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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만천과해(瞞天過海)
이정랑 | 2020-09-08 15:02:4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눈을 속여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군사적 방비가 지극히 튼튼하고 철통같은 경우 군대의 투지는 해이해져서 적을 업신여기기 쉽고, 평상시 늘 보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의심하지 않는다. 암암리에 수행하는 작전은 공개적인 작전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 공개적인 작전과는 서로 모순‧상치되지 않는다. 이는 역리에서 말하는 음(陰)과 양(陽)이 서로 작용하는 것과 같다.

서기 588년, 수(隋)나라에서 대병력을 동원하여 진(陳)나라를 공격하였다. 이 작전 전에 수나라의 장수 하약필(賀若弼)은 장자강 연안의 수비부대를 임무가 교대될 때마다 모두 역양(歷陽-지금의 안휘성 하현)으로 집결시켜 깃발을 있는 대로, 다 꽂아 늘어놓도록 하고, 들판을 가득 메울 만큼 막사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처음 진나라에서는 수나라 군대가 침범하는 것으로 여겨 국내의 모든 병력을 그 앞에 집결시켰다. 그러나 뒤에 알고 보니 수나라 수비부대의 교대 행사인지라 집결한 부대를 모두 되돌려 보냈다. 그 뒤에도 진나라는 수나라 군대의 그런 임무 교대를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으므로 방어 태세도 물론 갖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하약필은 대병력을 거느리고 양자강을 건넜으나 진나라 사람들은 쳐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나라 군대는 손쉽게 진격하여 단양군(端丹陽-군지금의 강소성 진강시)를 점령할 수 있었다.

인간은 그릇된 지식이나 정보라도 습관적으로 접하다 보면 그것을 일단 의심을 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차츰 이를 사실로 착각하게 된다. 또 단편적인 사실도 끊임없이 듣고 보노라면 다른 측면에 대한 진실마저 왜곡되게 이해하는 수가 많다.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전부라고 여길 수도 있다.

‘만천과해’라는 책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명(計名)의 어원부터 알아야 한다.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하기 위하여 원정에 올랐다. 수도 장안으로부터 요동까지는 5천 리 길, 30만 대군이 이동하는 대역사였다. 대군이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해변에 이르니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평소 바다를 가까이하지 않던 그들로서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간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잔뜩 겁을 먹은 태종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장 설인귀(薛仁貴)가 꾀를 냈다.

얼마 뒤 그는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장막으로 당 태종을 인도했다. 안에는 성대한 연회석이 준비되어 있었고 문무백관들이 뒤따라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 지방 호족들이 황제의 거동을 환영하여 베푼 것이라 하였다. 술잔이 돌고 노래와 춤이 어우러졌다. 당 태종은 술이 몇 순배 돌자 망망대해를 대군이 건너야 한다는 근심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취흥이 도도해져서 여러 신하들에게 술을 거푸 권했다.

그런데 홀연 장막 밖에서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놀라 장막을 걷어보니 일행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고, 뱃전에는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설인귀가 지방 호족들에게 부탁하여 배에다 호화로운 장막을 치고 연회석처럼 꾸미게 했던 것이다. 당 태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게 되었고, 따르던 병사들도 두려움 없이 승선할 수 있었다.

결국 황제를 속인 것이 되는데, 이처럼 사실을 은폐하고 가장하여 위험한 고비를 넘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두고 ‘마천과해’라 한다.

위의 예화는 모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약점. 곧 ‘눈에 익은 것은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일상적으로 대하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 속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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