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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 3학생… 이런 공부 어때요?
김용택 | 2017-12-01 09:55: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수능 끝난 고3 교실 (클릭해 보세요) 한 번 보신 일 있는지요? 엊그제같이 서슬 퍼런 교칙도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책가방이 있을 리 없다. 수능 전 책이며 참고서는 한군데 모아 고물상이 실어 갔으니 가방을 들고 올 이유가 없다. 교문에서 단속하는 지각생이며 교칙 위반도 이들에게는 예외다. 얼굴에 전 보다 더 진한 화장을 하고 파마를 한 학생도 눈에 띈다. 방학이 지나면 쌍거풀 수술이며 얼굴 성형을 하고 나타나는 학생도 있다.

수능이 끝나면 교육청에서는 연례행사처럼 ‘공교육 정상화’… 어쩌고 하는 공문을 보내곤 하지만 수능 끝난 고 3학생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학교는 이미 시험이 끝나고 성적까지 처리가 끝난 상태여서 이름은 학생이나 사실상 내년 2월 초 졸업할 때까지 학생이 아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 후 특강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단축수업 및 오전수업을 실시하거나 아예 오전수업이 아닌 방학을 해 버리는 학교도 없지 않다.

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수업을 들어가도 수업 전 득달같던 차렷, 경례도 없이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이런 분위기가 겨울 방학 때까지 그리고 내년 2월 초 졸업식을 할 때까지 이어진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낼 이유도 없건만 3개월을 허송세월을 한시도 아까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수능 전 정말 학생들이 졸업 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도 이런 분위기에서 마음잡고 앉아 듣고 있을 학생이 있겠는가?

정년퇴임 전 이런 교실에 수업을 들어갔다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하기에 당시 유행하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영화를 보여주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학생들에게 빌려 오라고 했더니 배틀로얄이라는 영화를 빌려 왔다. 보다 못해 빨리 가기로 보내 버리고 이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를 설명은 했지만, 그 뜻을 알아들었을까? 문화라는 이름의 예술… 아이들은 이렇게 폭력에 물들어 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짜증이 났다.

지금도 배틀로얄의 줄거리를 인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중학교 3학년 중에서 무작위로 뽑힌 한 학급 학생들이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하는 신세기 교육개혁법인 ‘BR법’. 3일 이내에 자기 이외의 친구 모두를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본 영화다. 일본인 특유의 사악한 근성이 이런 잔인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도대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의 사회화… 이들이 이런 영화를 만든 저의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본 후 두고두고 영화의 잔인한 장면이 눈에 어른거려 불편했던 일이 있다.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수능이 끝난 이들에게 감동적인 영화를 보여 주면 어떨까? 배틀로얄같은 영화도 있지만 좋은 영화도 많다. 좋은 영화란 좋은 스승 못지않다. 살아가다 힘이 들 때는 이런 영화를 생각하면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살아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힘겹게 세상을 살아갈 제자들에게 이런 영화를 통해 성차별, 성추행, 관료의 부패, 동성애, 매매춘, 원자력 발전소, 제4차 산업혁명, 핵무기, 가정 파탄과 관련된 영화 등을 보여 주고 난 후 토론하게 하면 안 될까?

실제로 학교는 원론만 가르치고 현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철학이 없는 관념적인 지식으로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학교 밖으로 나가면 순진한 학생들을 상대로 못된 짓을 하는 장사꾼들이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 얘기를 들어 보면 합격한 대학에 등록을 마치고 나오면 기다리던 월부 책장사에 걸려 고가의 책을 계약하고 후회하는 학생을 종종 본 일이 있다. 상업주의는 이렇게 순진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사회 첫발부터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수능 끝난 수험생들에게 완득이, 리얼스틸, 트랜스포머, 티끌모아 로맨스, 헬프, 마당을 나온 암탉, 세인트 빈센트, 러브 액추얼리, 죽은 시인의 사회… 와 같은 영화는 어떨까? 인턴과 같은 영화, 귀여운 여인, 남으로 튀어, 혹은 또 하나의 약속과 같은 영화를 보여주면 훗날 두고두고 기억에 남지 않을까? 사실 이런 영화는 요즈음 같이 대화가 없는 가정에서도 ‘영화 보는 날’을 만들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고 3학생을 해방 시켜라! 조기 졸업을 못 시킨다면 차라리 수능이 끝나면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와 같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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