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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법정, 특별한 기자의 기록
<화제의 책> 조현호 기자의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통일뉴스  | 등록:2017-04-04 13:25:04 | 최종:2017-04-04 14:18: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특별한 법정, 특별한 기자의 기록
<화제의 책> 조현호 기자의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에서 발사한 ‘1번 어뢰’로 인해 발생한 ‘버블 제트’가 88m 군함을 두 동강내 침몰시켰다는 천안함 사건. 40명이 즉사하고 6명의 승무원이 실종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됐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다며 취한 ‘5.24조치’ 역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역풍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답답한 심정에 당시 천안함 함장이라도 불러놓고 의문점들을 한번 속시원히 따져묻고 싶은 마음이 어디 기자뿐이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최원일 천안함 함장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따져물은 적이 있다. 다름 아닌 2012년 6월 11일 신상철 씨 10차 공판 재판정에서다.

“구조요청이 급박한 상황이었고, 해난사고의 총칭의 개념으로 ‘좌초’라고 이야기했다고 포술장에게서 들었습니다.”
“함정에서는 21시 25분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당시 소나로는 그 주파수 대역을 탐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자기변명들로 일관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중요한 사실관계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폭침 발표와 달리 최초에는 ‘좌초’를 사고원인으로 발신했고, 사고 시각 역시 최종 조사결과 21시 22분과 다르게 21시 25분으로 보고했다는 것. 더구나 당시 천안함이 장착한 소나(SONAR, 수중음파탐지기)로는 어뢰를 탐지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국방부 장관 등에 의해 고소된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인 신상철 진실의길 ·서프라이즈 대표의 기나긴 재판과정은 그야말로 천안함 사건 진실공방의 무대나 다름없다.

최원일 천안함 함장을 비롯해 심승섭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 이원보 2함대 22전대장, 천안함 통신장, 포술장, 부직사관, 좌현 견시병, 백령도 초병 등 핵심 군인들이 증언대에 섰고, ‘1번 어뢰’를 건져올린 쌍끌이어선 김남식 선장 등 민간인들과 민군합동조사단 등 전문가들도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했다.

1심 판결이 내려진 2016년 1월 25일까지 5년 6개월 간 47회의 지리한 공판이 이어졌고, 신상철 대표의 주장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조현호,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 사건의 재구성과 57명의 증언』, 생각비행. [자료사진 - 통일뉴스]

조현호 <미디어오늘> 기자가 천안함 사건 7주기를 맞아 내놓은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생각비행)은 이같은 신상철 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천안함 진실공방의 전 과정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사건의 재구성과 57명의 증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특별한 재판에 대한 특별한 기록인 셈이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꾸준한 법정 취재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값진 기록이라 평가할만 하다.

흔히 기자들이 특종을 좇아 현안 취재에 뛰어들지만 그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으면 또다른 현안으로 메뚜기떼처럼 옮겨가는 것이 보편화된 현실을 감안하면 저자의 끈질긴 집중취재는 높이 사야할 것이다.

“‘문돌이’이지만 과학과 수학을 늘 그리고 동경한다”는 저자는 법정 공방을 기록하는 것 못지 않게 ‘천안함 사건의 합리적 의문들’과 ‘사건의 재구성’을 꼼꼼히 제시하고 있다. 지진파, 버블주기, 백색 흡착물 등 ‘머리에 쥐나는’ 숱한 논점들도 빠뜨리지 않고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은 무려 800쪽에 이르게 됐고, 결국 단숨에 읽어 해치우는 책보다는 두고두고 꺼내봐야 하는 천한함 의혹 사전 내지는 자료집 성격에 더 비중이 두어지는 것 같다.

섣부른 시나리오식 사고원인 추정이나 독선적 단정 보다는 의문점과 기록들을 따라 천안함 사건을 재구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파고들어야 할 방향도 제시될 수 있는 법.

저자는 “새로 공부하고 많은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다”며 “작은 의문 하나를 기록으로 남기더라도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7년을 취재하고 쫓아다녔지만 나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대참사의 진실을 모른다”는 것.

그러나 기자도 저자와 나란히 법정 취재에 나섰던 최원일 함장의 증언은 물론 “해역 수심이 20m 내외”라는 박연수 당시 천안함 당직사관의 법정 증언(11차 공판, 2012.7.9) 등은 향후 진실규명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그러하듯 정부는 아직도 KNTDS(해군전술정보처리체계) 항적도나 TOD(열상감시장비) 동영상, 천안함 내 CCTV 영상 등 결정적 물증들을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그에 편승한 세력들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가리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라면 누구나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특종을 원하겠지만 묵묵히 모든 과정을 취재해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두는 ‘성실한 기록기자’가 존재함으로써 언젠가 누군가가 특종기사를 써낼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KAL858기 실종사건은 김현희라는 ‘폭파범’의 진술만으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됐고, 2010년 천안함 사건은 ‘1번 어뢰’라는 물증만으로 한국이 북한에 ‘5.24조치’를 취해 남북관계까 완전 단절되는 계기가 됐다. 물론, 두 사건 모두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를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세월호가 1,072일만에 모습을 드러낸 3월 23일로부터 사흘 뒤가 천안함 7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천안함 사건이 ‘1번 어뢰’로 덮여질 수 있다는 집권자들의 ‘경험’이 세월호도 덮여질 수 있다는 맹신을 줬을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 7주기, 다시 한 번 진상규명의 불씨를 지피는 조현호 기자의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김치관 기자]


* 제휴매체인 통일뉴스 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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