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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의 모순 극복과 맞닿아 있는 여순항쟁
여수신문  | 등록:2019-10-23 09:43:57 | 최종:2019-10-23 09:48: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현시대의 모순 극복과 맞닿아 있는 여순항쟁
<특집 기고>여순사건 71주년 되짚어 보아야 할 선결과제
(여수신문 / 송은정 / 2019-10-19)


역사 성격의 명료화와 인식 전환을 위한 역사 운동의 일상화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과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

증언채록과 예술적 형상화를 통한 공감의 확산

▲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이 이순신 광장에서 열렸다.


▲송은정 작가(문학박사)

71주년을 맞이한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서 최초로 경찰 유가족 대표가 추념사를 하고 내년부터는 경찰유가족도 함께 참석하겠다고 발표했다.

19일 11시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희생자합동추념식에서 사전 배포 안내 책자에는 없던 경찰유가족 남중호 대표가 단상에 올라 이 같은 의지를 밝히자 유가족 등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여수지회장도 함께 추모사를 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지난해 70주년 기념식에서 경찰유가족과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사이를 갈등과 대립으로 비춰지게 했던 불미스러운 사건과는 완연히 달라진 양상이었다.

여순항쟁이라는 역사는 70여년이 지난 지금 뒤안길로 사라지는 대신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나날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여순항쟁 발발의 문제적 지점이나 전개과정에서 자행되었던 국민을 억압하는 폭력과 구조적 모순이 현재적이기 때문이다. 여순항쟁의 역사 진실 규명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남북분단이라는 민족문제와 부당한 기득권 세력들에 의한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사회 문제, 제국주의적 힘의 구도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들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풀어야하는 매듭이다.

여순항쟁은 이제 여순반란이 아니라 여순사건이나 여순10·19를 거쳐 여순항쟁과 여순민중항쟁으로 불리는 것이 낯설지 않아졌다. 국회에서 발의된 여순사건특별법들을 통해서도 반란이 아닌 소요사태, 항쟁, 항명,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와 같이 역사 인식의 변화가 반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 배경인 공간도 전남동부권 뿐 아니라 전라남도 전체와 전북 남부지역, 경남 서부지역까지 넓혀지고 있고, 시기도 1954년도 지리산 금족령 해제일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어느 한 부대의 몇몇 사상이 불순한 자들의 명령불복종 행위에 머문 것도, 일부 지역의 반란도 아닌 한반도 분단체제가 시작되던 당시의 역사적 모순은 물론 세계 체제가 미·소 냉전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까지 확장해서 살펴야 하는 중요한 역사임이 강조되고 있다.

71주년 추념일을 맞아 이러한 역사 인식의 변화가 좀 더 추동력을 얻기 위해 살펴봐야 하는 것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면 ▲역사 성격의 명료화와 인식 전환을 위한 역사 운동의 일상화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과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 ▲증언채록과 예술적 형상화를 통한 공감의 확산이다.

▲ 역사적 성격의 명료화와 인식 전환을 위한 역사 운동의 일상화

10월 19일 11시, 여수 전역에 여순항쟁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기 위한 사이렌이 울렸다. 작년부터 좌·우익 합동위령제가 시도되는 것과 함께 여순항쟁이 가지고 있던 갈등의 지점을 해소하기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당한 정권이 반공주의라는 올가미로 국민을 옭아매어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하고 이념적으로 분열시켜 사회적·지역적 대립을 조장했던 역사 기록에서 서서히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몇 안 되는 역사학자들이 노력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에 빚지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은 “여순사건이라는 역사적 항쟁은 유족들의 몫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큰 역사적 사건이다.”고 전제하고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이 더 많다.”고 아쉬워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사연은 여순항쟁 공동수업자료집을 발간하고 역사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역사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전국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활동들을 추진하고 여순사건 서울유족회 결성을 돕기도 했다. 21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추모문화제를 열고 이후 학술대회도 실시해 여순항쟁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도 “70주년 이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올해 전국적으로 답사나 강의 요청이 작년에 비해 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여순항쟁을 역사로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지역사회가 역사로서의 여순항쟁을 올곧게 인식하면 특별법이 없어도 진상규명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잘못된 역사기록에 따른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고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여순항쟁서울유족회 이자훈 회장도 “유족들이 먼저 여순항쟁의 정당성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자주성과 떳떳함과 정정당당함을 국민과 정부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의식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빨갱이로 매도 당한 기억에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4연대 사병들의 ‘애국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서와 인민위원회의 6가지 결의안 등을 검토하고, 역사적· 민족적 과제와 이승만 정권의 부당성 등을 철저히 분석하는 노력을 유족회에 요구했다. 나아가 그때의 민족의 과제나 이승만 정권이 가지고 있는 적폐 청산은 오늘의 과제와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순항쟁이 가지는 정당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서울유족회 특별법 제정 릴레이 시위 모습

▲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과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

다음 여순항쟁 유족회와 현장 활동가들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 것은 특별법 제정이다.

현재 국회에서 여순사건특별법이 발의된 만큼 6개월여 남은 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여순사건특별법은 2017년도 정인화의원의 발의안, 2018년 이용주, 윤소하, 주승용의원의 발의안, 2019년 김성환 의원 발의안까지 총 5개에 이르나 모두 아직 행정안전부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되지도 못한 채 안건상정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류되었던 것이 행정안전위원회 안건으로 이관된 것은 고무적이었으나 이후 절차들은 진척이 없다. 현 국회의 46. 6%인 139명의 의원은 위의 5가지 발의안에 동의를 하고 있으나 문제는 아직도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지난 10일 전남도의회 여순10·19사건특별위원회와 동부지역 유족 협의회가 총동원해 전남도청을 찾았다. 이날 전라남도에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의 국정감사가 이뤄졌는데 자유한국당 이채익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특별법 법안 상정을 위한 중요한 직책에 있다.

황순경 여수유족회 회장은 “동부지역 유족회분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가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이 의원을 기다렸다. 이번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국회 임기 내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이야기 했다.”면서 유족들의 바람은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유족들은 이 의원이 진정성을 보이면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12월 초 일단 심의가 시작될 때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서울 유족회의 경우 한 달 넘게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오는 10월 28일 재심 4차 공판일 열리게 되는데 이 재심재판은 재판 기록이 남아있는 유족이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된다. 그러나 그나마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되거나 묻힌 곳도 모른 채 희생된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당시 무고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은 이미 70대를 넘긴 고령이다. 살아생전 그 통한의 세월에 대한 위로를 받게 해드리자는 간절함이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과 연결되고 있다.

▲증언채록을 통한 미시사적 접근과 예술적 형상화를 통한 공감의 확산

유족들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 중 하나는 당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증언자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료 못지않게 개인의 체험적 구술을 통한 미시사적인 접근도 역사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순천시가 올해 실시한 여순사건 구술채록 사업은 이러한 미시사의 구성을 통한 역사의 진실 규명의 한 단계이다. 특히 구술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치료적 측면도 중요하다. 부당한 정권이 자행했던 폭력, 그 앞에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낳은 배반과 증오의 사건들이 입힌 트라우마는 세대를 이어 여전히 증상들로 드러나고 있다. 유가족들의 고령화 뿐 아니라 그 다음 세대들이 겪고 있는 부모들의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에도 주목할 때이다.

나아가 채록된 증언이나 역사 자료를 근간으로 한 다양한 예술적 형상물들이 창작되어야 한다. 역사가 서사로 되살아나고 영상과 회화, 이미지들로 재현될 때 가슴으로 느끼고 공감하며 문제의식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현재 문학과 회화, 영상 등에서 지역 출신 작가들이 창작의 장을 마련하려고 활발하게 연대하며 열정적인 투지를 보여주고 있어 이들을 위한 지지와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71년.

아들을 잃고, 남편의 생사를 모르고, 아버지 없이 세상에 내던졌던 이들이 견디고 있는 세월 71년. 그 생때같은 자식, 하늘같은 남편, 존재의 근원인 아버지를 가장 처참하게 잃은 상실과 결핍의 세월 71년.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하면 참을 수 있다고 하는데 반공사상과 연좌제가 두려워 입을 다물고 살아야 했던 71년.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 권력의 폭력이었는지, 그에 맞선 저항과 투쟁이 얼마나 간절했던 것이었는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그 과정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지역민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며, 한반도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얻는 길이 될 것이다.

출처: http://www.yeosu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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