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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행불유경(行不由徑) (上)
이정랑 | 2019-07-17 11:37: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도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

“행불유경(行不由徑)이란! 샛길, 지름길, 뒤안길을 취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큰길로 나아간다는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일맥상통하는 뜻이 있으며, 눈앞의 이익을 탐하여 얕은꾀를 쓰지 않고 떳떳한 방법으로 일을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는 ‘논어’의 ‘옹야편(雍也篇)’에 있는 자유(子游)의 말로, 길을 감에 있어 지름길로 가지 않고 바른 길로만 다닌다는 말이다. 이 말은 자유가 노(魯)나라 무성(武城) 고을 장관(읍장)이 되었을 때 공자가 무성으로 가 자유에게,

“네가 훌륭한 일꾼(인재)을 얻었느냐?” 하고 물었을 때 자유가,

“예, 담대멸명(澹臺滅明)이란 사람이 있는데, 길을 다닐 때 지름길로 다니는 일이 없고 공무가 아니면 제 방에 오는 일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니까 담대멸명은 공적인 사무가 아니면 사사로이 장관(읍장)의 방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그가 얼마나 자기 직분에 충실해 공명하고 정대한가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담대멸명으로서는 장관인 자유에게 사사로운 청을 하거나, 남이 알지 못할 비밀을 은밀하게 속삭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공자는 그날부터 담대멸명을 제자로 삼았다. 그런데 그는 아주 못생긴 사람으로 제자 중에 가장 보기 흉한 추남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얼굴만 보고 사람을 평할 수 없다는 것을 담대멸명으로 하여금 터득했다.

그렇다면 ‘행불유경’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단순히 길을 걸을 때 지름길로만 가지 않으면 행불유경일까?

이도 물론 맞는 말이지만 보다 더 본질적인 뜻은 정도(正道)가 아니면 행하지 않음에 있다. 부언 하자면 올바르고 정당하지 않은 일은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런 말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방법이야 어떠하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말로, 목적 달성을 위해선 어떤 방법(편법)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서울을 가려면 바로(정도) 가야지 어찌하여 모로(편법) 가도 상관없다는 걸까? 이는 돈을 주고 벼슬을 사든 아첨을 해서 벼슬을 얻든 벼슬만 하면 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실제 우리는 또 이런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돈을 주고 직위를 사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며, 돈을 주고 작위를 사는 매관매작(賣官賣爵), 그리고 자기가 가장 정직하고 자기가 가장 양심적이라고 떠벌이는 정계(政界)‧법조계(法曹界)‧재계(財界)‧체육계(體育界)‧언론계(言論界)‧교육계(敎育界)‧학계(學界)의 내 노라 하는 거물급 인사들! 알고 보면 가장 부정직하고 가장 비양심적인 위선자들이였다.

이들은 다 ‘행불유경’ 집어치우고 지름길을 택한 자들이요, 정도가 아닌 사도(邪道)로써 지름길을 걷는 자들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성공을 하고, 정직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보다는, 부당한 방법으로 성공을 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이 더 많은 슬픈 우리 이 현실, 정치계가 그렇고 법조계가 그렇고 상계가 그렇고 관계가 그렇고 교육계가 그렇고 경제계가 그렇고 체육계가 언론계가 그렇고 학계가 그렇다. 그러니 이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보느니 편법이요(지름길) 듣느니 부정이니 그저 어떻게 해서라도 땀 흘리지 않고 불로소득하려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아부 아첨을 하던 훼절 변절을 하던 출세만 하면 되고, 강도 절도를 하던 사기 공갈을 치든 일확천금으로 한 밑천 잡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다. 때문에 배금주의가 생기고 한탕주의가 생겨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것이다. 이들은 돈이 신(神)이요 돈이 신앙이어서 돈만이 전부인 돈에 환장한 자들이다. 이들은 출세가 목표요 출세가 목적이어서 어떤 부도덕 어떤 비양심도 문제 삼질 않는다.

그렇다면 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정신, 정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신 정신이 썩었기 때문이다. 아니 웬 못된 바깥 돌이(퇴폐문화)가 굴러와 박힌 돌(미풍양속)을 뽑아버렸기 때문이다. 웬 사나운 바깥 것이(문물, 주로 물질문명) 홍수처럼 밀려와 아름답던 인(仁)과 의(義)와 덕(德)과 충(忠)과 신(信)을 송두리째 짓밟았기 때문이다. 압살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나마 우리가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바깥 것에 치어 안의 것이 빈사(瀕死)의 사경을 헤매면서도 인과 예와 덕과 충과 신을 외친 이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이 타기할 풍조.
출세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중상모략도 불사하는 이 더러운 풍토.
돈을 위해서는 아비 어미 자식들까지 무자비 하게 살육하는 세태.
돈이 아무리 좋은들 인명한 하고 권력이 아무리 좋은들 인간만 하라!!
(下에서 계속함)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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