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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금적선금왕(擒賊先擒王)
이정랑 | 2020-02-12 08:45:1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두머리를 먼저 잡아라.

적의 주력을 격파하고 그 우두머리를 잡아 적의 전체를 와해시켜라. 계략이 지극히 뛰어난 적을 상대할 때는 그와 견줄만한 계략을 써야 한다. 적을 공격하여 승리하였다면 전과를 다 거두어들일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작은 승리에 만족하여 큰 승리를 거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군사의 손실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의 주력을 격파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장수에게는 누가되고 최고사령관에게는 재앙이 되어 앞서 이룬 공로에 오점을 남기게 된다.

또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방심하여 주력부대를 격파하지 않고 적의 우두머리를 사로잡지 않으면, 그것은 마치 사로잡은 호랑이를 풀어 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적의 우두머리를 사로잡으려면 적의 깃발의 움직임만 보고 파악하려 해서는 안 되고 적의 진영에서 누가 지휘자인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36계』에서는 ‘금적금왕’을 제18계에 담고 있는데, 그에 대한 풀이를 보면 “단단한 곳을 뿌리 뽑고 그 우두머리를 빼앗아 몸을 해체한다. 그러면 바다의 용이 들에 나와 싸우듯 그 처지가 절박해 진다”고 되어 있다. 즉, 적의 주력을 허물어뜨리고 수령을 잡으면 그 전체 역량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계책의 기본 정신은 전쟁에서 적의 주된 모순을 단단히 움켜쥐어 철저히 승리를 챙기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병가에서는 전투를 지휘할 때 전체국면을 가슴에 담아 처음과 끝을 꿰뚫어보며 대승을 거둘 수 있는 전기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만약 적을 무너뜨리고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데도 적의 주력을 소멸시키지 못하고 그 우두머리를 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치 다잡은 호랑이를 산으로 놓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환이 될 것이다.
옛 전쟁에서는 살생의 대부분이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육박전(肉薄戰)’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지휘자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혼전 중에 한쪽이 패하여 도주할 상황이라면 그 편의 장수는 위장을 하고 도망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금적금왕’은 적의 장수를 드러나게 하여 잡는 것으로서, 고대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계략으로 취급되었다.

『신당서』 「장순전 張巡傳」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당 숙종 때 장순(張巡)과 윤자기(尹子奇)가 전투를 벌인 적이 있다. 장순의 군대가 적장의 깃발이 있는 군영을 향해 곧장 진격하여 적장 50여 명과 병사 5천여 명의 목을 잇달아 베니 적진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졌다. 이때 장순은 윤자기를 찾아 죽이려 했으나 그의 얼굴을 몰랐다. 그래서 장순은 병사들로 하여금 쑥 줄기를 화살로 삼아 적을 향해 쏘도록 했다. 화살에 맞은 적들은 자신이 무사하자 매우 기뻐했다. 병사들은 장순 군대의 화살이 바닥난 것으로 알고 서둘러 윤자기에게 보고했다. 이런 식으로 윤자기를 찾아낸 장순은 즉각 부장 남제운(南霽雲)에게 진짜 강한 화살을 쏘게 하니, 그 중 한 발이 윤자기의 왼쪽 눈을 맞혔다. 깜짝 놀란 윤자기가 병사들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내 포로가 되고 말았다.

현대전은 양식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 계략을 운용하려면 적의 지휘 기구를 파악해야 하는데, 통상 정면 작전에 기습 수단을 배합하여 운용한다. 특히 낙하산과 비행기가 전쟁에 출현하면서 ‘금적선금왕’은 더욱 기묘하고 다양한 특징을 띠게 되었으며, 일반적인 전술 동작에서 전략적 행동으로 발전했다. 또 소규모 기습에서 대규모 기습으로 발전했다. 흔히 전쟁 도발자는 정치적 기만술과 외교적 위장술로 진정한 의도를 가린 채 갑작스럽게 적국의 수도나 전략적 요충지를 엄습하여 단숨에 상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통수 기관의 저항을 눌러버림으로써, 아군이 힘 안 들이고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낸다.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가 낙하산 부대를 노르웨이에 투하한 것이나, 70년대 말 소련 군 낙하산 부대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 투하된 것 등이 모두 이런 예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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