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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유적심입(誘敵深入)
이정랑 | 2020-09-22 14:54:2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적을 깊이 끌어드린다

이는 강적이 공격해올 때 계획적으로 일부 지역을 포기함으로써 적을 아군의 포위망 속으로 깊숙이 유인한 다음 섬멸하는 계략이다.

기원전 632년, 진(晉)‧초(楚)의 성복(城濮) 전투에서 진군은 90리를 퇴각하여 적을 깊숙이 유인, 초나라 장수 자옥(子玉)이 이끄는 군대를 대파했는데 이것은 바로 ‘유적심입(誘敵深入)’의 계략을 체현한 본보기였다.(퇴피삼사 참조)

1643년 5월, 이자성(李子成)은 양경(襄京)에서 군사 회의를 소집하여, 상대와 자신의 형세를 분석하고 전략 계획과 진군 노선을 연구했다. 그 결과 관중을 취한 다음 산서를 공략하고 다시 북경으로 쳐들어간다는 기본적인 작전 방침이 결정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이자성은 몸소 백만 대군을 이끌고 하남으로 북상, 사수(汜水)와 형양(榮陽)에 주둔하면서 정예병을 파견하여 서안(西安)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이때 명나라 조정에서는 패배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군사적 진입 작전을 계획하고, 손전정(孫傳庭)을 병부상서로 임명하여 섬서‧ 산서‧하북‧하남‧호남‧사천‧귀주 및 강북의 군사를 모두 총감독하게 하는 한편, 장병을 소집‧배치한 후에 동쪽 하남으로 진군하여 봉기군과 일대 결전을 벌이고자 했다.

손전정은 군대를 동관(潼關)에 주둔시켜놓고 3만 대의 ‘화차’를 만들어 이자성 군대 중에서 가장 강한 기병을 상대하게 했다. 동관은 한쪽은 험준한 산이고 다른 한쪽은 급류의 황하가 흐르는 지세가 험준한 곳이어서, 지키기는 쉬워도 공격하기는 무척 어려운 곳이었다. 따라서 이곳을 일찌감치 차지하고 있는 손전정의 군대와 섣불리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을 각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잘 아는 이자성은 먼저 손전정의 군대를 농민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으로 깊숙이 유인한 다음, 자기 쪽의 우세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불의의 기습을 가해 단숨에 승리를 거두고 이어서 그 나머지를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적은 이 계략에 여지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손전정은 농민군의 조직적이고도 계획적인 전략상의 후퇴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여 포위망 깊숙이 빠져들고 말았다.

9월 초, 쌍방의 주력은 겹현(郟縣)과 여주(汝洲-지금의 하남성 임여현)에서 맞부딪쳤다. 이자성은 겹현의 적을 포위만 하고 싸우지 않으면서, 정예부대를 보내 불시에 식량 보급로를 끊음으로써 적의 심리를 동요시켰다. 상황이 불리하다고 본 손전정은 군대를 세 길로 나누었다. 한 군대는 여주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두 부분은 자신이 몸소 이끌며 양식을 날랐다.

그가 군영을 비우자 군심은 더욱 흩어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자성은 공격을 가했다. 이 전투에서 이자성은 적 4만을 죽이고 엄청난 병기를 노획했다. 봉기군은 4백 리를 추격하여 맹진(孟津-지금의 하남성 맹현 부근)에서 손정전이 친히 이끄는 식량 공급 부대와 부딪쳤다. 손전정은 혼비백산, 황하를 건너 동관으로 퇴각했다. 10월 초, 봉기군은 동관을 함락했고 손전정은 전투 중 피살되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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