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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패왕지도(覇王之道)
이정랑 | 2019-03-12 09:02:5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강력한 제왕으로 가는 길

법술(法術-법률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의 도는 패왕(覇王)의 도다. 군주가 법술을 장악하는 것은 육지에서 준마가 끄는 빠른 마차를 타고 가거나, 강에서 가벼운 배를 저어 가는 것과 같아 성공에 도달하기 쉽다. 우리는 역사에서 현명한 군주가 법술에 능한 인재, 즉 법술지사(法術之士)를 얻어 대업을 이룬 예를 숱하게 볼 수 있다. 탕왕은 이윤(伊尹)을 얻어 왕이 되었고, 제나라 환공은 관중(管仲)을 얻어 패자(覇者)가 되었다.

법술지사와 비교하여 무익(無益)한 신하를 꼽는다면 우선 협객(俠客)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했던 예양(豫讓)은 지백(智伯)의 밑에 있으면서 그가 화를 면할 수 있도록 법술을 권하지 못했고, 사람들을 거느리고 나라를 위해 일하지도 못했다. 지백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임을 당하자 예양은 자신의 얼굴을 훼손하고 석탄을 삼켜 벙어리가 되었다. 그는 그렇게 사람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게 한 뒤, 조양자를 찔러 죽여 지백의 원수를 갚았다. 그는 목숨을 바쳐 주인의 원수를 갚았다는 명성을 얻긴 했지만 지백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은자隱者)도 무익한 신하에 속한다.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그런 자들이다. 이들은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푸성귀를 뜯어먹고 살았는데 먹을 것이 떨어져 굶어 죽고 말았다. 이들은 중형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한 상도 탐하지 않았다. 상벌로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군주가 늘 그들을 칭찬하는 건 그들이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아둔한 절개와 지조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 충성스럽고 결백하다면 사회에 투신하여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결코 자신의 명성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군주가 그들을 칭찬하고, 심지어 등용까지 하는 것은 실제와 동떨어진 자들을 이용해 실질을 추구하는 행위다. 이것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으니 꿈에서 깨면 모든 것이 허망해 보일 것이다. 군주가 나라의 발전을 바란다면 역시 법술지사를 등용해야 한다.

초나라에 직궁(直躬)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됨이 정직하고 아첨이란 걸 몰랐다. 자기 부친이 남의 집 양을 훔치자 직접 관청에 달려가 그 사실을 고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지방 현령은 직궁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가 나라에 충성하기는 했지만 부친에게 불효를 저질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즉, 직궁은 나라의 충신인 반면, 부친에게는 불효자였다.

노나라 사람 하나가 군주를 따라 전쟁터에 나갔는데 세 번 싸워 세 번 다 패하여 도주했다. 공자가 왜 그랬냐고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의 집에는 연로한 부친이 계십니다. 제가 싸우다 죽으면 돌봐드릴 사람이 없으니 저희 부친이 어떻게 살아가시겠습니까?”

이 말에 감동한 공자는 그를 관리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부친에게는 효자인 반면, 나라에게는 역신(逆臣)이었다.

현령이 직궁을 죽이자 사람들은 그 일을 교훈으로 삼아 범죄를 봐도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공자가 그 노나라 사람을 칭찬하자 노나라 병사들은 싸우는 족족 패배했다. 이것은 군주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군주는 자기 백성들이 충성스럽고 범죄를 적발하며 전쟁에서 공을 세우길 희망한다. 그래서 유생(儒生)은 군주와 조화를 이룰 수 없는데, 왜냐하면 위의 두 예는 모두 유가(儒家)에서 가르치는 효도로 인해 나라의 법을 해친 경우이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타당한 이유를 살피지 않고 유가의 경전과 예의를 무턱대고 숭상하면 위의 예처럼 심각한 모순이 일어난다. 백성들은 안락함을 위해 당연히 인의, 예절을 닦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통치자의 신임을 얻어 관리가 되고 다른 사람의 존경까지 받으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라는 혼란을 면하기 어렵다.

적을 죽인 장수에게 상을 내리고 전투에서 공을 세운 병사와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검을 제조한 장인(匠人)에게 작위와 녹봉을 줘야 한다. 인자하고 결백하며 뽐내기 좋아하는 유생의 겉치레를 장려해서는 안 된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면 일하는 자와 병사에게 의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나라에 전혀 보탬도 안 되는 이들이 이득을 보고, 반대로 보탬이 되는 이들은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라가 태평할 때는 유생을 키우다가 당장 위기가 닥쳐서야 병사를 찾는다면 실제 업무의 종사자는 나태해지고 공부하는 자들만 늘어날 것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4&table=jr_lee&uid=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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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불초자  2019년3월12일 19시04분    
이정랑 씨,
짧은 소견이지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소!
당신의 글을 보고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을 더는 두고볼 수는 없기에 그렇소.
알기 쉽게, 당신의 말로써 얘기를 시작하고 싶소.

'적을 죽인 장수에게 상을 내리고 전투에서 공을 세운 병사와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검을 제조한 장인에게 작위와 녹봉을 주어야 한다.'

이 말은 오늘의 글에만 해당하지 않소. 당신이 이제까지 쓴 글에서 울려오는 느낌이고, 당신이 아마 하고싶은 말의 알맹이라 생각하오.
내가 틀리지 않다면, 당신은 '법치'를 아주 중대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이상으로 삼는 사람이오.
허나 그 법치는 왕의 다스림을 기준으로 삼는 법치가 되어서는 안 되오.
지금의 그 왕의 시대도 아니고, 민중의 시대인만큼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함을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덕성'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오.
그렇다고 나는 '덕치주의'자가 아니오. 우리 인간사를 어느 영역에 묶어놓는 '주의'라는 말 자체를 그렇게 긍정의 눈으로 보고싶지는 않소.
편을 갈라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는 것을 극도로 질색하오.
물론 전쟁시대를 관통해온 중국사와 철학을 공부한 분이기에 그런 식의 표현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소.
문제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감이 없지않다는 데 있고, 그것이 아무 거리낌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소.
법치국가라고 해서 법이 우선되는 사회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을 전혀 모르는 자의 소리라 할 수 있소. 법이 누구를 위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오늘날 법은 너무도 잘못된 방향으로 되려 우리 인간공동체를 파괴해가고 있소.
법이 우리 인간의 자유(Freedom이 아닌 Liberty, 곧 민중해방, 곧 평등)와 행복추구에 있음은 어느 나라 헌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바요. 허나 이러한 본래의 정신과 마음을 간직한 나라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소.

법은 '덕'(인권)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소. 또한 덕도 법을 깔보며 위상을 떨쳐서도 안 되오. 그렇게 하는 것은 이미 덕이 아니기 때문이오.
인간의 양심이 곧 법을 대신하는 시대가 우리 사는 세상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때라고 믿소.
법이라, 법치라 법술이라!
그런 관행과 정치적 습속들이 알게모르게 우리 인간사에 스며들고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미래에 편승하려 하고 있소.
법이 인류를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숨괴 비명으로 명백해지고 있소.
법은 질서와 조우할 때 거기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일 뿐, 나머지는 우리 인간의 몫이오.
질서라고 하는 것도 인간의 양심과 맞서는 것이라면 그 법은 아무 의미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할 뿐이오.
법 위에 아무 것도 올라설 수 없는 전통을 만든 과거의 세력가들은 오늘날 그 법으로 호위호식하며, 한편 그 법으로 아픔과 괴로움을 겪는 우리 인류에게 무한히 무릎을 꿇어야 하오.

이정랑 씨,
힘있는 자들의 역사는, 법치를 한 왕들과 법술을 베푼 지략가들을 더 기억할는지 모르지만,
우리 민중이 쓰는 역사는, 백성을 권력이 아닌 덕으로써 섬기고 보살핀 왕들을 더 애틋히 기억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리고 이러한 방향에서도 앞으로 글을 써 주었으면 하오!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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