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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미우주무(未雨綢繆)
이정랑 | 2019-11-12 08:56:1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비가 오기 전에 틈새를 엮어 놓는다.

시경(詩經) ‘빈풍(豳風)‧치효(鴟鴞)’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는 암새 한 마리의 입을 빌어 이 시를 노래하고 있는데, 총 4절 중 제2절을 보자.

하늘이 흐려 장마 내리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 벗겨다가 창문과 출입문 엮어놓았으니
이제 너희들 천한 백성들이 감히 나를 넘보지는 못할 테지

이 시를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하늘이 흐려 비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의 껍질을 벗겨다가 둥우리의 틈새, 즉 창문이나 출입구를 단단히 엮어놓았다. 이렇게 해놓은 이상 이제 너희들 둥지 밑의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고 이 둥지를 허물거나 하지는 못하리라.

역대로 ‘시경’을 연구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가 약 3천 년 전 주(周)나라 주공이 조카 성왕(成王)에게 써준 것으로, 성왕에게 정사에 힘쓰고 나라 일을 잘 처리하는 데 노력하며 아울러 큰 뜻을 그르쳐서 화를 자초하지 않음으로써 내우외환을 피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공자는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칭찬했다.

이 시에서 하는 말이 참으로 옳구나. 국가의 큰일을 잘 처리하는데 누가 감히 그를 기만한단 말인가!

맹자도 대화 도중에 이 시를 한 번 인용한 바 있다. 맹자(孟子) ‘공손추 公孫丑’에 나오는 내용이다.

맹자가 말했다.
“어진 정치를 실시하면 번영하고 그렇지 못하면 치욕을 당하게 된다. 치욕을 당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어진 정치를 펼치지 않는 것은 마치 습한 것이 싫으면서도 낮은 곳에 있으려는 것과 같다. 만약에 치욕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덕을 귀중히 여기고, 선비를 존중하여 현명하고 선량한 인사를 벼슬자리에 있게 하며, 유능한 인재에게 직책을 맡게 하여 국가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 그렇게 해서 나라의 정교(政敎)와 형벌들 밝힌다면, 큰 나라도 그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

시에 ‘하늘이 흐려 장마 내리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 벗겨다가 창문과 출입문 엮어놓았으니, 이제 너희들 천한 백성들이 감히 나를 넘보지는 못할 테지’라고 하였는데, 공자께서는 ‘이 시를 지은 사람은 정도를 알고 있었을 게다. 자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면야 누가 감히 그를 모욕하겠는가?’ 라고 말씀하셨다.

“국가가 편안하다고 마음껏 즐기고 게으름을 피우고 놀기만 한다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꼴이 되고 만다. 화와 복이 그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예는 없다. 시에, ‘돌아온 천명을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진해서 많은 복을 찾을지어다.’라고 말했고 태갑(太甲)은 ‘하늘이 만든 재앙은 그래도 피할 수 있으나 자기가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둘 다 이 점을 두고 한 말들이다.“

‘미우주무’는 평소에 준비를 잘해서 미연에 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뜻을 비유하는 말이다. 명나라 때 주백려(朱伯慮)가 지은 ‘치가격언(治家格言)’에도 “하늘이 흐려 장마 내리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 벗겨다가 창문과 출입문 엮어놓고, 가뭄에 임박해서는 우물을 파지 말아라”는 구절이 있다.

‘배부를 때 식량을 챙기고 맑을 때 우산을 챙겨라’는 말은 세상 사람들이 익히 아는 속어다. 현명한 책략가들은 멀리 내다보고 사전에 준비‧계획한 다음에 행동에 옮겨 후환을 미연에 방지한다.

어떤 일이나 세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써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성사 시킨다. 계획과 준비 그리고 노력 없이 이루어 지는 일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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