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CMS후원
2018.07.22 04:23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세계  |  미디어  |  칼럼  |  서팡게시판  |  여행게시판
 
칼럼홈 > 임두만

4.3 70주년 제주기행, ‘사라진 마을 곤을동’ 이야기
임두만 | 2018-04-11 05:37:2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시 화북동 인근 해안, 화북천이 바다로 빠져 나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마을 하나가 1949년 1월 아주 없어졌다. 마을 이름은 곤을동. 곤을동이란 이름은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는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곤을동 안내판 © 임두만

그 곤을동이 지금은 집터였음을 알 수 있는 올레와 돌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돌담으로 둘러싸인 잡초밭 한 가운데 4.3유적지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팻말은 ‘곤을동’에 대해 “제주시 화북1동 서쪽 바닷가에 있었던 마을”이라며 “4.3이 일어나기 전 별도봉 동쪽 끝자락에 위치했던 ‘안곤을’ 마을에 22가구, 화북천 두 지류 사이에 위치한 ‘가운데곤을’에 17가구, 화북천 ‘밧곤을’에 28가구가 살고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곤을동이 불에 타 폐동이 된 때는 1949년 1월 4알과 5일 양일이었다”고 적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세운 팻말 ©임두만

동네 주민들은 당연히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제주 양민들, 이 양민들은 자신들이 죽는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끌려가서 학살을 당했다.

팻말에는 “1949년 1월 4일 오후 3-4경 국방경비대 2연대 1개 소대가 느닷없이 마을을 포위했다. 이어서 이들은 주민들을 전부 모이도록 한 다음 젊은 사람 10여 명을 바닷가로 끌고 가 학살하고 ‘안곤을’ 마을 22가구와 ‘가운데곤을’ 17가구 모두를 불태웠다”고 적고 있다. 학살자들은 바닷가 이 작은 마을에 나타난 대한민국 국방경비대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학살 명분은 '빨갱이 소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적지 소개문에는 이들 군인들이 마을 주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불태울 때 그들이 ‘빨갱이’였는지, ‘빨갱이들을 도왔던 마을’이라든지의 소개는 없다. 그냥 끌고 가서 죽였으며 마을을 불태웠다는 점만 적고 있다. 팻말을 세운 주체는 제주특별자치도… 따라서 제주도 자체조사 결과 그냥 학살당하고 불태워진 마을이었음이 분명하다. 분명한 국가권력에 의한 학살.

▲청명한 4월임을 청보리가 말해준다 © 임두만

팻말의 소개 글은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

“다음날인 1월5일에도 군인들은 인근 화북초등학교에 가뒀던 주만들을 인근 화북동 동쪽 바닷가 ‘연디밑’에서 학살하고 ‘밧곤을’ 28가구도 모두 불태웠다. 그 후 곤을동은 인적이 끊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 글은 “제주시 인근 해안마을이면서도 폐동돼 잃어버린 마을의 상징이 된 곤을동에는 지금도 집터, 올래 (집과 마을 길을 연결해주는 작은 길)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4.3의 아픔을 웅변해주고 있다”로 끝나있다.

▲옛 마을을 되살린 그림 입간판 © 임두만

이 팻말이 있는 바로 옆 잡초밭에는 당시 마을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한 입간판이 서있다.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마을과 집이 작은 돌담길로 연결되어 있던 작은 마을의 모습을 그려 놓은 정경이다.

내가 제주를 찾은 전 날, 서울은 kbo창립 37년, 즉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지 37년만에 처음으로 미세먼지 경보로 인해 프로야구가 순연되었다.

하늘은 잿빛이었으며 사람들의 얼굴도 잿빛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그 잿빛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미세먼지를 담고 내리는 비라서인지 구질구질하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봄날… 그런데 재주의 봄날은 달랐다. 하늘은 화창했으며 바닷물은 그래서 더 잉크빛이었다.

▲곤을동 앞 쪽으로 펼쳐진 잉크빛 바다  © 임두만

70년 전 그 봄날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피어나는 노란 유채꽃도 있었고, 밭에는 파란 보리도 키를 훌쩍 키운 채 이삭을 냈을 것이다. 그 봄날 남자들은 고기잡이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은 보리가 익기 전의 보릿고개 배고픔에 지천에 널린 쑥과 푸성퀴라도 한줌 더 캐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총알에 구멍 뚫린 시신이 되어 길가나 운동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구더기 밥이 되거나, 바닷가에 버려져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들이 살던 집은 불태워 없어졌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이들은 대한민국 국군이었다.

2018년 4월 9일, 그들이 살았던 집터에 풀이 무성하다. 거센 바람이 한바탕 풀을 훑고 지나간다.

▲목이 부러져 죽은 동백꽃… 길에 떨어져 발에 밟혔다. © 임두만

마을을 지나서 오른 별도봉 산책길인 올래 18코스에 피었다가 진 동백꽃들이 떨어져 죽어있었다. 그 길 끝자락에 샘터가 있었다. 곤을동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때는 끊이지 않던 물이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물을 쓰지 않아도 끊겼다는 안내문과 함께 머리가 부러져 죽은 동백꽃이 딩구는 모습…

그 모습들이 70년 전 곤을동의 슬픔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상흔을 뒤로 하고 별도봉으로 올랐다.

▲곤을동을 지나서 별도봉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다. © 임두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701 









      



모바일 기기에서도 댓글 작성이 가능하도록 보완하였습니다. (현재 아이폰 기기까지 테스트 완료하였습니다.)


닉네임  비밀번호  626922  (스팸등록방지:빨간숫자만입력)

                                                 
[여인철의 음악카페] 김희숙 여사...
                                                 
김상조 면박한 <진보적 지식인&...
                                                 
미·소 군정기의 민중들의 삶은 살...
                                                 
6.12 조미회담과 6.13 선거를 예측...
                                                 
왜 당신은 계란을 바위에 던지시나...
                                                 
공기업 적자, 정치인-자본-관료의 ...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북핵·핵무...
                                                 
한반도에서 유엔 헌장 정신을 구현...
                                                 
[천안함] 후타실 CCTV 영상이 조작...
                                                 
대한항공의 성장, ‘관피아’의 전...
                                                 
차기 민주당 대표, 김부겸 행자부...
                                                 
삭제된 오보를 포털에 다시 올린 ...
                                                 
천안함의 진실을 지킨 사람들과 박...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대(代) 이은...
                                                 
존경하는 뉴욕타임즈 귀하!
                                                 
[이정랑의 고전소통] 남우충수(濫&...
                                                 
유권자, 즉 국민이 ‘단일화’를 ...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기자회견...
                                                 
“근혜를 보면 그 아부지를 생각한...
                                                 
[오영수 시] 할아버지는 어디 계신...
12334 [분석과 전망] 불발탄이 된 조미정...
8829 이건 아니지 않은가 - 문재인 대통...
8818 ‘맥스선더’에 내린 조선의 철퇴
8665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기자회견...
7387 미국은 세계평화를 원하는가?
6845 대한민국 보수의 최대 公敵 - 전우...
6023 [오영수 시] 할아버지는 어디 계신...
5704 기레기와 ‘전문가’ 들에게 경고...
5317 안철수 유승민 송파을 공천으로 또...
5119 [천안함] 후타실 CCTV 영상이 조작...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3 진미파라곤930호 (주)민진미디어 | 발행.편집:신상철 | 등록번호: 서울 아01961 | 발행일: 2012.02.15 |
이메일: poweroftruth@daum.net | 사업자번호: 107-87-60009 | 대표전화: 02-761-1678 | 팩스: 02-6442-0472 | 통신판매: 2012-서울영등포-0188호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고/사업제휴문의 | 기사제보 | 칼럼쓰기