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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일낙천금(一諾千金)
이정랑 | 2019-08-27 08:01: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번 승낙한 말은 천금과 같이 여긴다.

지도자의 ‘일낙천금’은 부하 병사들로 하여금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하고 그로써 효과적인 통치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 이 말은 ‘사기‧권 100’ ‘계포란포열전(季布欒布列傳)’에 나온다.

진나라 말기, 초와 한이 서로 다투고 있을 때의 일이다. 계포는 초나라 충신으로 의기가 있고 사내다워 초나라에서 이름을 떨쳤다. 항우 휘하에서 장군이 된 그는 한왕 유방을 자주 궁지에 몰아넣는 공을 세웠다. 항우가 멸망하자 한 고조(유방)는 현상금을 걸어 계포를 잡아들이라 하면서 “감히 계포를 숨기는 자가 있으면 그 죄가 3족에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뒤 하후영(夏侯嬰)의 간언에 따라 계포에 대한 체포령을 풀고 그에게 관직을 주도록 했다.

초나라 출신 조구(曺邱)는 변사로서 권력가에게 빌붙어 돈만 밝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높은 지위에 있던 환관 조동(趙同) 등을 섬기고 한 문제 두황후의 오빠 두장군(竇長君)과도 친했다. 계포가 이런 사정을 알고 편지를 두장군에게 보내 “조구는 덕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그와 사귀지 마십시오. 라고 충고했다.

조구는 귀향하면서 두장군의 소개장을 얻어 계포를 만나고자 했다. 그러자 두장군이 “계 장군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구는 기어이 소개장을 얻어 가지고 떠났다.

조구는 먼저 사람 편으로 소개장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계포는 크게 화를 내며 조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구는 계포에게 절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초나라 사람들의 속담에 ‘황금 백 근을 얻으나 계포의 승낙 한 마디를 얻는 게 났다’는 말이 있는데 귀하는 어떻게 해서 이런 명성을 양(梁)‧초(楚) 지방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까? 저 또한 초나라 사람이고 귀하도 초나라 사람인데, 제가 천하를 돌아다니며 구ㅏ하의 명성을 널리 자랑하고 다니면 귀하의 명성이 양‧초 지역뿐 아니라 온 천하에 무게를 더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귀하께서는 저를 왜 그토록 심하게 거절하십니까?”

계포는 조구의 말에 매우 흡족해 하며 그를 수개월 동안 머무르게 하면서 상객으로 대우하고 떠날 때도 많은 돈을 주어 보냈다. 그 후 계포의 명성이 더욱 높아진 것은 조구가 널리 자랑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책략가는 적과의 투쟁에서 ‘무릇 병이란 상대를 속이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받들지만, 친구와 자기 진영의 내부를 대할 때도 속임수와 같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부하와 측근들이 배반하거나 곁을 떠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동서고금의 책략가들치고 신뢰와 명예를 으뜸으로 강조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믿음’을 입신의 근본으로 삼았다. “말은 신뢰감이 있어야 하며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듯이 일단 승낙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른바 ‘일낙천금’ 과 그것을 통해 얻은 신임은 각종 책략을 펼치는 데 기초로 작용한다.

‘일낙천금’은 반드시 성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며, 그것이 공수표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 큰소리와 경솔한 승낙은 끝내 신임을 잃게 만든다. ‘묵자’ ‘수신’에서 “행동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자는 결국 그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만다”고 한 말도 같은 이치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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