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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인공지능 그리고 외계인
인간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은 신상품 기획에 필수요소
김홍열 | 2016-01-06 08:37: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연말이 되면 일종의 유행처럼 여기저기서 새해에 주목할 만한 몇 가지 기술적 트렌드에 대해 발표한다. 9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해마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한 상황이라서 이런 발표는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런 안내자 역할을 하는 단체나 기관이 여럿 있지만 신기술분야에서는 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발표가 많이 인용된다. 가트너가 발표한 2016년 10대 전략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기기 간 연결 2. 경계 없는 사용자 경험 3. 3D 프린팅 소재 4. 사물 정보 5. 자동화 에이전트와 사물 6. 진화된 머신러닝 7. 어댑티브 보안 아키텍처 8. 진화된 시스템 아키텍처 9. 앱과 서비스 아키텍처의 그물망 10. 사물인터넷 아키텍처와 플랫폼

그런데 위 내용은 가트너가 2014년 연말에 발표한 [2015년에 예상되는 10대 전략 기술]과 별 차이가 없다. 앞으로도 큰 틀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등장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정보통신의 혁명이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일차 정리되고 있다. 몇 가지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발표되고 실용화되겠지만 한 동안 빅 테크놀로지는 없을 것 같다. 이번 CES 전시회에서 인기를 끈 무인자동차와 드론 역시 기본적으로는 특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확장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무인 비행기가 있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근 무인자동차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의 인위적 사용과 그 기저에 있는 기계적 메커니즘 이후로 가장 큰 혁명적 기술이다. 역사는 가끔 이런 혁명적 신기술에 의해 구조적 재편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휴화산처럼 오랜 기간 휴지기를 갖는다. 그러나 자본은 끊임없이 새로워 보이는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 안에 숨어서 계속 자기 확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대타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이다.

초보적 인공지능은 도처에 깔려있다. 전자계산기, ATM, 자동청소기 등 인간의 특정 노동을 대신해주는 도구들은 계속 있어 왔고 컴퓨터는 그 도구들 중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에 감탄해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역시 오래지 않아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들이 나타나서 주연과 조연 모두 다 차지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영화적 설정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이 질문은 결국 철학적, 신학적, 사회학적 물음이기도 하고 생물학적, 의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추상적 사고라는 운영체계가 탑재된 유일한 생물체다. 이 운영 체계는 적어도 수십만 년 전부터 아주 조악한 형태로 특정 생물체에서 아주 희미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후손을 남기려는 집단적, 본능적 욕망이 만들어내기 시작해서 오랜 기간 걸쳐 조금씩 버전업이 되고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 운영체계로 자연환경과 상호작용 하면서 생존해 왔고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 과정을 설명하는 하나의 사례다. 그러나 이 운영체계의 형성 과정은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라는 하드웨어 역시 고정적 실체가 아니고 지금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명명한 그 인류 역시 하나의 단일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오랜 기간 척박한 환경에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체득한 경험의 총합이 추상적 사고라는 운영체계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이 운영체계를 활용하겠지만 이 운영체계에는 ‘치명적 버그’가 하나 있다.

추상적 사고라는 운영체계를 갖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 이외 다른 생물체에도 같은 운영체계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때로는 믿음으로 때로는 과학의 이름으로 호모 사피엔스와 오랜 기간 같이 있어 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른 곳에 자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은 추상적 사고에 내재된 시공간 인지 능력 때문이다.

스스로 시공간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그 시공간 너머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사고가 어느 순간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런 사고 습성이 추상성을 더 발전시켜왔다.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운영체계를 갖고 있다는 믿는 두 존재는 신과 외계인이다. 본질상 둘은 사실상 같은 속성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이 둘이 조우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호모 사피엔스 2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한다.

인간의 이런 욕망의 배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고 자신의 생존 기간을 통해 역사와 우주를 전체적으로 인식하려는 속성에 기인한다. 수명이 늘었어도 긴 역사 기간을 감안하면 우리 모두는 그저 짧은 기간만 머물다 떠날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운영체계는 늘 시간 너머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공간을 꿈꾼다. 육체적 번식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속성 때문이다. 새로운 시공간으로의 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안적 솔루션을 찾게 되고 이때 나타난 인공지능은 그 욕구에 어느 정도 부합되어 사회적으로 공유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이 만들어낸 강력한 사회 제도인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큰 기술이 어느 정도 세련화되고 사회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 다른 큰 기술이 등장할 때까지 별 관심을 못 끌지만 자본은 늘 극성스럽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야만 한다. 새로운 것이 없으면 새로워 보이는 것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자본주의 성립 이후 이런 사례는 계속 반복되어 왔다. 인공지능은 늘 이런 순간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몇몇 지식인과 유력인사에 의해 과장되게 포장된다. 일종의 기술 결정론적 시각이 여기에 나타난다. 과학의 능력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인간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은 신상품 기획에 필수요소다. 신과 외계인을 만들어낸 호모 사피엔스에게 인공 지능은 중요한 관심사다. 추상적 사고의 운영체계를 갖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와 자본주의는 인공지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잠시 제쳐놓고 이 분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될 여러 기술들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금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 과학 발전에는 도움이 된 것처럼 실제 도움이 될 기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오랜 기간 동안 돌이 금이 될 가능성은 없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1&table=hy_kim&uid=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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