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CMS후원
2020.06.01 22:22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세계  |  미디어  |  칼럼  |  서팡게시판  |  여행게시판
 
칼럼홈 > 이정랑

[이정랑의 고전소통] 가치부전(假痴不癲)
이정랑 | 2019-07-08 08:13: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마라

‘치(痴)’란 어리석고 멍청한 것을 말하고, ‘전(癲)’은 정신착란을 말한다. 거짓으로 어리석고 멍청한 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 착란이나 미친 것은 물론 아니다. 그 목적은 형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내심에 품고 있는 정치포부를 숨기기 위해 겉으로 멍청하고 어리석게 보여 아무 일도 못 할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정적의 경계의 눈길을 피하는 것이다.

‘36계’ 제27계에서는 이 계략을 풀이하여 “거짓으로 모르는 채, 못 하는 체하는 것이 낫지, 모르면서도 아는 척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침착하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음이 마치 겨울철에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권모술수는 흔히 물러섰다가 나아가며, 뒤에 출발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후발제인(後發制人)’으로 표현된다. 

1805년, 나폴레옹은 제4차 동맹군과 전투를 벌여 그 승세를 타고 러시아 군을 추격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는 근위군과 후원 부대가 이미 전열을 정비했다고 판단, 프랑스 군과 결전을 벌이고자 했다. 그러나 전략적 안목이 깊은 쿠투조프는 다른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러시아 군 전체가 전멸할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신속히 그리고 계속 퇴각하면서 결전을 피하고, 전투 국면을 지구전으로 끌어 프러시아 군대를 기다렸다가 최후로 대불 전쟁에 투입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군 사령부 내부에 두 가지 의견이 제기되어 서로 갈라지고 있음을 알았다. 나폴레옹은 쿠투조프가 알렉산드르 황제를 설득할까봐 내심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전투의 기회를 상실함은 물론 불리한 장기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전군에게 추격을 즉시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깊숙이 침투시켰던 전초 부대도 철수시켰다. 그러고는 상대에게 전투를 중지하고 강화하자며 즉시 대표를 보내 러시아와 담판을 지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을 마치 무능하고 결전을 꺼리는 연약한 인물인 것처럼 꾸몄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는 이에 자신감을 굳혔다. 프랑스 군은 유리한 전기를 이미 놓쳤다. 나폴레옹처럼 오만한 인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 아니라면 자청해서 강화를 요구할 리 만무하다. 이렇게 판단한 알렉산드르는 쿠투조프의 의견을 묵살하고 프랑스 군과 결전을 치르고 말았다. 그 결과 나폴레옹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어 ‘낙화유수(落花流水)’ 꼴이 되고 말았다.

계책은 지혜에서 나온다. 치밀하면 성공하고 자신을 노출시키면 패한다. 현명한 지휘자는 자신의 의도를 감추기 위해 흔히 ‘어리석음을 가장하여’ 뭇 사람들의 이목을 흐리게 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총명함을 멍청함으로 가장하는 것이, 하지도 못하면서 할 수 있는 척, 멍청하면서도 영리한 척하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4&table=jr_lee&uid=65 









      



모바일 기기에서도 댓글 작성이 가능하도록 보완하였습니다. (현재 아이폰 기기까지 테스트 완료하였습니다.)


닉네임  비밀번호  837303  (스팸등록방지:빨간숫자만입력)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가입 27년째 ...
                                                 
[연재] 홍콩의 벤처이야기 “홍콩...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이대로 가능...
                                                 
김사복, 5.18 진상을 세상에 알리...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공기업 적자, 정치인-자본-관료의 ...
                                                 
미국, 3조원대 돈세탁 혐의 북한인...
                                                 
[연재] 위안부가 있었던 시대 - 8...
                                                 
[공판] 검찰 스스로 표적수사였음...
                                                 
청소노동자의 외침 “차별받아도 ...
                                                 
이태원發 코로나19, 신천지에 비해...
                                                 
조슈아 윙, “윤상현 의원에게 연...
                                                 
천안함의 진실을 지킨 사람들과 박...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에…
                                                 
마곡사 ‘백범의 길’
                                                 
[이정랑의 고전소통]人物論, 外柔...
                                                 
전두환 비서출신 이용섭 사건 재정...
                                                 
[칼기노트 35] 김현희, 그녀는 누...
                                                 
안병하 공직자 바로 세우기 운동본...
                                                 
[오영수 시] 유효기간
32440 천안함 <항소심 석명요구-1>...
29696 천안함 침몰사건 10주기에 부쳐
29028 2020 총선 압승과 주어진 과제
24361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세 번째...
23923 전두환 비서출신 이용섭 사건 재정...
19006 천안함 10년 2심재판서 밝혀진 의...
15619 “천안함 어뢰 사이드스캔소나로 ...
14737 문재인정부 3년 천안함 재조사 왜 ...
13559 ‘제발, 제주엔 오지 마세요’ 밀...
9494 이태원發 코로나19, 신천지에 비해...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930호 (주)민진미디어 | 발행.편집인:신상철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마기선 | 등록번호: 서울 아01961
등록일 2012.02.02 | 발행일: 2012.02.15 | 이메일: poweroftruth@daum.net | 사업자번호: 107-87-60009 | 대표전화: 02-761-1678 | 팩스: 02-6442-0472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방침 | 광고/사업제휴문의 | 기사제보 | 칼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