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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형인이아무형(形人而我無形)
이정랑 | 2020-06-24 09:17: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적은 드러나게 하고 나는 보이지 않게 한다.

『손자병법』 「허실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따라서 적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아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면, 아군은 집중할 수 있고 적은 흩어지게 된다.

아군이 하나로 집중하고 적이 열로 분산된다면, 이것은 열로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아군은 많고 적은 적어진다. 다수의 병력으로 소수의 병력을 공격할 수 있다면, 아군이 더불어 싸울 상대는 가벼운 것이다.

이 계략이 뜻하는 바는 ‘시형법’으로 적을 속여 적으로 하여 의도를 드러내게 유인하며, 내 쪽은 흔적을 드러내지 않아 허실을 모르게 하고 실체를 헤아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병력을 집중하여 적을 향해 진군한다.

『배전기법』 「형전 形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적의 병력이 많을 때 가상을 만들어 그 세력을 나누면, 적은 나누어진 병력으로 아군을 대하게 된다. 이미 적의 세력이 분산되었다면 그 병력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아군이 병력을 집중하면 우세를 차지할 수 있다. 우세한 병력으로 열세에 놓인 적을 공격하는 데 승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쟁에서의 군사적 목적은 적을 소멸하고 나를 지키는 데 있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러 가지 교묘한 위장과 기만술로 자신의 의도를 은폐해야 한다. ‘모략의 성공과 실패는 치밀함과 허술함 사이에서 결정 난다.’ 어떤 전법이 되었건 ‘적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보라! 내 쪽의 행동과 의도가 적에게 파악되었다면 전쟁의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역대 병가들이 그토록 ‘시형법’을 중요시 해왔다.

『삼국지‧권1』에 실린 구체적인 본보기를 보자. 200년, 조조와 원소는 관도(官渡-현 허난 성 중무 현 근처)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원소는 곽도(郭圖)‧순우경(淳于瓊)‧안량(顔良)으로 하여금 조조의 부장이자 동군 태수인 유연(劉延)을 백마성(白馬城-지금의 하남성 활현 동쪽)에서 포위,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원소 자신은 여양(黎陽-지금의 하남성 준현 동쪽 황하 북쪽 기슭)에서 강을 건널 준비를 했다.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북진하여 유연을 구원하려 했다. 그러나 모사 순유(筍攸)가 말리며, 다음과 같은 전략을 건의했다.

적은 우리보다 수가 많으므로 직접 북진하여 구원에 나서는 것은 불리하다. 원소의 병력을 분산 시켜야 승산이 있다. 일부 병력을 연진(延津-지금의 하남성 급현 동쪽의 옛 황하나루)으로 보내 강을 건너 ‘뒤쪽으로 전진하는 척’ 준비를 하면, 원소는 틀림없이 ‘서쪽으로 와서 응수’할 것이다. 이렇게 원소의 병력을 흩어놓은 다음, 그 틈을 타서 날랜 병사로 대비가 안 되어 있는 백마를 공격하면 안량을 잡을 수 있다.

조조는 순유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원소는 조조가 강을 건너려 한다는 보고를 듣자 즉시 서쪽으로 병사를 대응케 했다. 그때 조조는 곧장 백마로 쳐들어갔다. 안량은 깜짝 놀라 급히 맞싸웠으나 장요(張遼)‧관우(關羽)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백마의 포위는 이렇게 해서 풀렸다.

‘관도 전투’에서 조조는 ‘형인이아무형’이라는 속임수 행동을 동반한 ‘시형법’을 활용하여 ‘나의 힘을 집중시키고 적을 분산시켜’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이기는 성공적인 전례를 남겼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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