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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몸뚱이를 헛되이 썩히지 않겠다”
耽讀  | 등록:2015-01-26 13:55:20 | 최종:2015-01-26 14:25: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종교 경전 중에는 <성경>, 고전 중에는 <그리스․로마신화>와 <삼국지>는 한 가정에 한 권쯤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달리 판단하겠지만 짧은 생각에는 <백범일지>도 포함될 것이다.

한 집에 한 권쯤 있는 책들은 시중에 나온 것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백범일지>도 2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20여종 되는 책 중에는 원본을 나름대로 원본에 충실한 ‘족보 있는 판본’도 있지만 급히 베낀 책까지 있다. <백범일지>라도 다 같은 <백범일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고민이 된다. 무엇을 손에 들고 읽어야 할지.
 
고민을 해결해 준 <백범일지> 중 하나가 김학민․이병갑 주해 <정본 백범일지>이다. <정본 백범일지>는 ‘주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교열과정에서 삭제해버린 구절을 원본과 꼼꼼하게 대조하여 복원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352쪽-355쪽에 실은 ‘대가족명부’이다. 대가족 명부는 기미운동(3.1운동)으로 인하여 상해에 옮겨와 거주하던 5백여 동포를 일컫는다. 그동안 대가족 명부은 친필본과 필사본에도 모두 누락되어 있었는데 이를 복원한 것이다. 아직 완전한 명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발걸음임은 분명하다.
 
<백범일지>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947년이었으니 올해로 64년이다. <백범일지> 세상에 나오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자 이승만 정권은 ‘금서’딱지를 붙이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백범은 <백범일지>가 처음 책으로 나올 때 편찬 배경을 서술하기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는 우리의 시체로 성벽을 삼아서 우리 독립을 지키고, 우리 시체로 발등상을 삼아서 우리 자손을 높이고, 우리 시체로 거름을 삼아서 우리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혀야 한다. 나는 나보다 앞서서 세상을 떠나간 동지들이 다 이 일을 하고 간 것을 만족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비록 늙었으나 이 몸뚱이를 헛되이 썩히지 아니할 것이다.”
 
“내 비록 늙었으나 이 몸뚱이를 헛되이 썩히지 아니할 것이라”는 말에는 조국 해방을 위해 자신을 바친 것 외에는 어떤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백범은 “나라는 내 나라요 남들의 나라가 아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백범은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백범 때는 독립이 가장 큰 소명이었지만 오늘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큰 소명이기 때문이다.

백범은 “양반이 있음으로 국가가 독립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양반의 학대를 좀더 받아도 나라만 살아났으면 좋겠다”말을 한다. ‘양반’ 조선시대 권력집단이자, 기득권이다. 이들이 나라를 위해 충성하지 않고, 기득권에 매몰되자 결국 조선은 멸망했다. 백범이 바라는 바는 바로 양반는 구국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라는 말이다.

과연 오늘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세력은 자기 희생을 통하여 나라를 구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지배자가 되었을 뿐, 나라를 위해 자기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백범은 상해임시정부 국무령과 국무위원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60평생을 회고하면 너무도 상리(常理)에 벗어지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개 사람이 귀하면 궁(窮)이 없겠고, 궁하면 귀가 없을 것이나 나는 귀역궁 궁역궁(貴亦窮 窮亦窮:귀한 몸이어도 궁하고 궁한 몸이어도 궁함으로) 일생을 지낸다. 국가독립을 하면 삼천리 강산이 다 내것이 될는지는 알지 못하나 천하의 넓고 큰 지구 표면에 한 뼘의 땅 반칸의 집도 소유가 없다” (정본 백범일지 <국무령, 국무위원> 261쪽)
 
조국이 일제식민지인데 배불리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조국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쳤으니 권력과 집을 가져도 누구 하나 탓하지 않겠지만 백범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가 바란 것은 조국독립이었고, 조국이 독립해도 자기 영달을 위해 독립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만들었다고 법과 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자기 자리 차지하기 바쁜 이명박 정권모습과 달라도 정말 다르다. 백범을 존경하면 무엇하나. <백범일지>를 읽으면 무엇하나. 그가 바랐던 삶을 자기 삶에 녹이지 않으면 <백범일지>는 종이 위에 쓴 글일 뿐이다.

고은 선생은 <백범일지>를 읽을 때마다 “울게 되는 눈물의 책”이라며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라면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젊은이 뿐만 아니다.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민주주의를 스스로 짓밟고서도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하는 이들을 곤봉과 방패로 내리찍고, 군홧발로 짓밟고 있다.
 
백범이 <백범일지>에서 조국 독립을 그토록 강조했다면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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