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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우려한다
김용택 | 2019-01-30 09:26: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는 건강한 나라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에 살다 보면 경쟁도 필요하고 능력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카스트제도나 골품제도가 사라진 지 언젠데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지위로 혹은 경제력으로, 학벌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진 출처 : 참세상>

책임이 큰일을 맡은 사람도 있고 단순한 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의 차별을 받거나 임금의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기간제라는 이유로 혹은 고졸 출신, 대졸출신. 지방대학출신, SKY출신, 고시와 비고시출신… 이라는 차이로 임금을 차등화한다는 것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지난 2014년 D마이스터고에 합격한 김동준군은 졸업식을 3개월여를 앞두고 CJ진천공장에 입사해 현장실습기간에 ▲ 초과근무 ▲ 사내 폭력에 견디다 못해 CJ진천공장 옥상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2016년 현장실습기간 중 업체측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성희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포 e-비즈니스 고등학교 졸업생 김동균군(2016년 2월 졸업).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아무개군도 현장실습생이었다. 지난 2014년 LG U+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홍수연은 영업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도 시키지 않고 시간외 수당도 퇴직하는 노동자들에게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는 “거대한 사기꾼” 같은 회사를 고발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故 김동준, 김동균, 홍수연, 이민호, 또 이름도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들이 언제까지 희생자가 반복되어야 하는가?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온 정부, 취업률 높이기에 매달리는 학교 등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학생 6만여 명이 ‘산업체 현장실습’을 한다. 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이들이 투입되는 현장이란 대개 임금이 낮아 일반 노동자가 꺼리는 곳일 때가 많다. 그만큼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다.

‘대학진학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입시경쟁, 사교육 과열 등의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할 교육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취업률 60%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질 낮은 일자리로 학생들을 내몰 가능성 높은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은혜교육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대한민국이 학력·학벌 중심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바뀌고, 우리 스무 살 청년들이 먼저 취업하고 원할 때 공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근로를 제공하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는 폐지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또한, 매년 4월에 취합하여 발표하던 ‘양적 취업률 정책’을 ‘질적 관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임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강조해 왔으며 교육부가 발표한(2017년 )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그동안 전교조가 요구한 직업계고 학교교육 정상화 수준에 크게 못 미쳐도, ‘일하는 현장실습이 아니라 학교교육과정으로서 현장실습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은 ‘직업교육’ 정책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에서 해야 하는 ‘직업훈련’ 정책이다.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 결과, ‘산업맞춤형 학과 개편’은 취업률 낮은 학과가 그 대상이 되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위험한 일터로 취업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직업계고 우선 도입’, ‘지역 주민 대상 직업교육 실시’ 등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추진되는 것들이다. 말로는 ‘근로 대신 교육’으로 전환한다면서 법령상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현장실습을 ‘선택제’로 바꾸고, 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며, 학교는 그것을 배우는 곳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수동적인 직업인으로 살아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직업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은 현장실습 폐지이다. 학교교육을 악화시키고, 학생 노동력을 기업에 싼 값에 팔아먹는 현장실습 폐지야말로 교육적폐 청산이다. 직업계고 취업률이 50%를 넘었다고 자축할 것이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직업교육의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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