 및 강연 참여, 인터넷 홍보 등 시민감시단 역할을 할 것이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저항할 것이다. 철학자 피터 싱어는 윤리적 채식주의가 개인적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도덕적 선택일 뿐 아니라 가장 사회적 파괴력이 큰 소비자 불매운동이라고 했다.

▲YWCA 제200차 탈핵캠페인 / 독일 지구의 벗 BUND 초청강연회

3월 18일 화 정오, YWCA 제200차 탈핵 캠페인이 있었다. 
2014년 3월 11일 이후 매주 화火요일(불의 날)마다 YWCA가 전국에서 탈핵 캠페인을 해 온 지 4년 만이었다. ‘정의로운 에너지 시민의 힘으로’라는 주제로 2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고이나 씨를 포함해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시민위원 두 분도 참가했다. 발언과 공연과 행진으로 이루어진 ‘흥겹수다! 탈핵 한마당!’은 점심시간을 거쳐 독일 지구의 벗 BUND(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 리차드 메르그너 부회장의 <“독일에서 배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 강연으로 이어졌다. 독일은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40년 동안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핵에너지 반대 운동을 해 왔다. 이에 독일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2011년 여름에  8개의 핵발전소 즉각 폐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22년까지 핵에너지 완전 폐지를 목표로,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력 회사들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20년 간 관세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태양열, 지열,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까지 얼마든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 핵 발전은 이미 우리 통제선을 넘었다. 경주와 포항의 지진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게다가 핵폐기물 처리는 전 지구적 골칫거리이다. 문제는 탈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이다.
 
마지막으로 고이나 씨에게 왜 탈핵 운동을 하냐고 물었다.
“내 아이와 내 아이가 만날 친구들을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한 사회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내 아이가 남의 아이이고 남의 아이가 내 아이가 되는 세상,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키겠다는 엄마들의 마음이 핵발전소 없는 세상으로 지구를 지킬 것이다.

길목협동조합 소식지 ‘길목인’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489&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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