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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김용택 | 2018-02-27 09:55:3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귀하는 대한민국의 민주헌정 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켰으므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이 증서를 드립니다.”

2007년 8월 1일 민주화 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 이원회로부터 받은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 한 장 이게 끝이다. ‘탈퇴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1989년 해직돼 1994년 복직된 교사들이 4번째 대전 유스호스텔에서 다시 만났다.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민주세력의 반발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취임 2년 차인 1989년, 노 대통령에게는 이 난국을 타개할 ‘한방’이 필요했다. 노 대통령이 선택한 카드는 ‘공안정국’이었다. 마침 1989년 봄 문익환 목사 등 민간인이 방북했다. 평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서경원의 방북으로 정부와 야당의 갈등도 깊어졌다. 안기부·검찰 등 정부 내 공안세력이 정국을 주도했다…” 2011년 新東亞 8월호가 보도한 ‘1세대 전교조 해직교사의 한(恨)’ 기사의 일부다.

1989년 5월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창립되자 전국 3만 명의 조합원 중 끝까지 전교조탈퇴각서를 쓰지 않은 1,527명은 교단에서 쫓겨났다. 김영삼대통령은 해직된 지 5년 후인 1994년 3월 1일 자로 ‘특별신규채용’형식으로 끝내 복직을 거부한 70명을 제외한 1,457명은 교단에 복귀시켰다. 좋게 말하면 복직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탈퇴각서를 한계상황에 처한 해직교사들에 대한 제 2의 항복문서 요구였다.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긴 해직교사들은 사망, 이혼 혹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문배달이나 운전기사를 비롯한 막노동까지 감수면서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07년 10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발행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및 언론보도 기록에 의하면 1987년 12월 대선 막바지에 “5공을 청산하고 국민의 신임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당시 상황으로는 중간평가에서 승산이 없자 위기에 처한 노태우대통령은 중간평가에서 「난국을 타개할 ‘한방’이 필요」해 1,527명은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1,457명의 ‘특별신규교사(?)’들은 복직 후 명예회복을 위해 법원에 제소까지 했지만, 사법부는 끝내 해직교사원상회복을 거부했다. 김영삼정권에 이어 출범한 김대중정부는 해직교사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가 ‘민주화운동’도 아닌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 한 장이었다.

2018년 2월 24일 3시. 대전유성유스호스텔에는 전국에서 61명의 노인(?)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반가워 부둥켜안고 지난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직돼 명동성당에서 혹은 경찰서유치장에서 만났던 동기들이다. 20여 년 혹은 30년 만에 처음 만난 동지들이였으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그것도 보통 학교에서 몇 년간 함께 근무했던 사이가 아니라 해직의 고통을 함께 한 동병상련의 동지. 악몽의 5년을 견디고 살아남은 동지들이 아닌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야 가끔 만나기도 했지만 멀리 해남에서 혹은 강원도 등등에서 처음 만난 동지들이 왜 반갑지 않겠는가?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든 이유는 단 하나. 교육민주화를 위해 군사정권과 싸웠던 민주화운동관련자(?)가 아닌 교육민주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다 희생된 해직교사들이 우리도 정정당당하게 역사적 평가를 받고 싶다며 모인 것이다. 아들 딸들에게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는 것이 해직교사들의 마음이다. 정확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1세대 해직교사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교사들을 비롯해 가정파탄으로 혹은 불치의 병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교사들도 있다.

이들은 5년간의 호봉인정은 말할 것도 없이 연금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해직교사도 있다. 5년간 교육민주화 운동의 대가가 고작 민주화운동관련자(?) 한 장이라면 언제까지 침묵하고 있어야 옳은가? 이제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교단에는 1세대 해직교사를 모두 학교를 떠나 학교현장에는 해직 1세대 교사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해직 당시 발령받은 지 1년도 채 안 된 교사들이 이제는 정년을 한 두 해 남겨 둔 노인들이 됐기 때문이다.

1박 2일간의 대전유성유스호스텔에서 만난 해직교사 1세대들은 ‘해직교사원상회복을 위한 교육민주화유공자동지회’를 결성하고 ‘호봉인정뿐만 아니라 연금불이익 개선 등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앞으로 원상회복회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유공자동지회가 맡아서 하고 지역은 원회추 조직 그대로 유지 해 지역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앞으로 민주화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1989년 당시의 해직사태가 국가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발발했음을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7개항을 결의를 모았다.

2017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문재인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 오찬을 갖고 “독립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대통령은 그 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라를 위해 일한 애국자는 3대가 망하고 친일한 자는 3대가 흥한다’는 속설을 비판하며, 국가 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천명한바 있다. 또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앞날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우연한 사고에 우연히 발생한 ‘관련자’가 아니라, 정권의 노예교육에서 벗어나, 위기의 교육, 무너진 교육을 살리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전교조 1세대 해직교사 1,527명 뿐만 아니다. 그 후에도 사립학교민주화를 위해 또 교육민주화를 위해 정권의 희생자가 된 해직교사들은 복직되어야 하고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늦기는 하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해 자라나는 2세대들에게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사람들이 대접받고 존경받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전교조 1세대들이 요구한 원상회복 요구는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 그들이 당한 해직기간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를 세우는 길이요, 촛불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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