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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국가별 순위? 그게 뭔데요?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는 영웅입니다.
이진우  | 등록:2016-08-22 09:01:45 | 최종:2016-08-22 09:56: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가별 순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메달획득현황은 정보 제공 차원에서만 집계되는 것입니다”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 does not recognise global ranking per country; the medal tables are displayed for information only.)

이것은 IOC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구입니다. 즉, 각 종목별 우승자 및 순위에 대해서는 IOC가 공식 인정하지만, 국가별 종합우승과 순위에 대해서는 IOC가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미국과 유럽 언론의 경우 국가별 메달획득 현황을 집계하기는 하나 국가별 종합순위는 집계하지 않습니다.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총메달 획득 현황 정도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이 경우 금3 은3 동3을 획득한 국가와 금7 은1 동1을 획득한 국가가 총 메달 수 9개로 동일한 순위를 부여받습니다.

몇 년 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라는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각국의 국력 및 문화척도 등을 종합 분석하여 올림픽 국가별 예상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총 메달수 28개로 영국과 함께 공동8위에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순위를 산정하는 근거는 한국이 금메달을 몇 개 따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몇 개나 딸 것인지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한국이 금28 은0 동0이고 영국이 금0 은0 동28이라 하더라도 같은 순위로 간주된다는 것이죠.

그래도 명색이 올림픽이고 최고의 위치를 가리자는 것인데 어째서 국가별 종합순위가 없을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올림픽 탄생의 정신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올림픽의 기본정신이 세계 평화와 국가 간 친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과 냉전을 겪으면서 정치적 논리가 올림픽에 깊이 침투한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림픽 종합순위에 집착하고 있는 국가가 있습니다.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에 아마도 올림픽 종합순위에 목숨 걸고 있는 국가는 남북한과 중국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경우 종목별로 한국 및 중국과의 라이벌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기는 하나 메달 종합순위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사실상 전 세계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들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체제우위 입증 및 국가적 단결을 위해 종합순위에 집착하는 것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그야말로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들과 똑같이 종합순위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우리마저 그래야 하는 걸까?

88 서울올림픽 복싱에서의 박시헌 선수를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결승전이 끝난 후 자신의 손이 올라가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박시헌 선수… MBC 뉴스 후에서 발췌

올림픽 폐막을 앞둔 대회 막바지에 열린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 금메달을 놓고 싸우게 된 선수는 한국의 박시헌과 미국의 로이 존스였죠. 당시 미국의 존스는 경기 내내 박 선수에 대해 약 80회 정도의 유효타를 날렸고, 박 선수는 존스에 대해 약 30회 정도의 유효타를 날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선수는 경기 중 두 차례 다운당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존스는 단 한 번도 다운당하지 않았죠.

경기가 끝나자 박시헌 선수는 고개를 떨구었고, 미국의 존스 선수는 승리를 확신하는 가운데 관중석을 향해 연일 v포즈를 지었고,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던 관중들은 좋은 경기를 펼친 미국 선수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발표된 경기 결과… 뜻밖에도 주심은 박시헌 선수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로 인해 한국은 마지막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경기장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마치 관중들 모두가 범죄의 공범이 된 것 같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까지 국가별 종합순위(?)는 소련이 금55 은31 동46으로 1위, 동독이 금37 은35 동30으로 2위, 미국이 금36 은30 동27로 3위, 서독이 금11 은14 동15로 4위, 한국이 금11 은10 동11로 5위, 그리고 헝가리가 금11 은6 동6으로 6위에 올라 있었다.

즉, 마지막 복싱 경기에서 금메달을 하나 더 획득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국은 종합 5위에서 종합 4위로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더욱이 국력에서 당시 우리와 비교할 수 조차 없었던 서독을 제치는 것이었으니 얼마나 욕심이 났겠습니까? 더욱이 미국을 견제하고자 했던 러시아 등 동유럽권의 이해관계까지 맞아떨어져 한국이 본의 아닌 어부지리(?)를 얻게 된 거죠. 결국 이러한 종합순위에 대한 집착이 올림픽 사상 최악의 심판 판정 의혹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영광의 금메달리스트가 되었음에도 박시헌 선수는 결코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올림픽 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금메달리스트 12명을 모두 청와대로 초청하였는데 당시 TV에 생중계되던 상황에서 노태우는 다른 11명의 금메달리스트 모두에게는 덕담 한마디씩 건네면서도 유독 박시헌 선수에게 만큼은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고 그냥 악수만 하고 지나쳤습니다. 당시 그 상황을 TV로 지켜보던 저는 박시헌 선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복싱은 경량급에서만 강세를 나타냈었고, 중량급(67~71kg)인 라이트미들급에서의 박시헌이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것이었습니다. 불모지인 복싱 중량급에서 쟁쟁한 서구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치는 가운데 결승까지 올랐다면 이것만 가지고도 매우 놀라운 성과이며, 이는 비록 은메달에 그친다 하더라도 10개의 금메달이 부럽지 않을 만큼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죠.

▲MBC 뉴스후와 인터뷰에서 박시헌은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고백했다.

그런 박시헌 선수로부터 영광스러운 은메달을 박탈하고 떳떳하지 못한 금메달을 강요한 사람들은 바로 “올림픽 종합4위”라는 상징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인 정통성 문제를 빗겨가고자 했던 독재자와 그 하수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선수의 영광은 철저하게 박탈되었고, 그는 철저하게 군사독재 상징조작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밝혀지기에는 당시 동독이 미국의 2위 탈환을 저지하기 위한 작전임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권위주의 통치의 국가만이 순위에 집착한다는 것이죠.

지금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각국 대표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 위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위대한 스포츠정신과 명예에 대해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종합순위 타령만 늘어놓고 있죠.

스포츠 정신에 철저하게 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들이 여전히 한국 대표팀 선수촌에는 남아있습니다.

금메달 유망종목들을 위해 비유망종목 대표선수들이 적지 않은 희생과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훈련시간 및 예산 배정, 숙소 배정 등) 마라톤, 사이클 및 쇼트트랙 등에서는 금메달 유망주들을 위해 나머지 동료들이 의도적으로 오버페이스하거나 상대선수 마킹을 위해 전담 배치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보다 많은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로 인해 올림픽 종합순위 목표를 달성한다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있죠. 과연 누가 무슨 권리로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무명에서 최고의 자리로 오르고자 하는 젊은 선수들의 열정과 꿈을 앗아갈 수 있을까요?

그뿐 아닙니다. 초반 금메달이 기대되는 사격, 양궁, 유도, 펜싱 등에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반 이후 메달싸움에 들어가는 레슬링, 태권도, 골프 등으로 전가되게 됩니다.

그리고 목표달성에 초조한 선수단 임원들과 정부 고위층들은 선수 독려라는 명목 하에 잇따라 선수촌을 방문하여 중요 시합을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여있는 선수들에게 "꼭 금메달을 획득하여 종합10위 목표 달성의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마치 당연하기라도 한 듯 늘어놓게 되지요.

도대체 선수들에게 있어서 종합10위 목표 달성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종합10위 목표 달성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바쳤다고 해서 그것을 누가 제대로 평가라도 해줄까요? 어차피 그 공로는 모두 선수단 임원과 올림픽 개최 당시의 권력자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한데? 도대체 언제까지 대통령이 금메달리스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9시뉴스 톱을 장식해야 될까요? 저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리우 올림픽에 참가 중인 선수단 임원들의 목표가 종합순위 10위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역량과 열정을 선수단의 안전, 편의 및 이들의 명예와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쏟아 부어야 합니다. 종합순위 목표 달성을 위해 마치 전투에서 장수들이 계략과 꼼수의 향연을 벌이듯이 머리를 굴리라고 이들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기본적으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올림픽 종합순위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국민들도 종합순위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죠. 왜냐하면 올림픽 종합순위에 상관없이 이미 그들의 국가적 자존심과 명예는 드높으며, 올림픽 순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것이 손상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재정권과 과거 공산주의 정권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경우 비인간적일 정도로 혹독한 훈련과 약물중독, 심판매수 등 그야말로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왔습니다. 무쏠리니 치하의 이탈리아, 히틀러 치하하의 독일, 그리고 군국주의 일본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일을 서슴치 않았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박시헌 사태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종합순위에 집착한 이유는 자신들에게 결여된 역사적 정당성과 정통성의 문제를 올림픽 상위 입상을 통해 극복하고 사실을 호도하고자 하는데에 있었습니다.

전두환이 서울올림픽 유치를 통해 정권기반 안정을 도모했고, 노태우 역시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라는 업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적 개최의 핵심이 올림픽 종합순위 4강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할 수 있죠.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중 누가 영웅이고 누가 영웅이 아니란 말입니까? 대부분 종목의 경우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스포츠 영웅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1위부터 30위까지가 가려지는 사격, 양궁, 육상, 수영, 사이클 등의 기록 경기는 물론, 격투기와 구기 종목에 이르기까지 올림픽 참가는 곧 세계 최고 엘리트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해서 고개를 떨궈야 합니까? 왜 입상을 못했다고 죄인처럼 숨어야 합니까? 그들이 그 어떤 정치적 중압감과 목적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되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일까요?

인기종목은 물론, 비인기종목과 비유망종목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과 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모든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성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울러 종합순위 10위 달성을 마치 절체절명의 목표인 것처럼 떠드는 스포츠 기사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지실 것을 다시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모든 국가대표들이 다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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