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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장군가탈심(將軍可奪心)
이정랑 | 2019-04-16 09:19: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장수의 정신을 빼앗는다.

‘손자병법’ ‘군쟁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따라서 적군 전체의 사기(士氣)를 꺾을 수 있고 장수의 정신(精神)을 빼앗을 수 있다. 사기는 아침에 높고 낮에는 해이해지며 저녁에는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용병에 능한 사람은 적의 사기가 높을 때는 피하고, 사기가 해이해졌거나 사라진 때에 공격한다. 이것이 바로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다.

지휘관은 적장의 심리적 특징을 이용하여 가상으로 적을 속이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적장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측근들과의 사이가 멀어지게 하고, 모든 사람을 의심하여 번민에 빠지게 하며, 일의 결정을 못 내리게 만든다. 또는 각종 방법으로 적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을 내팽개치고 항복하게 만드는 것도 ‘적장의 정신을 빼앗는’ ‘장군가탈심’의 방법이다.

“마음(정신)이란 장수에 의해 주재되는 것이다. 화를 내게 만들어 교란 시키고 이간질시키며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 곧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다.” 마음을 빼앗는 것은 곧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지휘관의 사상‧의지, 그리고 품성상의 결함이나 개인적 특성은 모두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틈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용감하기는 하나 지혜가 모자라고, 교만 방자하여 적을 깔보고 쉽게 경거망동하면 ‘할 수 있으면서도 못 하는 척.’하는 적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성격이 너무 급해 건드리기만 해도 펄쩍 뛰는 사람은 감정상의 충동을 못 이겨 ‘장수를 자극하는’ 방법인 ‘격장술(激將術)’에 견디지 못한다. 지나치게 공을 세우려 하고 자신의 능력을 너무 믿는 사람은 작은 이익을 쉽게 탐내기 때문에 적의 유인계에 쉽게 걸려든다. 명분을 지나치게 따지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허영심 때문에 적의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이성을 잃는다. 돈과 여자를 밝히는 사람은 쉽게 투지를 잃기 때문에 재물과 여색을 동원한 적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 두뇌가 단순하여 적을 깔보고 의심이 많은 사람은 사기를 잘 당한다. 성숙한 지휘관은 ‘마음을 빼앗는’ ‘탈심’의 계략을 중시하며, 또 늘 ‘탈심’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삼국시대 제갈량(諸葛亮)은 용병과 작전에서 이 ‘공심(攻心)’을 대단히 중시했다. 그는 일찍이 “용병의 도는 ‘공심’이 상책이고, ‘공성(攻城)’은 하책이다. 심리전이 수준 높은 싸움이며, 병사로 싸우는 싸움은 수준이 낮은 것”이라는 탁월한 관점을 제기한 바 있다. 그가 ‘칠종칠금(七縱七擒)’으로 맹획을 굴복시킨 것은 적장의 심리를 빼앗은 전형적인 본보기라 할 수 있다.

1942년 11월, 소련군은 스탈린그라드 지역에서 반격 작전을 펼쳤다. 작전의 제1단계에서 돌격 임무를 맡은 서남 방면의 제26 탱크 군은 페레라조프스키 부근으로 돌진한 후, 독일 군이 돈 강을 향해 철수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독일 군의 퇴로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로딘 소장은 밤을 틈타 비밀리에 1개의 탱크 부대를 선발대로 파견해, 적진 깊숙한 지점에 자라잡고 있는 카라치 부근을 뚫고 돈 강의 유일한 교량을 점거하도록 했다.

야간에 비밀리에 침투하려면 모든 불빛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완벽한 위장으로 언제든지 전투할 수 있는 대형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로딘소장은 이런 야간 침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그는 부대를 종대로 행군하게 하면서 모든 불을 환하게 밝힌 채 태연하게 독일 군 방어 진지를 지나 강을 건너는 지점으로 향했다. 탱크에서 품어 나오는 강한 불빛이 대지를 뒤덮은 하얀 눈에 반사되어 장관이었다. 탱크 부대는 하나하나 독일 군의 코앞에까지 이르렀다. 만약 이때 독일 군이 양 옆에서 협공을 가하는 날이면 꼼짝없이 전멸당할 판이었다.

그러나 독일 군 지휘관은 질서정연하고 급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최소한의 정찰 수단도 취하지 않고 행군하고 있는 탱크 행렬을 철수하는 자기 편 부대로 착각하고는, 녹색 등을 환하게 켜서 길을 비쳐주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소련 탱크 군은 총알 한 발 사용하지 않고 방어선 안쪽 10리가량 깊숙이 침투하여 돈 강 통로를 장악했다. 소련군이 감행한 이 대담무쌍한 침투 행위는 ‘탈심’을 아주 생생하고도 성공적으로 활용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4&table=jr_lee&uid=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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