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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 ‘헌법에 대한 선서’로 바꾸자
김용택 | 2017-01-09 13:52: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注目)한다.
2.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 중 모자를 쓴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어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 다만, 모자를 벗기 곤란한 경우에는 제1호의 방법에 따를 수 있다.
3. 제복을 입은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거수경례(擧手敬禮)를 한다.

국민의례규정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3조(국기에 대한 경례방법)다. 또 애국가 제창방법은 ‘애국가는 선 자세로 힘차게 제창하되, 곡조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은 국민의례규정 제 7조 ① 묵념은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②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행정자치부가 올해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식 행사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외에 묵념을 금지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묵념 대상을 한정한 것은 물론 애국가의 제창 방법과 묵념 자세까지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이렇게 개정한 대통령훈령(시행규칙)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자부가 국민의례규정을 개정한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부나 지자체 행사에서 순국선열이 아닌 세월호 사고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할 수 없게 한 과도한 규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순국선열이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윗대의 열사’다. 정부가 묵념의 대상에서 제외한 ‘세월호 사고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는 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바친 사람일까, 아닐까? 적과 대치상황에서 주권회복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사람은 아니지만, 국가폭력에 의해 또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희생된 사람을 추념하는 것은 희생자분들에 대한 국민으로서 예의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마음속의 생각까지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국민의례 규정의 국기에 대한 맹세는 어떤가?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이 맹세는 학창 시절 헤아릴 수 없는 아침 조회와 운동장 조회, 강당 조회, 운동회, 기타 행사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소리다. 그 후 이러한 맹세가 전체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에 따라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바뀌긴 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국기에 대해 맹세를 해도 좋은가?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충남 도교육위원회(도교위)에서 제정해 산하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한 이래 유신헌법이 시행되는 1972년 문교부가 시·도 교육위원회에 국기에 대한 맹세 교육 실시 계획을 시달하면서부터 박정희가 무조건 애국주의를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전국으로 확대하면서부터다. 내용도 충남도교위의 원안인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가 ‘몸과 마음을 바치는’으로 바꿔 놓았다.

‘국기에 대해 충성’…? 그렇다면 대한민국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라의 주인이 충성을 하라? 그러면 주인인 상전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국가란 본디 국민의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체요,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영토와 주권이라는 요소가 갖춰질 때 존재하는 객체다. 과거 유신시절 혹은 독재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유’를 반공의 동의어로 치환시켜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는 것이 선의요, 정의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왔다.

‘국기를 모시는 국기배례는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와 국기배례, 순국선열 묵도를 조선인들에게 ‘황국신화민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의례다. 이제 버젓이 헌법에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데, 국가라는 국민위에 존재를 충성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옳은가?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는 지난 하절기 포럼에서 국가가 나라의 주인인 ‘충성할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기에 대한 맹세 대신 헌법에 대한 다짐으로 바꾸자는 의견에 합의한 바 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의 축적된 산물인 동학혁명정신을 바탕으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정신을 계승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헌법에 명시된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을 선서합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이 헌법읽기수료증이나 행사 때 다짐하자는 선서다. 국기에 대한 맹세대신 ‘헌법에 대한 선서’로 바꾸는 것이 더 주권자로서 더 당당한 다짐이 아닐까?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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