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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
레벨원보다 급했으면 우리도 레벨원인건데
최원영  | 등록:2020-08-25 12:45:43 | 최종:2020-08-25 15:24:5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순망치한
레벨원보다 급했으면 우리도 레벨원인건데

트위터 | 최원영 간호사 | 2020-08-21

[편집자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확대안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정부와 합의를 하였으나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무기한 파업은 계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위기상황 속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으며 최대집 의사협회장의 정치적 극우성향과 맞물려 평가가 다양하여 사안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진실의길>에서는 현재 펼쳐지고 있는 의료대란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며 그 바람직한 해법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의 글을 찾던 중 현재 대학병원에서 10년차 근무중인 최원영 간호사께서 포스팅한 글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진실의길>이 최원영 간호사님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료현장에서의 고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겪으며 의사와 환자(보호자), 병원운영주체와 의료진 그리고 정부의료정책에 대한 현장근무의료진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전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최원영 간호사님의 트위터에 쪽지기능이 막혀있어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 양해바라오며 혹여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실의길 (poweroftruth@hanmail.net)

어제 내가 오마이뉴스에 전공의 파업에 대해 쓴 기사(전공의 파업 초읽기, 복지부에 제발 부탁드린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668359)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간호사면서 왜 그런 글을 쓰냐고 말한다. 왜 의사 편을 드냐, 니가 그런다고 쟤네가 알아줄 것 같냐, 니가 의사 대변인이냐 등등.

일단 우리 집안에는 내가 알기로 3대를 걸쳐서 의사는 한 명도 없다. 의대 다니다가 중퇴하고 교사가 된 사촌이 한 명, 수의사인 외사촌 한 명? 굳이 탈탈 털어보자면 그렇게 두 명이다.

나는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대병원 정규직이다. 의사들 눈 밖에 나면 짤릴까봐 눈치를 보는 입장도 아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쓴 글도 아니고 엄청 균형있게 전문적으로 연구조사를 해보고 쓴 글도 아니다.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여러 가지 기사와 사람들이 쓴 글들을 계속 읽고,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출근을 생각하니 심란해지는 내 생각을 말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오늘, 내일은 쉬는 날이고 순차적 파업 끝에 전공의가 모두 병원을 떠난다는 23일 일요일 오전 데이 출근이다.

지금 하필이면 내가 근무하는 응급중환자실이 몹시 바쁘다. 딱히 바쁜 시즌이라기보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냥 그렇다. 우연히 중환이 몰리면 바빠지는 거고, 우연히 환자들이 다들 좋아져서 침상이 텅텅 비면 좀 한가해지는 거다.

근데 최근엔 진짜 계속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인계시간 중에 병동에 CPR 나고, 출근하자마자 담당 환자 사망하고, 사망한 환자 영안실로 보내기도 전에 환자 빨리 받아달라고 전화 오고… 그 와중에 응급실에서는 계속 레벨원(심정지 등과 같이 가장 심각한 응급상황) 방송 울리고,

의사들 전부 다 레벨원 치러 가서 연락 안 되고… 혹시나 상황 좀 정리되었을까 싶어서 전화해보다가 겨우 전화 연결 되면 수화기 너머로 “급한 거에요?!”라는 말이 들린다.

아, 물론 레벨원보다 급하진 않지만(레벨원보다 급했으면 우리도 레벨원인 건데 전화를 할 게 아니라 레벨원 방송을 냈겠지..) 안 급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애매한 기분으로 일단 전화를 끊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다들 오늘 진짜 왜 이러냐, 이거 누구 내공이냐, 하면서 한숨 푹푹 쉬는 날의 연속이었다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은 사람들, 본인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 당분간 병원에 갈 일 없는 사람들은 사실 전공의 파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냥 싸움 구경하듯, 아무나 이겨라, 이기는 편 우리편 굿이나 보고 댓글이나 달자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출근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진짜 병원 생활 10년이나 했지만 전공의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했는데 솔직히 좀 무섭다. 그래서 잠도 잘 안 온다.

본원 정신과에서 하는 무슨 연구에 참여하느라 4주간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는 시계를 차고 다니는데, 수면기록을 보니 이번 주에는 수요일에 마지막 나이트 퇴근하고 기절해서 잠든 것 빼고는 잠을 거의 못 잤다. 신규 때도 출근하는 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거 한 10배는 더 무서운 거 같다.

사실 구체적으로 뭐가 왜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잘 상상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전부 다 출근해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난리였는데,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 진짜 진짜로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차라리 나도 그 날 무단결근을 해버릴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나중에 역시 그날 그냥 출근하지 말았어야 해, 하고 평생 후회하게 되진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나도 지금 의료전달 시스템이나 내외산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같은 기피과 의사 부족현상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겠다. 근데 지금 나한테 제일 큰 문제는 심장수술 할 의사가 없고, 코로나 시대에 감염내과 의사가 한 줌밖에 안 되고 그런 게 아니라 당장 일요일 출근이다.

병원 안에서는 ‘아아~ 몰라몰라 다 필요 없고 일단 무조건 환자부터 살리고 보자’ 이 논리가 진짜 잘 통하는데… 그래서 간호사들에게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기도 하고, 여러 문제들을 슬쩍 덮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정작 내가 그거 좀 써먹어 보려고 하니까 바깥세상에는 그게 씨알도 안 먹히네… 진짜 세상 냉정하다. 어차피 죽는 건 자기들이 아닐 거라 이건가…

최원영간호사

간호사인 내가 전공의들의 문제에 왜 나서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공의 파업은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순망치한이라는 말처럼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릴 수밖에 없다. 전공의가 대거 병원을 빠져나가면 그 피해를 직격으로 얻어맞는 건 간호사가 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고민이다. 환자가 안 좋아졌을 때 의사가 연락이 안 되면 나는 어디까지 해야 하나,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의사 처방없이 일단 내가 아는 대로 약을 걸거나 해도 나중에 문제가 안 될까?

레벨원 방송을 내도 의사가 다른 데서 레벨원 치느라 못 오는 상황이면 그냥 간호사들끼리 ACLS에서 배운 대로 에피네프린 주고, 풀드립하고, 제세동하고 그냥 그래도 되나… 환자를 살리려 했다는 선한 의도로 정상참작 해주려나?

아니, 근데 인투베이션처럼 내가 아예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그땐 어떡하지, 환자가 산소포화도 떨어지고 넘어갈 것 같아도 의사가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면 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아, 모르겠다 하고 원점. 이게 무한반복이다.

그냥… 그런 상황에서 환자가 죽거나 잘못되더라도 솔직히 내 책임은 아니니까, 나는 그냥 상황에 따라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될까? 근데 그럼 법적인 처벌은 면할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은 괜찮을까, 앞으로 평생 내 마음은 괜찮을까…

당장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전공의들이 나가면 진료과 교수님들이 백업을 하기 시작할테고, 일요일쯤에는 피로도도 많이 누적되어 있을 텐데… 뭔가 큰 사고가 터지진 않을까… 그냥… 막연히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 코로나 의심환자 관리나 치료는 제대로 될까? 이런 난리통에 병원 내부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하나… 병동을 폐쇄하려 해도 다른 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니 환자들을 전원 보낼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맨날 의료 시스템 붕괴되는 거 아니냐, 의료 시스템 붕괴될지 모른다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아 이러다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전공의들이 이런 걸 노리고 정부를 겁박하는 거 아니냐, 전공의들이 나쁘다, 정부가 거기 휘둘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에도 의료공공성을 표방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세금으로 민간의료자본의 배를 불리는 의료영리화로 빠질 수 있는 허점이 많다.

원천적으로 모두 철회하라는 게 아니라 의료공공성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가 된 김에 진짜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기 위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자고 하면 안되나? 우선 파업을 보류하고, 지금 수도권 코로나 확산 사태가 잠잠해지면 재논의를 하자는 식으로 조금씩 양보하면 안 되나?

제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 출근하는 일요일이 오기 전까지 이 사태가 해결이 되길 바란다.

* 출처 : 최원영 간호사 트위터 (twitter.com/angnu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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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매의 눈  2020년8월28일 07시51분    
근래 보기드문 똑 똑한 청년이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이 있어야한다. 반신반인의 딸이라는 어벙이는 철학부재였다. 대가리 속에 최태민의 유령만 가득하여 그의 딸에게 섭정을 맡기었으니 말로가 메주 공장 강제근무이다. 편집권에 간섭은 뭐하지만 중국 고대사만 줄창 실을게아니라 이같이 똘똘한 청년의 글을 자주 싣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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