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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교수를 위한 변론 - 나도 삼성 선물 받았다
게으른농부 | 2018-04-26 09:19: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른 아침 세상 투어에서 오늘의 데일리 글질 토픽으로 궁리해보게 된 것은 둘이었다. 도둑놈이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한 티브이조선과 삼성에서 선물을 받았다 하여 몰매를 맞고 있는 김호기교수. 그런데 앞에 것은 이미 논의되고 있는 것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듯하다는, 뒤에 것은 김호기교수 하나를 엄호하기 위해 삼성이라는 거대 현실악을 옹호하는 듯한 투가 되는 게 온당한 것인가 하는, 주저가 있었다.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는 결국 양쪽 모두를 포기하기로 한 다음, 뒷산에 올라갔다. 그런데 그 두 토픽은 내내 내 머리에서 길항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올 때쯤, 한 지식인의 인격 말살은 상성이라는 거대악 용납만큼이나 잘못된 일이라는 쪽이 되었고, 마침내 그쪽에서 오늘의 이 글질을 감행하는 모험을 해보기로 한다. 어차피 나만의 대나무숲이니까, 하는 변명은 언제나 내 편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김호기교수의 학문적 업적이나 이력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 나에게 그는 단지 다감하고 부지런한 학자여서, 더러 그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거기 옮겨두는 그의 칼럼이나, 특히 그 형제 이야기에 감동을 느끼며, 즐겨 읽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호기교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모험스러운 일일 수 있다. (오른편 사진은 그의 페이스북 문패인데, 장성한 형제들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 정답고, 따뜻하고, 아름답다.)

온라인에 김호기교수 이야기가 있어서 추적해보니 살벌했다. 특히 트위터에 들어가 '김호기'를 검색해보니까 아예 무시무시했다. 나는 그 살벌, 그 무시무시의 근원을 찾아가보았다. 뉴스타파였고, 거기 인용되어 있는 기자와 김호기교수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몇 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제 생각으로는 사장단 회의에서 두 번 발표를 했기 때문에 그 고마움의 표현으로 음악회 티켓을 보내주지 않았나 생각을 했을 것 같고요. 그래서 그냥 간단히 문자 메시지로 고맙다고…
기자 : (사장단) 발표 하시고 사례금을 받으셨을거 아니에요?
김 교수 : 그거는 그렇죠.
기자 : 그와 별도로 해가 지나서 주는 공연 티켓을 받는 것도 답례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요?
김 교수 : 글쎄요. 그건 해석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제 생각에는 네 제 생각은 뭐 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고 또 그냥 뭐 답례의 연속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우선 탁, 다가온 생각은 두 가지였다. 기자가 범죄인 취조하듯이 이렇게 다그쳐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게 하나였고, 김호기교수가 왜 이토록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하는 거지 하는 게 다른 하나였다. 김호기교수가 이 선물을 받고 보냈다는 문자. 이것이 마치 대단한 범죄의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픽 처리까지 해두었는데, 보낸 사람 이름이 <연세대 김호기>라고만 되어 있을 뿐, 의례적인 敬句마저 없다. 이건 상당히 무례해보이기도 한다. 상당히 무례해보이기도 하는 이것은 범죄의 증거가 아니라 수신인과 발신인 사이에 유지되던 거리의 증거라는 게 맞을 듯하다. (그래픽에 초라하게 변명하는 듯한 이런 사진을 쓴 것도 매우 악의적으로 보인다.)

나도 삼성사장단 회의(삼성본관)와 비서실 임원 모임(신라호텔)에 나가 이야기한 뒤, 통상적인 것보다 조금이나마 더 많은 듯한 사례를 받은 적이 있고, 꽤 비싼 식사 대접도 받았으며, 그 뒤, 아마 2,3년 동안 명절마다 굴비나 갈비를 받았고, 그 사이에 뮤지컬 티켓 두 장이 온 적도 있다. 그 무렵에 알게 된 것인데, 삼성에서 명절 때마다 보내는 선물은 아마 수만 명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이들 수만 명이 모두 범죄자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어, 아니다, 하고 단언한다. 나는 티끌만한 마음켕김도 없다. 내가 그들에게 준 것은 지독한 쓴소리였고, 나는 그 쓴소리를 그토록 괜찮게 대접하는 그들을, 그러기에 삼성일 수 있는 거지, 하고 그들의 가능성으로 보았다. 그것이 삼성과 나 사이의 관계였다.

만일 그 선물이 삼성에 대한 부역 대가였다면 문제는 다르다. 더구나 지식인으로서 거대 현실악을 위해 부역했다면 마땅히 몰매를 맞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단지 선물을 받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몰매질을 한다면 그 몰매는 비열한 폭력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김호기교수를 두들겨패고 싶다면 그의 부역실적을 열거해야 한다. 그가 백혈병 관계 무슨 조직에 들어갔던 것은 예로 든 것도 보았는데, 나는 그 문제에 관한 한, 김호기교수의 고심이 더 설득력 있다 생각한다. 대상이 삼성이라 하여 그 역할을 피하는 게 ‘진보학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몰매 이유의 상당 부분이 ‘진보학자’인데, 그들이 ‘진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스러웠다.)

제대로 된 지식인 하나는 국가적 주요 자산이다.
섣부른 허영같은 수척한 논리로 지식인을 때려죽이지 말라!

(만일 김호기교수의 부역 실적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면, 나는 이 글을 지우겠다. 쪽지 보내주시기 바란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보자면, 삼성이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실악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매 맞을 짓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삼성은 하여튼 죽여야 한다>하는 것은 생산적 비판은 아닐 듯하다. 언젠가 장하준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삼성 때려죽이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삼성저격수니 삼성저승사자니 하는 것이 벌이가 되는 타이틀인 듯한데, 매우 정치적으로 들리는 그것도 재고가 꼭 필요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삼성은 어쨌든 대한민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이므로, 극복이든, 해체든,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칸 태우는 식의 자해가 되지 않는 쪽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출처
:http://blog.naver.com/chaosandcosmos/221261694955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2&table=domingo&ui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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