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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누전누패(屢戰屢敗)
이정랑 | 2019-02-19 08:19: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권신(權臣)과의 싸움은 연전연패한다.

“권신일수록 강대한 세력을 소유하고 있다. 권세가 크다는 건 또한 군주의 신뢰와 총애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군주가 그에게 나라의 대권을 맡길 리 없다.”

권신은 군주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 좋아하고, 군주가 싫어하는 것은 뭐든 싫어한다. 그가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더욱이 권신은 관직이 높고 패거리가 많아 그의 지위를 흔들기란 쉽지 않다.

법술지사(충신)는 군주에게서 미관말직이라도 얻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군주의 신뢰와 총애도 없이 군주의 잘못된 의식을 고치려 하면 반드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다섯 번 싸워서 법술지사는 다섯 번의 패배를, 권신은 다섯 번의 승리를 거두게 되어 있다.

군주와 친한 사람과 소원한 사람이 투쟁을 벌이면 당연히 친한 사람이 승리를 거둔다. 구세력과 신진세력이 투쟁을 벌이면 대부분의 경우 구세력이 승리를 거둔다. 기반이 미약한 신진세력은 기반이 튼튼한 구세력을 대적하기 어렵다. 군주와 기호를 같이하는 사람과 군주와 생각이 상반된 사람이 투쟁을 벌이면 당연히 군주와 기호를 같이 하는 사람이 승리를 거둔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투쟁을 벌이면 당연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 승리를 거둔다. 한 나라와 한 개인이 투쟁을 벌이면 당연히 한 나라가 승리를 거둔다.

법술지사에게는 이처럼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다섯 가지 조건이, 권신에게는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조건이 있으므로 양자의 승패는 굳이 겨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한 권신은 낮부터 밤까지 군주 앞에서 수다를 떠는 반면, 법술지사는 군주에게 다가갈 길이 없으니, 군주가 언제 깨달음을 얻어 법술지사의 지혜를 활용하겠는가? 만약 쌍방이 투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언제든, 어떤 형식이든 법술지사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언론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옛말에 “세 사람의 말이면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본래 시장에는 호랑이가 있을 리 없지만 연이어 세 사람만 시장에서 호랑이를 봤다고 한다면 거짓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언론의 거대한 위력을 시사하는, 고사라고 할 수 있다.

전국시대 춘신군(春申君)은 여(余)라는 첩을 무척 사랑했다. 그런데 여는 춘신군의 본부인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고의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낸 다음 춘신군을 찾아가 말했다.

“당신의 첩이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하지만 큰 마님을 모시는 건 당신을 모시는 것과 너무나 다르군요. 두 주인을 모시기에는 제 능력이 너무 모자라서 이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큰 마님 손에 죽느니 차라리 당신 앞에서 목숨을 끊고 싶습니다.”

춘신군은 그녀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본부인과 인연을 끊었다. 얼마 후 여는 본부인의 아들인 갑(甲) 대신 자기 아들을 춘신군의 계승자로 삼을 심산으로 일부러 찢은 속옷을 입고서 울며불며 춘신군에게 호소했다.

“제가 당신의 총애를 얻은 지 오래라는 걸 갑도 모르진 않을 거예요. 그런데 오늘 갑이 강제로 저를 희롱하지 않겠어요? 제가 반항을 하니까 이렇게 제 속옷을 찢어놓았어요. 당신의 아들은 정말 불효자로군요.”

춘신군은 크게 노하여 갑을 살해하였다. 여의 속임수에 빠져 춘신군은 본부인을 버리고 친아들을 살해했다. 군주와 신하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만큼 친밀하지 않으며, 더욱이 법술지사에 대한 간신들의 비방은 한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므로 법술지사가 버림받기 쉽다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간신의 비방은 법술지사와 군주 사이의 장벽과도 같다. 군주가 비방에 속으면 법술지사는 더더욱 그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옛날 범저(范雎)는 진(秦)나라 소왕(昭王)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저는 오늘 이렇게 대왕 앞에서 말하고 있지만 내일이 되면 목이 달아날 것입니다.”

이 말은 군주를 설득하기 위한 책략이었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의 비방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간신은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법술지사는 부국강병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현명한 통치자는 잘 알아야 한다. 법술지사를 조정에서 몰아내 그들이 산이나 물가에서 유유자적하게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고서 잘된 나라가 역사상 어느 곳에 하나라도 있었던가!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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