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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관한 세가지 관점
이진우  | 등록:2016-01-14 12:04:08 | 최종:2016-01-14 13:55:0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지금은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로 등극한 삼성전자이지만 지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이 글로벌 전자 및 IT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미쯔비시(三菱)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는 삼성그룹 대부분의 임원들도 반도체 사업 진출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건희 (당시) 부회장이 임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여러 차례 설득을 거듭했지만 분위기가 좀처럼 바뀌지 않아 결국 이 부회장 개인 재산을 털어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래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진 핵심 리더가 위험(risk)과 책임을 떠안고 과감하게 뛰어들은 것이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신호탄이 되었고, ‘글로벌 삼성’의 밑거름이 된 거지요.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목표는 단순한 반도체 조립생산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의 반도체를 빠른 시간 내에 개발하여 기술 격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타고난 손재주와 창의력을 토대로 세계 1위 반도체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죠. 어렵게 손에 넣은 VLSI 집적회로 도면과 MASK 완제품을 놓고 하나하나 뜯어보며 기술을 역 추적하는 작업부터 시작한 끝에 삼성전자는 결국 1983년 11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64 kDRAM 독자 개발에 성공했고, 11년 후인 1994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256 MDRAM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삼성그룹 신입사원 면접에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인물입니다. 그는 한 사람의 인재가 회사의 미래를 180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갖고 면접에 임했죠. 회장이 언제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인사담당자와 임원들 모두 최선을 다해서 오너의 시각으로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전통이 수 십 년간 이어져 삼성의 ‘인재경영’이 뿌리를 내렸고 이것이 삼성 반도체 신화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2.

1990년대까지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최대 장점으로 “체계적 훈련을 통해 형성된 우수한 조직문화”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0년 초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의 출현을 가로 막는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습니다. 한 쪽은 삼성의 조직문화를 강점으로 뽑은 반면, 다른 한 쪽은 삼성의 조직문화를 단점으로 지적한 것이죠.

이 회장은 Jack Welch, Bill Gates, Steve Jobs와 같은 인물이 삼성 내에서 출현하지 못하는 이유를 ‘폐쇄적 조직문화’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삼성그룹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스스로를 집어넣었습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1,000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1명의 슈퍼(Super)급 인재를 잡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기지 말라”는 발언이 나온 것이죠.

그 후 삼성 계열사 인사팀은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수억 원 혹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과 핵심 기술자를 유치하기 위해 삼성그룹 계열사는 사장들이 직접 스카우트 작전을 진두지휘했고,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삼성은 불과 10여년 만에 ‘국내 1등’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 경쟁을 뛰어넘어 Sony, Phillipps, GE, Nokia, Motorola 등을 능가하는 세계 1등 디지털기기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 리더가 자신이 이끌어가고 있는 조직의 강점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문제점을 짚어냈기에 이루어진 놀라운 성과였지요.

3.

한 가문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뛰어넘어 변화의 중심에 서야만 합니다. 이병철에서 이건희로 리더십이 교체되면서 삼성은 정확히 이 같은 프레임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비록 아버지의 ‘인재경영’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Micro 지향에서 Macro 지향으로 바뀌었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삼성특유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대대적 혁신이 이뤄졌죠.

이재용 부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은 IOT(사물인터넷)와 바이오입니다. 업의 특성상 융합과 제휴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기업과의 통 큰 제휴와 강소기업과의 기술 공동개발 등 할아버지 및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프레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MO(위탁생산) 방식으로 출범하지만, 점진적으로 기술과 인재를 끌어들여 독자신약 개발 단계까지 올라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할아버지는 비료(한국비료)와 방송(동양방송)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고, 아버지도 자동차(삼성자동차)와 유통(삼성플라자)에서 쓴 맛을 보았습니다. 이 부회장 또한 e삼성 사업분야의 대부분을 손실 처리하거나 헐값에 분사시키는 아픔을 겪었지요. 그 때의 시련이 얼마나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분명 이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할아버지 아버지와 차별화되는 영역에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에 맞는 리더십과 조직문화 혁신을 그가 이끌어낼 지는 미지수입니다. 삼성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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