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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人物論 창업과 수성에 성공한 리더
이정랑 | 2020-05-21 08:34:1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손권 孫權】 비리부동(非利不動)의 실리주의자  下

사람을 믿고 쓰겠다고 결정하면 장점만을 생각하고 단점은 잊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오나라 황제 손권>

손권은 모든 권한을 주유에게 주었다. 총사령관은 손권이지만 최고 지휘관은 주유가, 외교와 병참에 관한 모든 권한은 노숙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참견하지 않았다. 바로 손권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한번 신뢰한 부하는 끝까지 믿는다’는 원칙이다. 손권은 이렇게 생각했다. ‘믿고 쓰겠다고 결정하면 부하의 장점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단점은 잊는다’라고, 최고 지휘관으로서는 갖기 힘든 사고방식이다. 모든 것을 보고 받고, 모든 것을 지휘하고 모든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분배하는 것이 익숙한 상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리더십이 아닐까.

이러한 손권의 리더십은 오나라의 존망을 결정짓는 큰 전쟁에서도 계속되었다. 관우와의 일전에는 여몽이 나서서 전쟁을 지휘해 승리를 이끌었고 복수를 위해 대군을 몰고 쳐들어온 유비군에 맞설 때의 야전지휘관은 바로 육손이었다. 부하에 대한 믿음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손권의 참모 제갈근은 바로 유비의 책사 제갈량의 형이었다. 형주 땅에서 관우를 여몽이 죽이자 유비는 분노했다. 그러자 손권은 사신으로 제갈근을 유비에게 보냈다. 다른 신하들은 ‘제갈근이 촉에 가는 순간 동생인 제갈량에게 포섭되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손권에게 권했지만, 손권은 ‘제갈근은 그럴 위인이 아니다. 분명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듯이 제갈근은 촉에 머물지 않고 손권에게로 귀환했다. 또한, 적벽대전 승전 후 회의 때 조조에게 항복을 주장했던 장소를 비롯한 많은, 부하들에게도 차별 없이 포상하는 배포를 보였다. 부하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는 결정적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손권의 이런 리더십은 그가 스스로 ‘전지전능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손권은 왕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항상 자신의 대리자로서 인재를 키우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그는 주유, 장소, 노숙 외에도 육손, 여몽, 정보, 감녕, 능통 그리고 제갈근 등의 인재와 장수를 발굴하고 그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했다. 그런 인사 능력과 회의에서의 스스럼없는 태도와 통 큰 안무(按撫)로 오나라를 통합과 인화의 제국으로 이끈 것이다. 이렇게 스스럼없는 부하직원과의 안무를 통해 손권은 통합과 인화의 정치로 오나라를 이끌었다. 손권은 호방했다. 자주 연회를 열었고, 술을 마시면 아슬아슬할 정도로 오버하기도 했다.

손권은 공사가 분명하고 실리에 밝았다. 형인 손책 밑에서 15세 때부터 관리직을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항상 자신의 용돈이 부족했다고 한다. 당시 경리 책임자가 여범과 주곡이었는데 여범은 손권의 용돈 쓰는  것에 대해 까다롭게 굴었고 어쩌다 낭비성 지출이라고 하면 형인 손책에게 보고해 손권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했다. 그해 비해 주곡은 항상 돈을 쓸 수 있게 했으며 자신이 회계장부를 조작까지 해가며 손권의 편의를 돌봐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손권은 왕위에 오르자 경리 책임자로 여범을 임명하고 주곡을 해임했다. 국가의 살림을 함부로 자신의 기준에 맞게 쓸 수 있는 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권은 체면보다 실리를 먼저 생각했다.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을 대파했지만, 유비가 형주와 익주를 차지하고 일종의 ‘꼼수’ 전술을 구사하자 손권은 형주를 돌려달라고 말하다가 끝내 지치고 만다. 포기한 손권은 즉시 조조와 손을 잡았다. 관우가 버티고 있는 형주도 신경 쓰이는데 조조군까지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몽을 통해 관우를 잡은 손권은 조조에게 항복했다. 그러면서 유비에 대한 공격에만 모든 힘을 쏟을 실리적 여건을 만든 것이다.

220년, 조조가 죽고 그의 아들 조비가 황제에 등극한다. 그가 바로 조문제이다. 그러자 촉의 유비는 다음 해인 221년에 황제에 즉위한다. 하지만 손권은 황제에 오르는 대신 조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신하를 자청했다. 조비로부터 오왕의 칭호를 얻는 것으로 만족한 것이다. 위와 촉 모두를 상대로 전쟁을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조문제는 손권에게 아들을 인질로 보내라고 요구했으며 상아, 진주 등 많은 진상품을 요구했다. 손권의 부하들은 분노하며 위와 전쟁을 벌일 것을 주장했지만 손권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백성들의 목숨이 나 한 사람의 결단에 달려있는데 내가 내 체면만 내세울 수는 없다.”

차라리 조공을하고 문제가 하사한 왕위를 받아 백성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나으며 겉만 요란한 황제 자리에 올라 나라를 전쟁의 도가니에 빠트리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손권의 대범한 실리를 위한 용단의 표출이다.

이런 손권의 줄타기 외교는 계속되었다. 유비가 죽고 그의 아들 유선이 후계를 이어받자 손권은 제갈량과 협상을 통해 촉과 새로운 동맹을 맺는다. 그리고 곧 닥칠 위나라와의 전쟁을 준비했다. 이처럼 손권은 외교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전략이 탁월했다. 강력한 힘의 위나라, 그런 위나라에는 뒤떨어지지만, 제갈량이라는 뛰어난 인물이 지휘하며 오나라의 급소를 노리고 있는 촉나라, 그 어느 쪽도 영원한 적으로, 친구로 만들지 않고 항상 ‘동침’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손권은 내치에 힘을 쏟는다. 그는 부하 장수들을 발탁하고 기르는데 탁월한 안목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여몽이다. 무예는 뛰어나지만 건들건들하고 책 한 권 읽지 않는 여몽에게 손권은 항상 독서와 학문에 정진할 것을 주문했다. 손권의 권유에 공부를 시작한 여몽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어느 날 마주하고 토론을 한 노숙을 놀라게 했다. 사람이 달라진 것이다.

학문의 깊이도 생기고 논리와 이론으로 무장한 훌륭한 지휘관이 된 것이다. “사내대장부란 사흘이 지나도 눈을 비비고 봐야 할 정도로 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여몽은 대답했다. 이런 손권과 여몽의 대화와 훗날 ‘주유의 뒤를 이어 도독으로 오른 여몽의 변신을 두고 ’괄목상대(刮目相對.-눈을 비비고 상대를 본다는 뜻,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이르는 말)‘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이처럼 능란한 외교술과 힘을 기르면서 기회를 엿보던 손권은 229년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삼국시대의 주역들이 하나, 둘 퇴장하고 난 뒤 제2막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그러면서 손권은 항상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잊지 않았다. 창업은 창업주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시대적 상황이 빚어내는 행운도 작용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수성은 온전히 현재 통치자의 개인적인 역량과 지혜와 품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지배적이다. 우리가 손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리더십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리더는 조심스럽고 참을성 있게 의견을 듣고 말해야 하며 말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후배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관이나 부하에 대한 장점은 기억하되 단점은 잊는 것이 좋다. 즉 칭찬에 인색치 말며 사소한 잔소리로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면 실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상이 우리가 손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리더십이다. 물론 손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는 부하인 육손도 배척했고 장소마저 집에 불을 지르는 등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했다. 더구나 자신의 후계자이자 태자였던 손등이 죽자 손화를 태자로 임명하고 아끼던 왕자인 손패를 노왕으로 임명해 동등한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자 나라는 온통 태자와 노왕 편으로 갈라져 분열되었고 결국 손권은 두 사람 모두에게 벌을 내려 죽음에 이르게 했다. 조조, 유비, 제갈량, 사마의, 조비 조예 등과 한 시대를 같이 공유하며 투쟁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손권도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셈이다. 그렇지만 그의 오나라는 수많은 위기를 겪은 끝에 90여 년을 존속하다 결국 사마 씨에 의해 망국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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