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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경제전망]① 디플레 공포에 휩싸인 한국경제
3년째 감소한 대형마트 매출 충격, 마이너스로 돌아선 소비자물가 상승률
김성훈  | 등록:2014-12-12 11:18:39 | 최종:2014-12-12 11:26: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5년 한국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말로,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떨어지면 언뜻 생각하기에 국민 입장에서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물건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손해를 본다. 물건을 제 값을 받고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반값 할인 판매나 ‘1+1’ 행사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원가 3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100만원을 받고 팔려던 기업이 불황으로 말미암아 50만원에 판다면, 기업은 본래 기대했던 70만원의 이익이 20만원으로 줄어든다. 50만원의 이익을 가지고 임금을 주고 투자를 늘리려 했던 기업이 20만원의 이익만 남겼으니 예상했던 경영을 못하게 된다.

그나마 경영에 일부 차질만 생겼다면 다행이다. 만약 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기업은 적자를 보게 될 것이고, 결국 경쟁에서 밀린 기업부터 차례로 파산 당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물건을 살 사람이 줄어들어 물가는 더 떨어지게 되고 나라 경제는 파탄난다. 이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악순환’이다.


3년째 감소한 대형마트 매출 충격

디플레이션이 과연 한국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물론 디플레 가능성을 숫자로 정확하게 개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민들의 소비 현실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소비 정체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매출액 통계다. <머니투데이>보도에 따르면, 실제 이들의 매출은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대형마트가 늘어나면서 굳어져버린 경향이다. 그런데 대형마트의 매출이 3년이나 감소한 것은 충격적인 현상이다.

사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올해 11월말까지 일요 의무휴업일 22일 등을 제외한 영업일 310여일 내내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대형마트가 상시할인 체제로 돌아선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올해는 할인폭과 규모면에서 예년보다 최대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특히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대형 할인행사의 경우 예년에는 그 기간이 최장 1주였지만 2014년은 2주에서 최대 한 달까지 늘렸다. 그런데도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물건가격을 내려도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좀처럼 소비를 하지 않다보니 새로운 풍조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에게 팔린 직후 부품 불량으로 반품된 제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정비하여 할인해 파는 이른바 ‘리퍼상품’ 전문 매장이 점차 늘어나거나, 수도권에서 미분양 된 30평 이상 중대형 아파트도 1억 원 이상 분양가를 할인하여 판매하는 현상, 그리고 아파트 중도금을 대출했을 때 이자를 대신 내주는 특혜를 제공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주요 백화점들도 이른바 ‘대목’인 여름 정기 세일기간을 2012년부터 3년째 한 달로 설정하고 있다. 또 올 겨울에는 평소 할인을 잘 하지 않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주요 모피업체가 70% 할인행사를 하는가 하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등산용품업체들 역시 80%까지 할인을 하기도 했다.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소비자물가 상승률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대비, 단위 : %, 자료 : 한국은행)

그렇다면 실제 소비자물가 지수는 어떨까.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지수를 보면 2012년 9월과 10월 반짝 2%대 증가율을 보인 뒤 2년 내내 1%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수치는 다를 수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들의 소득 수준과는 상관없이 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버린 탓이다. 게다가 서민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월세 등 주거비용과 전기, 가스, 수도세 등 공공요금은 최근에도 계속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1%대 증가율을 보이는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물가가 정체 내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2월 100.12를 기록했던 수입 물가 지수는 10월에 이르러 이미 92.22로 약 8%나 떨어졌다. 수입 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쩌면 물가 상승률 숫자가 0% 이하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이 공식화되는 것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생활 불가능한 소득 수준이 몰고 오는 디플레 공포

디플레 공포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12월 9일, ‘한국경제의 진단과 경제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수요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고 했으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12월 9일, “이미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 단언했다. 이미 <서울경제>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도 디플레이션 위기를 기획기사로 연재하기도 했다.

디플레 위기의 원인은 국민 소득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201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1800만 임금노동자 중에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가 12.4%, 100만원대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37.3%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을 합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가 한 달 월급으로 200만원도 못 받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소득이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 월급명세표에 적힌 월급 인상분에서 물가 인상분을 제외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4년 3분기에 이르러 0.08%로 곤두박질 쳤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상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5인 이상인 사업체의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5만 800원으로, 2013년 3분기의 294만8000원보다 고작 2800원(0.08%) 오른 데 그쳤다.

문제는 이 숫자가 평균 숫자라는 점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구소장(한성대 교수)는 소득 순위 최상위 1%에 속한 사람의 소득이 중간 수준의 1천500배를 넘는 상황에서 평균 소득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질임금이 평균 2800원 올랐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면, 노동조합이 없어 회사와 임금 교섭조차 불가능한 90% 대다수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임금 동결 내지 삭감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시작된 불황이 끝을 모른 채 깊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국경제가 올해 GDP 3%대 성장을 이뤄냈고 내년도 이 정도는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제 성장률 숫자는 국민의 삶에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 지 오래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2015년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계속)

김성훈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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