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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20~40대에게 달렸다
이진우  | 등록:2017-01-09 08:47:00 | 최종:2017-01-09 08:48: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면서 두 가지 소명을 하늘로부터 받습니다. 하나는 부모로서 자식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후진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수명이 60살이던 때를 기준으로 대략 3등분하면, 처음 20년은 스스로를 갈고 닦는 데에 힘을 쏟고, 중간 20년은 자식을 양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지막 20년은 사회 선배로서 후진을 양성하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죠. 고려시대에도 그러한 전통이 이어졌고, 조선시대에도 그러했고, 우리 산업화와 민주화가 한창이던 시절에도 그것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 김영삼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많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재를 많이 키워냈다는 점입니다. 이병철이 없었다면 진대제와 이윤우도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주영이 없었다면 그의 분신인 이명박도 이계안도 없었겠지요. 박정희를 통해 박태준, 신현확, 김종필, 최규하 등이 빛을 보았고, 김영삼을 통해 노무현, 이회창, 이인제, 김무성 등이 정치 무대로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물론,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의 기적’이라는 대단한 업적이 있지만 사람을 키워낸 것도 이에 못지않은 업적입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이와 같은 일이 멈춰버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앞서 나간 개척자와 선배들이 후발주자와 후배들을 견인해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합의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갈고 닦는 데에 20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30년이 걸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부모들 또한 40대가 아닌 60대까지 자식을 양육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결혼을 하면 대략 20대 후반인데 자녀가 30대 초중반이나 되어야 결혼하고 독립할 수 있으니 60년간 스스로와 자식에게만 전적으로 올인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무릇 선비라는 자는 40년간은 수신과 제가에 힘쓰고 마지막 20년은 치국평천하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거지요. 그런데 60년이라는 세월이 수신과 제가를 하는 데에도 턱없이 벅차고 부족한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아득하지요. 물론 수명이 30년 가까이 늘어났으니 60대 이후 30년간 치국평천하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50대 후반 혹은 60대 초반에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후진 양성을 할 의지가 혹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직장을 떠나면서 후진들과 격리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10년간 어느 누구도 치국평천하를 하지 않음으로써 빚어지는 부작용들이 이제 서서히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임원들이 대리·주임·신입사원 등 후진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너 혹은 창업자들도 차장·부장 등 실무책임자들을 독려하거나 배려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도 장관과 차관이 사무관들을 양성하지 않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지도부가 젊은 의원들을 챙기지 않습니다.

지난 1992년(15대 국회)부터 2004년(17대 국회)까지는 전체 국회의원 중 연령이 30~40대인 의원들의 비중이 25.0%에서 45.9%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대리~부장에 해당하는 실무 중심계층의 비중이 국회에서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죠. 50~60대의 중진 국회의원들이 잠재력 있는 후진들을 열심히 발굴하고 양성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2008년 (18대 국회)와 2012년(19대 국회)에는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4년 전과 비교해서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한 26.4%로 뚝 떨어집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27.6%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야가 청년 비례대표라는 인위적인 제도를 만들어 30~40대 6명을 비례대표로 뽑은 것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대단히 큽니다. 과거에 비해 20~40대들에게 기회의 문이 닫혀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너와 창업자들이 열심히 후진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의 젊은 CEO들을 발탁해야 하고, 50~60대 CEO들 또한 열심히 후진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발탁해야 합니다. 정치권 또한 열심히 후진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30~40대의 젊은 의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작업들이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고 있지요.

요즘 젊은이들이 의지와 패기가 부족하고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항변하는 기성세대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식이 어렸을 때에 의지와 패기가 부족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부모가 손 놓고 양육하기를 포기합니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요.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역사적 소명 내지는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겠지요.

물론, 50~60대 기성세대들 또한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도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고, 스스로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수신제가만 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누가 세우고 키운단 말입니까? 스스로 알아서 경쟁해서 크면 되지 않냐구요? 그것은 그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말입니다. 기회가 열려야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경험을 쌓아야 올바른 시야와 판단력을 갖게 되는데, 어떻게 생존경쟁만으로 이것을 감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사고와 문화가 달라져야 합니다. 자식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수신제가가 아닌 치국평천하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이에 걸맞은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후진을 발굴하고 양성해야 합니다. 내가 선배로서 후진을 양성해야 다른 누군가도 선배로서 나의 자식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손 놓고 후배들에게 끝없는 생존경쟁만을 강요하면 결국 내 자식들도 끝없는 생존경쟁 속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만 합니다. 정말로 그것을 원하십니까?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미래세대인 20~40대에게 달려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들이 우리 5000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그 누구로부터도 배우지도 관심 받지도 못한 채 암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병철이 있었기에 윤종용이 있을 수 있었고, 정주영이 있었기에 이명박이 있을 수 있었고, 김영삼이 있었기에 김무성이 있고, 김대중이 있었기에 노무현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기회를 열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은 이 사회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미래의 인재들을 발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들을 끌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습니까? 혹 그러한 노력을 현재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 어쩌면 당신, 아니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모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다면 그 하늘이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들을 도울 수 없을 것입니다.

우선 저부터 미래의 인재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주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수신제가를 넘어 치국평천하를 위해 뛰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이 후진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좋은 전통을 다시 되찾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대한민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진정 희망차고 행복한 삶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우리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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