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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노인들에게 돌을 던지나?
김용택 | 2018-09-11 12:41: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지난겨울 JTBC 손석희 아나운서가 소개한 앵커브리핑의 김광규 시인이 쓴 ‘쪽방 할머니’ 중 한 구절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새벽 7시. 노인들이 500원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은 선 행렬과 함께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 노인들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망설여지지 않으셨어요? 여기 나오시는 게.” 기자의 질문에 “망설여졌어. 다급하니까. 한 푼이라도 모아서… 밥 못 먹으니까 하다못해 두부 한 모라도 사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밀린 전기료와 수도세, 손주의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노년의 자존심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된 노인들입니다. 교회가 나눠주는 연명 줄의 500원짜리 삶의 풍경들… 짤짤이 순례길에 나서 이 노인들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까요?

이 500원짜리 동전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노인들의 새벽의 행렬을 일컬어 사람들은 ‘짤짤이 순례길’이라고 합니다. 불과 일 년 전 일이니까? 올해는 촛불정부가 들어서고 복지예산도 늘린다니까 이런 짤짤이 순례길이 사라질까요? ‘노인 천 명 중 16명은 백세인생을 살게 됐다는 통계’는 짤짤이 인생을 사는 이 노인들에게는 축복일까요 아니면 고통일까요? 한국 노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 전체 노인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낮 최고기온은 30~37도를 오르내리는 지난 폭염에 ‘지난 5년간(2013~2017) 총 6,5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40%(2,588명)가 논밭·작업장 등 실외에서 12시~17시 사이에 발생했다. 50세 이상이 전체의 56.4%(3,669명),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중 50세 이상은 75.9%(41명)로 나타나 중장년층에 집중됐다…’라는 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폭염예방수칙’을 폼 나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노인빈곤이니 세 모녀 자살사건을 말하면 ‘요즈음 같은 세상에…’하며 믿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면 하나면 허기를 면할 수 있는데…’ 그런 뜻이겠지요. 이런 분들에게 라면 가격을 물어 보면 얼마인지 알고 있을까요? 가난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 그들의 부모들은 능력이 있어 자식들을 곱게만 길렀으니 절대빈곤이 무엇인지 배고픔의 고통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노인의 빈곤은 노일들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이들은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이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라는 새마을 노래를 부르며 혹은 공돌이 공순이가 되어, 혹은 독일광부나 간호사로, 월남전에 참전해 죽음보다 무서운 가난을 벗어나려고 자원해 벌어 온 돈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 공부 시킨다고 우골탑이 된 대학에 보내느라 늙어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하게 된 사람들이 짤짤이 순례 길에 줄을 선 노인들이 아닌가요?

농사일밖에 배운 것이 없어 땅을 파서 자식 먹여 키우느라 거북등이 된 손이며 허리를 펴지 못하고 꼬부랑 할머니기 된 것이 아닐까요? 남 해코지 한번 해 본 일이 없는… 양심의 가책 되는 일을 하면 하늘이 두려워 착하게만 살아 온 이 땅의 노인들에게 FTA가 뭔가로 땀 흘려 농사를 지어놓으면 농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제값 받게 해달라고 평생 처음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갔다가 경찰곤봉에 맞고 짓밟히며 최루탄 세례를 받아야 했던 게 이 땅의 노인들입니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다 늙어 가난한 게 부끄러운 일인가요 자식 공부시키느라 무식꾼이 된 게 부끄러운 일인가요? 늙으면 주름살이 찾아오고 병들고 귀도 눈도 어두워지고 허리가 굽는 현상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 국민의 권리를 도둑질한 역적이나 역적에 부역질한 인간들은 늙어 폼 나게 고급 승용차에 자식 출세시켜 대접받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사람은 대접받고 사는데… 탈세에 땅 투기에 불의한 권력에 때로는 재벌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당 잡히고 살아 얻은 부귀영화가 자랑스러울까요? 아니면 비록 가난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다 늙어 짤짤이 순례길에 줄을 선 이 노인들이 부끄러울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이들에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누가 더 부끄러워해야 할까요?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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