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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의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증가할까
김홍열 | 2016-02-18 12:58: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래에는 더 많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라는 주장에 우리는 쉽게 동의할 수 있다. 곧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고 초고령화 사회도 멀지 않았다. 젊은 세대도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생물체로서 당연한 본능이다. 때가 되면 소멸될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최대로 그 소멸 시기를 늦추고 싶어 하고 생존하는 동안에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이 분야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미래 주요 먹거리로 대기업들이 BIO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니 이제 질문을 해보자.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의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 역시 계속 증가할까.

미래 예측 관련 글들 중에는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에 대한 분석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 물론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직업들에 대한 글도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비관과 낙관 두 챕터에 다 속해있는 특별한 직업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의사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한동안은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믿음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진적인 미래학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들은 로봇과 빅데이터가 결국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들의 임상 경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복잡한 신체의 메커니즘을 의사 개인의 경험에 맡겨 두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제로 수술과정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CT나 MRI 판독의 경우 의사의 경험보다는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전과 달리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의사의 역할이 어느 정도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달라졌다는 것이 축소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의료 기술은 수 천년 동안 끊임없이 발달해 왔고 지금도 발전 중이지만 의사의 역할이 축소되었다는 믿을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단지 주장들만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부분 근거 희박한 예측뿐이다. 문제는 그 예측이 너무 설득력있게 포장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논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의사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성직자, 창녀, 도둑 등과 더불어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직업 중 하나다. 사회가 세분화 되기 이전부터 이 직업들은 인간의 사회적 욕망들을 대변해왔다.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 관계 속에서 하나의 객관적 실체로 인식하게 될 때 개인의 욕망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죽음은 관계 속에서 망각되는 것이고, 적절한 재산의 정도는 타인들의 소유 정도에 따라 평가된다. 신체 역시 마찬가지다.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면서 살던 시대에서 농경 기반의 정착 생활로 접어들면서 신체는 상대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수명, 건강, 노동력, 생식 능력 등은 주요한 사회적 구성물이 된다. 인간 신체에 사회적 기준들이 생겨나고 의사는 이 기준을 유지시켜야 하는 의무를 떠안게 된다.

이후로 의사는 개인의 질병치료에서 사회적 질병을 치료하고 적절한 신체의 기준을 유지하는 판관의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제도화되면서 개인 신체에 사회적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가령 왼손잡이는 비정상적인 부류의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동성애자는 질병이거나 잘못 태어난 사람들이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은 정신질환자로 취급되고 교정의 대상이 된다. 모두 ‘정상적 범위’에 들어와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국가/사회가 별도로 관리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고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근대에 들어와서 더 치밀하게 진행되고 은폐되었을 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가 정신병원•병원•감옥 등을 사회적 배제를 실행하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사의 역할은 ‘불완전한 신체의 사회적 배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근대 자본주의는 의사의 역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의사들은 새로운 신체 기준을 만들어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제 새로 제정된 기준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된다. 육체의 상품화가 그것이다. 매스 미디어가 선동의 앞잡이가 되어 연일 가두방송을 한다.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남녀배우들의 섹시한 육체가 기준이 된다. 반복되는 세뇌교육에 의해 사람들의 신체는 다시 조작되기 시작한다. 성형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들어가기 위한 톨게이트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본래 모습과 정형화된 사회적 기준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자리에서도 얼굴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신장과 몸무게의 표준이 생기면서 유아 때부터 부모들의 조급증이 시작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체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상품이 된다. 그것도 가장 판매가 잘되는 상품이다. 의료자본주의가 더 확장되는 이유다.

의사, 판사, 교사 등과 같이 국가적, 사회적 제도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는 시스템/직업들은 기술의 발달에 의해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술과 제도는 상호 변증법적으로 관계를 맺고 국가와 자본의 프레임 안에서 견제와 소통을 계속 이어 나간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은 여럿 있지만 그것이 기술결정론의 승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레시피가 잘 정리되고 주방기기가 아무리 발달해도 요리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요리보다 복잡하고 더 다양하다. 신체는 영혼과 연결되어 있고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역사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1&table=hy_kim&uid=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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